선수협, 8천800만원 들여 ‘특별 회계감사’…“감사 통해 숨겨진 거액 찾았다” VS “고액 감사 의심 피하려고 ‘물타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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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0:48
-선수협 일부 “특별 회계감사 결과 거액의 돈이 사라진 것 발견”
-전현직 선수협 직원 “이대호-김태현 체재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들과 고액 감사 의심 피하려고 ‘물타기’ 전략으로 특별 회계감사 카드 꺼낸 것”
-선수협, 이대호가 추천한 고문변호사가 속한 A로펌에 특별 회계 감사 맡겨. 기존 회계감사 비용 1천320만 원에 비해 7배 가까이 많은 8천800만 원 지급
-선수협 고문변호사 “선수협에 과거 회계감사 보고서가 하나도 없다” 주장. 선수협 “과거 회계자료 다 보관돼 있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반박
-선수협 특별 회계감사 둘러싼 각종 폭로, 고발, 소송 이어질 듯
지난 4월 한 법무법인과 선수협이 맺은 업무협약. 선수협은 이 협약 두달 뒤 8,800만 원 짜리 회계감사를 이 법무법인에 맡겼다. 이 법무법인은 이대호 회장이 데려온 고문변호사가 속한 곳이다(사진=선수협)
[엠스플뉴스]
체육시민단체가 ‘이대호 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과 김태현 전 사무총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선수협이 또 다른 의혹에 휩싸였다.
선수협 사정에 밝은 야구계 관계자는 “최근 선수협 일부 관계자가 ‘과거 10년 치 회계를 특별 감사했다’면서 역대 선수협 집행부의 비리를 밝힐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흔적도 없이 수십억 원의 돈이 사라졌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리고 있다. 하지만, 그분들이 얘기하거나 흘리는 특별 감사 내용 대부분이 이미 예전 감사에서 지적됐거나 재판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던 것들”이라며 “그분들이 변죽만 울리고, 사라진 돈의 실체를 밝히지 않으면서 되레 특별 감사에 대한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고 밝혔다.
선수협 전직 직원 역시 “김태현 전 사무총장 주도로 진행한 특별 감사에 무려 1억 원 가까운 돈이 쓰였다. 과거 감사와 비교하면 7배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고액 판공비, 판공비 현금 지급, 법인 카드 유용 논란 등 자기들이 저지른 일들과 고액 회계 감사 의심을 피하려고 ‘물타기’ 전략 차원에서 특별 회계감사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도대체 선수협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선수협 고문변호사 “선수협 이사회에서 처음 문제 제기해 특별 회계감사 진행”. 선수협 관계자 “김태현 전 사무총장이 특별 회계감사 과정을 주도”-
엠스플뉴스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선수협은 6월부터 외부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통해 특별 회계감사를 진행했다. 선수협이 임의단체에서 사단법인으로 탈바꿈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자금 내역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 회계감사를 진행한 계기에 대해선 선수협 관계자마다 말이 엇갈린다. 오동현(법무법인 린) 선수협 고문변호사는 “선수협 이사회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는 말로 선수들이 먼저 회계감사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했다. 선수협 이사회는 10개 구단 선수 대표와 선수협 회장, 사무총장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오 변호사는 “올해 2월께 이사회 준비 과정에서 5억 원의 돈이 발견됐다. 이대호 회장이나 이사들, 직원들도 출처를 모르는 돈이 발견됐는데 기존 회계감사 결과에 대한 자료가 정리된 게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사들이 ‘회계감사를 해봐야겠다’고 뜻을 모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수협 전·현직 관계자들의 말은 달랐다. 선수협 관계자는 “김태현 전 사무총장이 특별 회계감사 과정을 주도했다”고 알렸다. 김 전 사무총장은 판공비 현금 지급과 법인 카드 유용 문제가 드러나 12월 7일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앞의 선수협 관계자는 “김 총장이 ‘새 집행부가 들어왔으니 과거 내역 확인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며 “6월 22일 선수협 이사회에서 김 총장이 회계감사 건을 보고한 뒤 곧바로 특별 회계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별 회계감사를 맡을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선정도 김 전 총장이 맡아서 진행했다는 게 선수협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A 법무법인이 회계감사 계약 주체가 되고, 외부 회계법인과 공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어떤 경로를 거쳐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선정했는지는 김 전 총장이 맡아서 한 부분이라 모든 내막을 김 전 총장이 소상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특별 회계감사를 주도한 A 법무법인이 앞서 4월 선수협과 업무제휴 협약(MOU)을 맺은 곳이란 점이다. 그리고 이 법인은 오동현 선수협 고문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이다. 회계법인도 A 법무법인과 협약 관계인 곳에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 선수협 특별 회계감사, 전임 사무총장이 주도해 고문변호사 소속 법무법인에 맡겨. 특별 회계감사비로 8천800만 원 거액 들여. 기존 회계감사 비용은 1천320만 원 -
오동현 변호사는 선수협이 특별 회계감사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과거 회계감사 자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선수협은 해마다 두 차례에 걸쳐 철저한 회계감사를 해왔고 자료도 모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진은 2016년 진행한 회계감사 보고서(사진=엠스플뉴스)
오동현 선수협 고문변호사도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오 변호사는 이대호 전 선수협 회장이 지난해 12월 김태현 사무총장과 함께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선수협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선수협이 다른 건 몰라도 회계감사만큼은 철저한 조직’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한 전직 선수협 직원은 “선수협이 과거 비리로 큰 질타를 받은 뒤 철저한 회계감사 시스템을 만들었다. 매년 자체 회계 담당 직원이 감사하고, 외부 회계감사 기관에도 감사를 맡겨 이중으로 감사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선수협 관계자는 “선수협은 선수들이 낸 회비와 초상권 사용료가 수익 대부분이라 회계가 복잡하지 않은 조직이다. 그런데도 내부에서 한번 감사한 뒤 외부 기관에 맡겨 감사하는 이중 감사 체계를 유지해왔다.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회계감사만큼은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대호 회장-김태현 사무총장’ 체제가 들어서기 전까지 선수협이 정기 회계감사 때마다 쓴 돈은 1천500만 원 이하였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이호준 전 회장 취임 직후인 2016년 진행한 특별 회계감사 때는 부가세 포함 1천320만 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대호 회장-김태현 사무총장’ 체제에서 6월에 진행한 특별 회계감사엔 8천800만 원의 거액이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정기 회계감사 비용의 약 7배에 달하는 고액이자 선수협 연 예산(약 8억 원)의 10%를 넘는 액수다. 선수협 안팎에서 ‘고액 판공비에 이어 고액 감사비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전직 선수협 관계자는 “선수협 고문변호사가 속한 로펌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 바로 두 달 뒤 회계감사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어떤 절차를 거쳐 선정했는지, 8천만 원이 넘는 거액의 비용을 어떤 근거에서 책정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오동현 변호사는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소속 법무법인과 선수협이 맺은 업무협약은 자신의 고문변호사 역할과 “별개”라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기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연스럽게 교체된 것이다. 법무법인 입장에서 선수협과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혜택 보는 건 없다. 오히려 이것저것 자문 요구에 응해야 해서 더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김태현 전 사무총장이 기존 법무법인의 교체를 요구했고, 이에 계약 만료 전인 지난해 12월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이대호가 추천한 선수협 고문 변호사 “선수협에 과거 회계감사 보고서가 하나도 없다” 주장. 선수협 “과거 회계자료 다 보관돼 있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반박 -
선수협은 해마다 이중으로 회계감사를 해왔다. 과거 금전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른 이후 그 어느 단체보다도 철저하게 회계감사를 해왔다는 게 선수협 전현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수협이 정기 회계감사에 들인 비용은 연 1,500만 원 가량이다. 그런데 전임 김태현 사무총장이 의뢰해 오동현 고문변호사 소속 로펌에 맡긴 회계감사는 무려 8,800만 원의 비용이 청구됐다. ‘과거 자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지만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자료는 모두 선수협에 남아 있었다. 특별 회계감사에 대한 특별 감사를 해야 할 판이다. 사진은 2016년 회계감사 보고서에 담긴 감사인의 의견(사진=엠스플뉴스)
매년 정기 회계감사를 해왔는데 거액을 들여 특별 회계감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오 변호사는 “선수협에 과거 회계감사 보고서가 하나도 없다”며 “매년 1,500만 원씩 줘가며 맡겼는데 아무런 정리된 자료가 없다는 게 의문이었다. 어떤 면에선 돈보다 자료가 사라진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선수협 전·현직 관계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한 전직 직원은 “과거 자료가 하나도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자료가 없다면서 왜 전직 사무총장이나 직원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는지 의문”이란 반응을 보였다.
선수협 관계자도 “과거 회계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건 사실과 다른 얘기다.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취재 결과 선수협은 과거 회계자료를 모두 보유하고 있고, 이번 특별감사 기간에도 법무법인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모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60억 원이 사라졌다’ ‘확인되지 않은 지출이 수천만 원에 이른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선수협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되지 않은 얘기가 자꾸 흘러나오고 있다. 선수협에 직접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을 거쳤는지 묻고 싶다. 특정인이 의도를 갖고 흘리는 정보인지, 아닌지 판단부터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선수협 정기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회계사가 선수들을 상대로 특별 회계감사 내용과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브리핑에서 선수협 일부에서 주장하는 ‘사라진 돈’의 실체가 규명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사라진 돈의 행방을 찾자’는 측과 특별 회계감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측의 고발이 연이어 진행될 예정으로 전해지고 있다.
배지헌, 박동희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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