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 오지환 향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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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맥락적 흐름을 짚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팩트의 진위여부를 따지는 게 순리다. 앞뒤 관계는 파악하지도 않은 채 자극적인 단어만 나열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고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2년 동안 LG 내야수 오지환(29)을 향한 몇몇 매체들의 행위가 딱 그랬다.
오지환과 LG 구단이 20일 4년 40억원(계약금 16억원·연봉 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약 두 달 동안 온갖 잡음이 터져나왔다. “현재 유격수 포지션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선수”라는 현장 전문가들의 평가와 정반대로 현장을 찾지 않는 매체들은 오지환의 단점만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렸다. 엎친 데 덮친 겪으로 오지환 에이전트는 구단에 제안한 계약기간을 개인 SNS에 노출했다. 에이전트가 협상과정을 대중에 공개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악수를 뒀다. 오지환을 향한 비난여론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어쨌든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오지환에 대한 시장 평가도 막을 내렸다. 그만큼 이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이 있다. 병역기피를 비롯해 경찰야구단 해체, 그리고 오버페이 등 오지환을 향한 논란을 제대로 짚어볼 시점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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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당해 6월 11일 월요일에 결정됐다. 그리고 결정되기 전날인 6월 10일까지 오지환은 10구단 주전 유격수 중 가장 많은 282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00 OPS 0.764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유격수 중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낙점된 김하성(타율 0.312·OPS 870)에 이은 유격수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최종 엔트리 발표시점에서 오지환보다 높은 타율과 OPS를 기록한 유격수는 김하성이 유일했다. 2018년 6월 유격수 랭킹에서 김하성이 1위, 오지환이 2위라고 봐도 무방했다. 6월까지 실책 숫자에서도 오지환과 김하성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물론 단기전인 국제대회에 유격수만 두 명을 발탁한 것은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 이를 두고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선동열 감독은 “당초 계획은 주전 유격수로 김하성을 뽑고 내야 멀티가 가능한 허경민을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선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허경민이 허리 통증 부담을 안은 채 시즌을 치렀고 구단 측에서도 이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며 “아시안게임 특성을 고려해 김하성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을 몇 경기 쉬어가게 만드는 방향도 생각했다. 김하성이 휴식이 필요할 때 유격수로 내세울 수 있는 선수를 찾았고 오지환을 선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종 엔트리에 변화를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표팀 또한 2018 아시안게임 개막일을 2주 가량 앞둔 8월초 부상자에 따른 대체 선수만 선발했다. 오지환은 최종 엔트리 발표 다음날인 6월 12일부터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를 앞둔 8월 16일까지 217타석에 들어서 타율 0.246 OPS 0.749를 기록했다. 타율에서 하락폭이 컸지만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며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지환의 아시안게임 승선이 논란이 된 것은 대표팀의 전략과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탈삼진을 비롯한 오지환의 몇가지 기록만 맹목적으로 내세운 현장에서 볼 수 없는 매체들의 어뷰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과 병역 특례
2018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지환은 병역법에 따라 병역특례 혜택을 얻었다. FA 자격 행사도 약 2년 앞당겨졌다. 금메달 문턱이 낮은 아시안게임이 프로 선수들의 병역 특례 용도로 활용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몇 명은 대회에 앞서 현역입대영장까지 받아든 상태였다. 이 중 한 선수는 금메달이 확정된 후 그라운드를 뛰쳐나가며 “군대 안 간다!”라고 외쳐 취재진으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만일 2014 아시안게임이 인천이 아닌 해외에서 열렸다면 그는 병무청 제지로 대회 출전 가능성이 희박했다.
물론 그렇다고 오지환에게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2017년 11월 선동열 감독은 오지환과 박해민이 상무 입대가 아닌 2018 아시안게임 도전을 선택한 것을 두고 “이들의 이러한 행동이 부담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각자 포지션에서 최고 선수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대표팀 승선시 주전보다는 백업에 가까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보장하기는 힘들다는 뜻이었다. 오지환은 몇몇 선배들의 길을 고스란히 따라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2017시즌 막바지 LG 고위 관계자 또한 오지환에게 상무입대를 권유했다. 그는 2017년 12월 “이미 주전 유격수로 김하성이 낙점될 확률이 높다. 둘의 차이가 이제는 상당히 커졌다. 오지환이 김하성을 이기지 않은 한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표팀 발탁은 힘들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8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앞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정 기준에 변화를 줄 것을 발표했다. 2022 아시안게임에서는 전원 아마추어로 선수를 선발하거나 만 20대 초중반으로 나이제한을 둘 확률이 높다.
◇오지환과 무관했던 경찰 야구단 해체
2018년 9월 경찰 야구단 해체가 최종 확정되자 비난의 화살은 다시 오지환에게 향했다. 오지환의 엔트리 승선으로 인한 병역기피 논란이 경찰 야구단 해체를 이끌었다는 게 역시나 현장에서 볼 수 없는 매체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경찰 야구단 해체는 일찌감치 결정된 사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 의경·의무 소방을 비롯한 전환 복무제 폐지였고 공약은 고스란히 이행되고 있다. 경찰 야구단이 해체되기에 앞서 의경·의무 소방인원 또한 2022년 완전해체를 목표로 큰 폭으로 줄었다.
오지환은 경찰야구단에 지원한 전력도 있다. 2016시즌 후 경찰 야구단에 지원했고 경찰 야구단 유승안 감독 또한 오지환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그런데 당시 고위 정치인 자녀의 의경채용 논란이 거세지면서 경찰 야구단 채용 문도 좁아졌다. 오지환은 의무경찰 특기자 선발시험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의무경찰 선발시험 및 체력기준표 신체 기준에는 ‘시술 동기, 의미, 크기 및 노출 정도가 의무경찰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없는 자’라고 적혀있다. 경찰 측은 오지환의 문신이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문신 등의 사유로 경찰 야구단에 입대하지 못한 야구선수는 거의 없었다. 신체의 상당 부위를 문신으로 감싸지 않는 이상 문제 없이 통과했다”며 “갑자기 의경 채용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한 데에는 사회적 이슈와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과대평가와 과소평가가 공존하는 유격수 오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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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가치는 연봉으로 환산된다. 특히 FA 계약은 해당 선수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산정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이번 FA 시장이 열리기에 앞서 내야진이 약점인 몇몇 구단들은 오지환 영입을 고려했다. 과거 오지환과 한 팀에 있었던 수도권 A구단 고위관계자는 “이제 수비만 놓고 보면 사실상 정상급이다. 문제는 이미지다. 지난해부터 몇몇 언론의 포화를 맞으면서 구단 입장에서는 데려오기 부담스러운 선수가 되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삼킨 것으로 알려졌다.
LG 차명석 단장은 10월 중순부터 FA가 되는 오지환을 사수할 것을 강조했다. 차 단장은 10월 13일 “오지환은 무조건 잡을 것이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영입 경쟁 상대가 있으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상대가 부르는 금액보다 더 높여서 무조건 잡겠다”고 힘줘 말했다. 협상테이블 청사진도 어느정도 그려놓았다. 차 단장은 “영입경쟁이 붙을 경우 타구단이 오지환을 데려가기 위해선 50억원, 많으면 60억원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에이전트 또한 처음에는 70억원 정도를 제시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영입경쟁이 붙지 않더라도 우리가 가격을 깎을 마음은 없다. 오지환이 리그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우리팀에서 가치를 종합해서 계약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지환이 이번에 체결한 4년 40억원 보장 계약규모는 두산 김재호(4년 50억원)에 이은 역대 유격수 FA 2위다.
오지환을 향한 평가는 코치마다 차이가 크다. 주로 수비를 전문으로 하는 코치는 평가가 높고 타격 전문 코치에게는 평가가 낮다. 수비코치들 대다수는 A구단 고위관계자와 흡사한 평가다. 현역시절 국가대표 유격수를 맡았고 이후 박진만, 김상수 등 상위권 유격수를 지도한 LG 류중일 감독은 “현재 수비에서 오지환 만큼 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 굳이 최고를 꼽자면 김재호, 그 다음부터는 오지환도 충분히 들어간다”고 평가했다. 반면 타격코치들은 오지환의 스윙궤적을 문제 삼는다. 대체로 “타격 밸런스가 불안정하고 타격하는 면도 작기 때문에 헛스윙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오지환은 2016시즌 후반기 괴력을 발휘하며 20홈런을 터뜨리고 2019시즌 후반기에도 정확한 컨택 능력을 발휘하는 등 이따금씩 타격에서도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하지만 공수겸장 유격수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오지환에게 40억원을 투자한 FA 계약의 결과는 4년 후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오지환이 수비에서 안정감을 이어가고 타격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때 LG가 응시하고 있는 정상을 향한 거리도 짧아진다. 반대로 오지환이 앞으로도 반쪽짜리 선수로 남거나 기량저하를 겪는다면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는 데에 애를 먹을 것이다. 부정적 여론을 압도할 수 있는 기량을 보여줘야 하는 오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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