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장사→유소년 지도…'158km' 은퇴 투수 "내가 할 수 있는 일, 야구더라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신이 내린 선물’이다.”
야구를 하면서 공을 빠르고 강하게 던질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는 선수들이 있다. 노력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경지가 있다. 류중일 전 LG 감독은 강속구 능력에 대해 “신이 내린 선물이다”고까지 말했다. 야구인들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무대에서는 이러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지 않다. 외국인 투수를 찾을 때 시속 150km 이상 던질 수 있는지 꼭 확인하는 이유다. 메이저리그에는 시속 155km 이상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다.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안우진과 조상우(이상 키움) 정도 뿐이다.
# 비공인 160km 파이어볼러
시간을 조금 되돌려 보면, 이런 귀한 능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 있다. 2000년 2차 2라운드 9순위에 쌍방울의 지명을 받았지만, 신인 지명권이 SK에 넘어가면서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엄정욱(39)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0년부터 은퇴한 2015년까지 통산 171경기에 등판해 20승 18패 14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했다.
역대 KBO 무대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인물이 엄정욱이다. 그는 부상에 시달리며 꽃을 활짝 피우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래도 여전히 ‘파이어볼러’라 하면 엄정욱이 회자되곤 한다. 그의 공인 최고 기록은 시속 158km, 비공인 기록은 160km까지 나왔다.
현재 그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프로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부상과 재활의 반복 끝에 유니폼을 벗었고, 은퇴 직후에는 야구 관련 일을 하지 않았다. OSEN과 인터뷰에서 엄정욱은 “은퇴 후 야구판에 있을 생각이 없었다. 2년 넘게 지인이 운영하는 과일 가게에서 일을 배웠다”고 밝혔다.
엄정욱은 뿌리를 잊지 못하고 다시 공과 글러브를 잡았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엄정욱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결국 야구더라. 야구 교실을 차려보자고 결심했고,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운영한지 2년 정도 됐다. 지난 2018년 11월에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그 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SK 전 동료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한 시즌이 끝나면 후배들이 찾아와 운동을 하고 간다. 엄정욱은 “겨울에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다. 최근 문광은, 박희수, 백청훈 등이 운동하러 온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떠나 과일을 팔던 엄정욱은 이렇게 다시 야구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 유소년은 즐겁게, 스스로 하도록 흥미 유도
현역 시절 모두가 부러워하는 ‘파이어볼러’였지만, 부상으로 수술대에 여러 차례 오르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꿈나무들은 건강하게 만들어주려는 생각으로 가르친다.
엄정욱은 “특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기에는 꾸준히 배우고, 야구를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점을 늘 생각하면서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려고 한다. 흥미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억지로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직접 해보고 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의 기억에 ‘부상’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엄정욱은 “부상 뿐이었다. 질렸다. 힘든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수술을 4번이나 했다. 아프지만 안았다면…”하고 아쉬운 시간을 되돌아봤다. 엄정욱은 팔꿈치에 탈이 나 뼛조각 수술로 고생을 했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조심스럽다.
하지만 겁난다고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엄정욱은 “요즘 공 회전 수 등 좋은 참고 자료들이 많이 있지만, 결국에는 직접 땀을 흘리면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엄정욱은 SK 시절을 함께 보냈던 홍명찬 코치(전 백송고 코치)와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0시즌 종료 후 은퇴한 윤희상(전 SK)도 합류했다. 홍명찬 코치가 타격/수비를 맡고, 윤희상이 투수 파트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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