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이 뭐기에' 폭동장이 된 축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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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이 뭐기에' 폭동장이 된 축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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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호나우두·히바우두 뛰었던 ‘명가’
ㆍ브라질 크루제이루 2부로 떨어져
ㆍ팬들 난동에 후반 40분 경기 종료
ㆍK리그 제주·경남도 후폭풍 시끌 


어린이들은 성난 어른들의 폭동을 피해 도망쳤다. 울면서 도망치는 아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경기장을 부수는 팬, 이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는 무장한 군인들까지.

지난 9일 브라질 미네이랑 경기장은 아수라장과 같았다. 홈팀 크루제이루가 파우메이라스에 두 번째 골을 내줘 0-2가 되자 홈팬들의 거센 난동이 시작됐다. 그라운드 안에까지 경기장 집기가 날아들었고 팬들은 흥분을 삭이지 못했다. 결국 주심은 안전을 이유로 후반 40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크루제이루는 이날 경기 패배로 리그 17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창단 98년 만에 사상 처음 2부리그로 강등됐다. 홈팬은 명가의 자존심이 몰락한 것을 참지 못했다. 올 시즌 불거진 구단 수뇌부의 부패 스캔들, 이후 바닥으로 떨어지며 감독을 4명이나 바꾸는 초유의 사태 속에 강등이라는 현실이 다가오자 분노가 폭발했다. 성난 팬들은 관중석의 의자를 뜯어내 던지고 화장실 유리와 TV 모니터 등을 파손했다. 경기 후에도 그라운드 밖에서도 폭동이 이어졌다. 팬들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지고 난동이 이어지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슈퍼스타 호나우두가 데뷔했고 히바우두, 마이콘 등 숱한 스타들이 뛰었던 명가 크루제이루는 이제 2부리그로 떨어졌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준결승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하며 ‘미네이랑의 비극’을 낳았던 이 경기장은 또 한번 비극의 역사를 남겼다.

승강제가 있는 프로축구에서 강등의 비극은 상상 이상의 후폭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홈팀이 무기력하게 하위리그로 떨어지는 것을 본 팬들의 상실감과 안타까움은 이처럼 상식을 넘어서기도 한다.

국내 K리그도 올 시즌 강등된 두 팀의 후폭풍이 적지 않다. 창단 후 처음으로 2부리그로 강등된 제주 유나이티드는 홈팬들이 성명서를 발표해 구단에 쇄신책을 주문하고 구단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FC는 이 경기 후 성난 팬이 그라운드에 난입하고 김종부 감독은 심판진에게 폭언을 하기도 했다.

팀이 2부리그로 떨어지면 팬심이 흔들리고 구단은 예산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주축 선수들이 많이 떠나면서 더 큰 침체에 빠지기 쉽다. 2부리그 강등은 더 큰 고난과의 싸움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팬도, 선수도, 구단도 그렇게 애타게 잔류를 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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