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것도 아닌데' 한화, 왜 대만 4점대 투수 영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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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것도 아닌데' 한화, 왜 대만 4점대 투수 영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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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이언 카펜터 /CPBL 홈페이지

[OSEN=이상학 기자] 한화는 왜 대만리그의 4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를 영입했을까. 

한화는 2021년 외국인 투수로 우완 닉 킹엄(29)과 좌완 라이언 카펜터(30)를 영입했다. 올해 SK에서 부상으로 2경기만 던지고 방출된 킹엄 영입도 모두를 놀래킨 깜짝 결정이지만, 대만에서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카펜터 영입도 예상 밖이었다. 킹엄의 경우 ‘건강하면 좋은 투수’라는 평가가 다수이지만 카펜터에 대해선 의문의 시선이 가득하다. 팬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한화도 이 같은 반응을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소신껏 계획대로 밀어붙였다.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출신의 196cm 장신 좌완 투수 카펜터는 눈에 띄는 커리어를 보내지 않았다. 2018~2019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메이저리그 2시즌을 경험했지만 15경기(14선발) 2승8패 평균자책점 8.57에 그쳤다. 마이너리그에서도 9시즌 통산 185경기(158선발) 50승61패 평균자책점 4.48을 기록하며 꾸준하게 선발로 던졌으나 크게 특출나진 않았다. 

올해는 대만프로야구에서 뛰었다. 라쿠텐 몽키스에서 26경기(25선발) 157⅓이닝을 소화하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4.00 탈삼진 150개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지만 4점대 평균자책점은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몸값도 총액 50만 달러. 구단에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저렴한 선수를 영입했을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마이너리그가 전면 취소되면서 외국인 선수 영입의 폭이 줄었다. 한화는 일본과 대만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러던 중 카펜터를 체크했다. 카펜터는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좋은 날 최고 147~148km까지 나온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대 초중반으로 빠르지 않지만 196cm 장신에서 내리 꽂는 체인지업·커브 등 변화구를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코너워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췄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렇다면 왜 평균자책점이 4.00이었을까. 대만은 리그 전체 타율이 2할9푼9리에 달할 정도로 극단적인 타고투저 무대다. 리그 평균자책점은 5.27. 팀도 4개밖에 없어 같은 타자들을 자주 만나는 투수들이 불리한 환경이다. 스트라이크존마저 좁다.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가 6명밖에 없고, 카펜터는 평균자책점 4위에 올랐다. 4점대라도 크게 나쁘지 않은 수준. 이 부문 1~2위 호세 데폴라(3.20), 헨리 소사(3.38)도 3점대였다. 

기록보다 내용에 주목한 건 한화만이 아니었다. 몇몇 일본 팀들도 카펜터에게 관심을 보였다. 대만 소속팀 라쿠텐도 카펜터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경쟁이 붙었지만 한화는 총액 50만 달러로 대만에서 월봉 2만 달러 수준을 받던 카페터를 잡았다. 한화는 “외국인 선수도 2군에 갈 수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1군에서 풀로 기회를 줄 수 있다. 여기서 성장하면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다”며 카펜터를 설득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 동기부여가 되어있는 카펜터의 절실함도 성공의 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리그 외국인 중 가장 낮은 몸값과 하위리그 대만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란 점은 카펜터에 대한 기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도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외국인 투수 영입”이라며 기교파에 가까운 카펜터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3일부터 메이저리그 논텐더로 수준급 선수들이 FA 시장에 풀리지만 한화는 서둘러 외국인 투수 영입을 마무리했다. 너무 빠르게 일을 마무리한 감이 없지 않다. 항간에선 구단 예산 절감 차원의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지만 한화는 이를 부정한다. 재정 문제를 떠나 1년 실전 공백이 없는 선수, 선발 경험이 풍부한 선수, 키 큰 좌완이라는 영입 기준을 잡고 카펜터를 영입했다. 

여러모로 부담이 큰 결정이지만 몸값이나 경력이 성공을 보증하진 않는다. 올해 KBO리그 평균자책점 1위(2.14)를 차지하며 키움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에릭 요키시의 2019년 첫 해 연봉도 50만 달러에 불과했다. 케니 레이번, 쉐인 유먼, 미치 탈보트 등 대만을 거쳐 KBO리그에서 10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들도 있었다. 모험을 택한 한화의 결정이 내년 시즌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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