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책 쓰기·카레이서 도전 '김바쁨'..모두의 끝엔 한화와 새 출발 '김설렘'
은퇴 후 더 분주한 '별명 부자' 김태균
[경향신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태균이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김은퇴·김해설 넘어 새 별명 계속
그만큼 ‘해보고 싶었던 일’ 만끽
한화 ‘어드바이저’ 역할 앞두고
이 모든 변화는 팀을 위한 재충전
별명이 많아 ‘김별명’으로 불렸던 김태균(38)의 현역 마지막 별명은 ‘김은퇴’였다. 별명이 더 이상 안 붙을 것 같다고 스스로 짠해하던 모습과 다르게 은퇴 후 첫 별명은 여지없이 붙었다. ‘김해설’이다. 김태균은 지난 17일과 18일 LG유플러스의 한국시리즈 1, 2차전 중계부스에 앉으면서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은퇴하면 허무함이 밀려올 줄 알았는데 김태균의 일상은 현재 연예인 못지않게 바쁘다. 별명으로 표현하자면 ‘김바쁨’ ‘김비지(busy)’다. 계속 불러주는 인터뷰와 TV, 라디오 출연에 응해야 하고 실제 그를 내년 시즌 해설위원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미팅도 갖고 있다. 그리고 야구인생 30년을 정리하는 책을 출간할 욕심에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고, 선배 양준혁처럼 자선재단을 만들어볼 생각도 있다.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할 준비를 하고 있고, 차를 좋아해 바쁜 일정이 다 끝나면 카레이서로 도전해볼 생각도 있다.
대전과 서울을 바삐 오가고, 너무 바빠 서울 근교 호텔에 임시로 짐을 풀어놓고 지내는 상황이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하다. “이렇게 잠을 편하게 자고 일어나는 날이 언제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홀가분하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끝없는 승부의 나날에 스스로를 던져왔던 김태균은 나이 마흔을 앞두고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 요즘은 잠이 안 오면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보기도 하고, 고요한 밤이 선사하는 평온을 맛보고 있다.
김태균은 “생긴 것에 비해 예민한 성격이라 선수 때는 잠을 잘 못 잤다. 불면증도 있었는데 시즌 때는 그래도 정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야 해 수면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 별짓을 다 했던 것 같다. 8시간은 자줘야 하니까 클래식도 듣고, 향도 피워놓고, 아로마도 해보고 그랬다”며 “나이가 드니 어느 순간부터는 수면시간을 지키는 게 힘들었다. 나중에는 포기하게 됐는데 또 다음날 경기에 지장이 조금씩 생기더라”고 했다.
2010~2011년 일본 지바 롯데에서 뛸 때를 빼면 2001년부터 19년 동안 한화의 4번타자로 살았다. 통산타율 0.320에 2209안타와 311홈런, 1358타점, 출루율이 0.421에 이르는 대기록을 남겼지만 그의 프로생활은 끊임없이 자신과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낮에 상대하는 상대 투수들보다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밤에 마주하는 자신이 더욱 두려웠다.
김태균은 “보통 안 맞으면 새벽 2~3시까지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를 안고 자기도 했는데 지난해 혼자 두 시간 넘게 배팅훈련을 하다가 아무도 없는 실내연습장에서 힘들어 주저앉은 나를 봤다”며 “‘순간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렇게 훈련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모습도 피로로 다가오더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지만 나랑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한 집착, 승부욕이 없었다면 지금의 김태균은 없었다. 그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체력과 정신력을 다 쏟아부었기에 그라운드를 떠난 지금, 아무런 미련이 없다. 오히려 인생에서 야구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밀물과 같이 다른 희망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운동도 즐겁게 해볼 참이다. 대전에 있는 절친 헬스관장과 함께 몸을 가꾸는 운동도 시작했다. 108㎏인 현재에서 딱 10㎏만 감량하는 게 목표다.
김태균이 맞는 이 모든 변화는 사실 한화라는 팀을 위해서다.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 보직은 마냥 팀의 주장, 맏형과는 다르고 그렇다고 플레잉 코치와도 다르다. 최근 팀의 대대적인 선수단 정리를 바라본 그는 팀 후배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생각해오고 있었다.
김태균은 “같이하던 선수들의 방출소식이 아쉬웠다. 하지만 야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새로운 시작이 또 있을 거니까 응원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화는 내게 ‘집과 같은’ 팀이었다. 선수들도 좋고, 스태프도 좋았고, 프런트도 좋았지만 성적이 왜 안 좋았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제 남은 젊은 선수들도 그동안 고참들의 보호 아래 있었다면 이제 스스로 책임감 있게 팀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명감을 갖고 움직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O 리그 역대 최고의 우타자로 시간은 끝났지만 김태균의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설레는 새로운 출발점을 앞두고 있다.
그의 지금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별명은 ‘김설렘’이 아닐까.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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