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해진 FA…2차 드래프트에도 밀린 FA 시장
▲ 왼쪽부터 안치홍 전준우 오지환. ⓒ스포티비뉴스 DB
FA 시장에서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간이 있던 시절, 각 구단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FA 영입전을 펼쳤다.
탬퍼링(tampering·사전 접촉) 규정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구단들은 원하는 선수가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접촉했고 미리 도장을 받아 두었다.
모 구단은 사인을 받은 뒤 사흘 동안 골프만 36라운드씩 3일을 선수와 함께 돌기도 했다. 원 소속 구단과 만남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탬퍼링 규정을 지키는 구단이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원 소속 구단 협상 마감일이 지나고 날짜가 바뀌는 자정 이후 계약 보도 자료가 많이 나왔던 이유다. 선수들의 소감도 한결같았다. "마음으로 다가와 줬기에 사인을 하게 됐다."
현재 FA 시장에 비춰 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올 스토브리그의 FA 시장엔 찬바람만 불고 있다.
시장이 열린 지 열흘이 지났지만 계약 소식은 한 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이적이 유력해 보이던 키움 포수 이지영의 계약이다.
그만큼 타 팀에서 영입 의사를 가질 만한 대형 FA가 없다는 뜻이다. 꼭 필요한 선수가 있었다면 벌써 몇 건의 계약 발표가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물밑 움직임도 잘 감지가 되지 않고 있다.
많은 구단들이 FA 계약을 2차 드래프트 이후로 미루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A 구단 단장은 "일단 2차 드래프트 결과를 먼저 지켜보려 한다. 우리 취약 포지션을 메울 수 있는 선수가 나오면 잡는 것이 우선이다. 2차 드래프트가 끝난 뒤 FA 시장에 나설지 말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 구단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구단이 2차 드래프트 이후로 FA 영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 전에 다른 팀에서 선수를 영입해도 할 수 없다는 자세다. 내부 FA와는 협상을 이어 가고 있지만 외부 FA 영입에는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2차 드래프트는 오는 20일 열린다.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았지만 서두르는 구단은 없다.
2차 드래프트는 40인 보호 선수 외 선수를 지명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성공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전력 보강의 첫 번째 순서는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FA는 이 2차 드래프트에도 밀려 있다. 그만큼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몸값을 높이 점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부 FA에 대한 예우 차원의 결정은 나올 수 있지만 경쟁이 붙어 몸값이 치솟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초라해진 FA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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