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이 점찍은 유망주에서 무리뉴의 남자로
지난 10월 유로파리그 당시 호이비에르의 모습. 그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토트넘의 중원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 로이터 연합뉴스
토트넘에서 뛰는 덴마크 출신 미드필더라고 하면 작년까지만 해도 자연스럽게 크리스티안 에릭센(28)의 이름이 나왔다. 델리 알리와 손흥민, 해리 케인과 함께 ‘DESK(델리·에릭센·손흥민·케인의 앞글자를 딴 별명) 라인’을 이루며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결승행을 이끌었던 에릭센은 올해부터 인터밀란(이탈리아)에서 뛰고 있다.
그리고 올 시즌 새로운 덴마크 미드필더가 ‘토트넘의 엔진’ 역할을 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우스햄턴(소튼)에서 활약하다가 지난 8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25)다.
호이비에르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0팀 선수 중 가장 많은 패스(589개)를 한 선수다. 볼 터치 횟수에서도 669개로 전체 3위다(전체 1위는 리버풀의 앤드류 로버트슨의 704개). 호이비에르를 빼놓고 토트넘의 볼 흐름을 논할 수 없다. 특히 긴 패스를 통한 빌드업에 능하다.
탁월한 후방 조율 능력을 보여주는 미드필더 호이비에르는 185cm의 좋은 체격을 바탕으로 대인 마크와 공중볼 경합, 몸 싸움 등에서 좋은 능력을 보여준다. 상대 공을 빼앗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올 시즌 태클 성공 횟수(17개)에서 11위에 올라 있다. 리그 태클 1위는 26개의 알랑(에버턴)이다.
공·수에서 이렇게 전방위적 활약을 펼치니 조제 무리뉴 감독도 호이비에르를 벤치에 앉히기 어렵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7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다. 유로파리그와 리그컵까지 합하면 벌써 10경기에 나섰다.
호이비에르는 2일 브라이턴(2대1 승리)전에서도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디. 토트넘 팬들은 구단 SNS에서 진행한 투표를 통해 호이비에르를 브라이턴전 MOM(Man Of the Match)으로 뽑았다. 44.7%의 득표율로 이날 결승골을 기록한 가레스 베일(35.9%)을 제쳤다.
무리뉴의 남자로 떠오른 호이비에르는 또 다른 명장 펩 과르디올라(현 맨체스터 시티)가 점찍은 유망주였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덴마크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시절 덴마크 1부 명문 코펜하겐과 브뢴비 유스 시스템을 거친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며 덴마크 최고 유망주로 떠오른 17세 호이비에르를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데려갔다. 그는 2012~2013시즌에 그라운드를 밟으며 바이에른 뮌헨 사상 분데스리가 최연소 데뷔 기록(17세251일)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다비드 알라바를 넘어선 기록이었다.
2013~2014시즌부터 펩이 뮌헨 지휘봉을 잡았다. 명장 아래서 최고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꾼 기대주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2014년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다.
당시 호이비에르가 아버지의 병환을 펩에게 알렸을 때 펩은 울면서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제 컨디션을 찾기 어려웠던 그는 결국 2015년 1월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됐다.
애당초 10대 소년이 빅클럽 뮌헨에서 자리를 잡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뮌헨에서 포지션 경쟁자는 토니 크로스, 티아고 알칸타라, 하비 마르티네스 등이었다.
그는 그해 8월엔 임대로 샬케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레온 고레츠카 등에 밀려 출전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호이비에르는 시간이 흐른 뒤 소튼에서 활약할 당시 “펩을 좀 더 늦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펩은 내가 만난 최고의 스승이었다”며 “그에게 정말 많이 배웠지만 나는 당시 너무 어렸고 기본기와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펩은 나에게 과분한 스승이었다. 10대 시절이 아니라 23세일 때 펩을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이비에르는 스물한 살이던 2016년 여름 소튼으로 이적했다. 첫 두 시즌엔 프리미어리그의 높은 벽에 다소 고전했지만, 랄프 하젠휘틀 감독과 함께한 2018~2019시즌 잠재력을 터뜨렸다. 프리미어리그에만 31경기에 나서 4골 4도움을 기록했다. 2019~2020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 33경기에 출전해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호이비에르가 리그 최정상급 미드필더로 떠오르면서 이적설이 끊임없이 나왔다.
호이비에르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0팀 선수 중 가장 많은 패스를 한 선수다. / AP 연합뉴스
호이비에르는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료 1500만 파운드(약 220억원)에, 2025년까지 5년 계약으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당시에는 이적료가 비싸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현재 활약을 보면 ‘염가 계약’이라는 것이 토트넘 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토트넘은 올 시즌 호이비에르의 활약에 힘입어 현재 리그 2위(4승2무1패·승점14)에 올라있다. 선두 리버풀(5승1무1패·승점16)과 두 점 차이다. 무리뉴 감독이 부임 2년차에 눈부신 성적을 올린 역사를 감안한다면 리그 우승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가능하다.
무리뉴는 포르투 시절 두 번째 시즌(2003~2004)에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메이라리가 우승, 첼시 때는 두 번의 두 번째 시즌(2005~2006, 2014~2015)에 모두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인터밀란 시절엔 부임 2년차(2009~2010)에 챔피언스리그와 세리에A,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휩쓸며 트레블의 위업을 달성했다.
레알 마드리드 때도 두 번째 시즌(2011~2012)에 라 리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부진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때도 2년차(2017~2018)에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무리뉴 2년차는 진리’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까. 그 열쇠를 쥔 호이비에르의 발끝에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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