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에 빠진 대만..멕시코 감독, 일본 심판까지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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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에 빠진 대만..멕시코 감독, 일본 심판까지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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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언론들은 16일 일제히 침통한 톤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한 사실을 전했다. 빈과일보는 '대만 올림픽위해 돌진했지만 미국에 1점차 패배로 4강 인연 없다. 최종 6강전 한 자리를 높이 멀리 바라본다'고 보도했다(상단 왼쪽). 자유시보는 '일구실혼. 프리미어12 도쿄올림픽 관문열기 실패'라고 전했다(상단 오른쪽). 연합보는 '남한 도쿄올림픽으로 전진. 대만 4강 인연 없다'는 제목을 뽑았다(하단 오른쪽). 대만 언론들은 숙적으로 여기고 있는 한국의 올림픽 티켓 확보 소식도 비중 있게 다뤘다. ⓒ타이베이(대만), 김윤석 통신원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윤석 통신원] "멕시코의 성급한 투수교체가 대만의 희망까지 날려버렸다."

엄청난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대만 경기도 아니었지만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멕시코-한국전은 대만 내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대만인들은 일방적으로 멕시코를 응원했다.

그러나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을 확보하려고 한 대만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4강 진출에도 실패하자 대만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그러자 팬들은 물론 언론까지 나서서 여기저기에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 한국전에서 패한 멕시코 감독의 투수 교체 실패까지 거론하며 흥분했다.

▲ 대만 선수들이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한 뒤 대만 팬들에게 인사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일본), 곽혜미 기자

대만은 이에 앞서 열린 미국전에서 6회말 후진롱의 솔로홈런으로 2-1로 앞서 나가다 7회초 브렌트 루커에게 2점홈런을 맞고 2-3 역전패를 당했다. '최강 은행원'이라고 불리는 실업팀 합작금고 출신 투수 우셩펑이 선발로 나서 6.2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으며 잘 던지고도 마지막에 통한의 역전 투런포를 맞아 1점차로 패하면서 1승3패를 기록하게 돼 자력으로는 희망이 없어졌다.

그러자 멕시코를 더욱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멕시코와 일본에 다 패하고, 대만이 호주를 이기면 3위 결정전에서 다시 한국과 올림픽 진출권을 놓고 겨룰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혐한(嫌韓) 감정'이 많은 대만으로선 도쿄올림픽 티켓까지 걸렸으니 자국 경기도 아니지만 멕시코를 열렬히 응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가 2-0으로 앞서 나가다 5회말에 한꺼번에 7점을 주면서 3-7로 역전패하자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본 대만 네티즌들은 멕시코 감독을 비난하기 바빴다. 잘 던지던 선발투수를 내리고 벌떼 작전을 통해 한국 타자를 이겨내려 했지만, 오히려 뒤에 나온 불펜투수들이 줄줄이 난조를 보이며 결국 5회에만 무려 7점이나 내줬기 때문이다.

▲ 한국이 15일 멕시코를 7-3으로 꺾자 대만 포털사이트 야후 스포츠 메인 화면에 걸린 톱기사. '멕시코 투수진이 실력 발휘 못해 한국에 지면서 대만 올림픽 출전 경쟁에서 사전 탈락'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오직 한국의 패배만 지지한다(唯一支持韓國輸)."

이날 대만 최대 야구 커뮤니티 게시판인 PTT에서는 경기 전부터 이런 글이 도배를 이뤘다. 내년 1월 11일에 열리는 대만의 총통 선거에 국민당 총통 후보자로 나온 한궈위 후보를 지지하는 그룹이 만든 구호가 '오직 한궈위만 지지한다(唯一支持韓國瑜)'인데, 여기에서 단 한 글자만 바꿔 '오직 한국의 패배만 지지한다(唯一支持韓國輸)'로 바꾼 문구다. 마지막 글자 '위(瑜)'가 패배하다란 뜻을 가진 ‘수(輸)’와 모습이 비슷한 데서 착안된 구호였다. 이 문구는 이번 대회 한국전이 열리기 전부터 대만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경기가 시작된 후 상황에 따라 대만 야구팬들의 감정은 실시간으로 변했다. 멕시코가 5회초 먼저 2점홈런으로 앞서나가자 게시판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가 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멕시코 형님"이라 부르며 찬양하고, 대만의 올림픽 진출 희망을 외쳤다. 그러나 5회말 멕시코 선발투수가 바뀌고 이어 올라 온 투수들이 계속 무너지자 대만 팬들은 멕시코 감독을 거침없이 비난하기 시작했다. 김하성 타석 때 스트라이크 비슷한 공을 주심이 잡아주지 않자 "대만과 일본의 우호가 깨졌다"며 이날 주심을 맡은 일본인 심판을 맹비난했다.

대만 언론들도 이번 대회에서 일희일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기사는 '김경문 감독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연합보> 기사였다. 기사를 접한 홍이중 감독은 "야구가 그런 것이다. 한 경기로 나라 전체가 웃고 울고, 감독은 때론 영웅이 되거나 혹은 개만도 못한 취급도 받는다. 이렇게 경기가 길어지면 많은 걸 생각하느라 잠도 설치고, 혹여 지기라도 하면 스스로 욕먹을 준비를 잘 해야 한다"라면서 상대한 김경문 감독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고 했다.

<싼리> 신문은 김경문 감독이 한국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수준 높아진 대만 야구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한 부분을 대만에 소개해 <야후 스포츠> 코너의 높은 순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 어떤 대만 언론은 내용을 자극적으로 꾸며서 대만 야구팬을 선동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김경문 감독이 "대만과 호주를 의식하기보다는 내일 있는 미국과 첫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싶다"라고 말한 부분의 뜻을 살짝 왜곡해 "한국 감독 김경문, 대만 호주는 상관 않는다. 우리의 상대는 미국이다"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마치 김 감독이 대만과 호주를 무시한 것처럼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해 많은 대만 네티즌들이 한국을 성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김경문 감독이 대만의 실력을 인정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더 큰 주목을 받으며 높은 순위에 올랐던 것이다.

▲ 한국 선수단이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멕시코전에서 승리하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도쿄(일본), 곽혜미 기자

이런 대만인들의 바람과는 달리 한국이 멕시코를 꺾으면서 대만의 꿈은 산산이 깨졌다. 16일 아침 대만의 각 신문들은 침통한 분위기의 논조로 대만이 도쿄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실패한 사실을 보도했다.

<자유시보>는 '한국이 멕시코를 이기고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면서 대만의 희망은 사라졌다'면서 '이제 남은 한 자리는 내년 4월 1일부터 5일까지 대만 타이중에서 열기로 확정된 6강전에서 결정난다'고 보도했다. 6강전은 패자부활전 성격의 세계예선을 일컫는다. 현재 대만, 중국, 네덜란드 3개국은 참가 자격을 얻었다. 여기에 아메리카 지역 2·3위 팀과 오세아니아주 자격전 우승팀(호주일 가능성이 가장 큼)이 참가하게 된다.

문제는 일정이다. 대만프로야구 2020시즌 개막 후 이 대회가 열리기에 개막을 하자마자 대만프로야구 리그의 중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장샤오칭, 후즈웨이 등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천관위, 장이, 왕보롱 등 대표팀 핵심 선수가 해당 리그 일정상 4월 초 대표팀 소집에 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자유시보>는 '남은 한 자리의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게 전혀 쉽지 않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 마지막 기회인 세계예선이 있기에 대만에게 아직 올림픽 진출의 희망은 남아 있다. 이 때문인지 대만 내에서 현 대표팀이나 연맹, 혹은 감독과 선수 구성 등에 대한 비판 기사는 드물다. 아직까지 대부분 "잘 싸웠다", "분투했다" 등 좋은 이야기가 주를 이룰 뿐, 비난의 내용이나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숙적' 한국을 7-0으로 시원하게 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내년 4월 초에 열리는 최종 6강전에서 올림픽 진출이 무산된다면 대만 미디어와 팬들은 매우 가혹하게 변할 가능성이 크다. 야구가 국기인 대만이기에 더욱 그렇다.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윤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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