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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이닝 채우고 싶은 투수, 만류한 감독대행 "평가는 나중에 받겠다"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민우(한화)는 “다른 목표는 없다. 규정이닝을 꼭 던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팀이 잔여 9경기를 남겨놓은 상황, 132⅔이닝을 던진 김민우가 2~3경기 추가 등판하면 144이닝 규정이닝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김민우의 2020시즌은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을 끝으로 종료됐다. 부상 때문이 아니다. 관리 차원에서 최원호 감독대행과 구단 그리고 선수 본인이 논의 끝에 ’셧다운’을 결정했다. 

최원호 대행은 “지난해 68이닝을 던진 김민우를 올해 어느 정도 선에서 끊는 게 좋을지 구단과 상의했다. 선수 본인은 시즌 끝까지 계속 던지고 싶어 했지만 설득했다. 이번주 두산전에서 잘 던지면 마무리하고, 안 좋으면 한 번만 더 던지고 끝내자고 했다. 두산전에서 잘 던진 만큼 시즌을 종료하고 이제 회복 훈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만 25세 젊은 투수로 어깨 부상 전력이 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앞서 장시환도 김민우와 똑같은 132⅔이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적잖은 투수들이 달고 다니는 팔꿈치 뼛조각을 안고 있었던 장시환은 통증이 지속되자 지난 9일 대전 키움전을 끝으로 수술을 결정했다. 지난해 롯데에서 보직 전환한 뒤 올해 한화에 와서 풀타임 선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장시환도 데뷔 첫 규정이닝을 목표로 개인 최다 이닝을 소화했지만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부상이 없는 김민우도 그렇고, 장시환도 통증을 조금 다스리면 시즌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목표로 세운 규정이닝 달성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최원호 대행은 “올해만 야구할 게 아니다. 내년 준비도 해야 한다. 로테이션을 몇 년 돌아본 선수들이라면 몰라도 두 선수 모두 선발 경험이 많지 않다. 김민우는 풀타임 첫 시즌이다. 두 선수가 내년에도 좋은 역할을 하려면 미리 휴식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OSEN=잠실, 지형준 기자]경기를 마치고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이 김민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최하위 팀이 내년을 바라봐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현장에서 이런 결정을 하긴 쉽지 않다. 눈앞의 성적을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대행 신분이긴 하지만 탈꼴찌 기회가 왔던 최 대행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지도자는 무엇보다 성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게다가 한화는 채드벨이 팔꿈치 수술을 위해 웨이버 공시되는 등 가뜩이나 투수, 특히 선발 자원이 모자란 상황이다. 

하지만 개인 욕심을 내려놓고 한화의 미래 기틀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는 최 대행은 “김민우와 장시환이 관리 잘 받고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차피 평가라는 건 세월이 지나서 하는 것이다. 나중에 좋은 평가를 받으면 된다”면서 허허 웃었다. 올해 한화의 큰 수확이자 위안거리인 김민우와 장시환이 내년에도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지킨다면 최 대행의 결정도 더 크게 빛을 발할 것이다. 

한편 기존 선발 자원들이 대거 빠진 한화는 새 얼굴에게 기회를 준다. 17일 대전 삼성전 더블헤더 2차전 선발투수로 대졸 신인 장웅정을 내세운다. 동국대 출신 우완 투수로 2차 5라운드 48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올해 퓨처스리그 성적은 12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3.60. 최고 141km 직구에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지는 투수다. 

최 대행은 “내야수 출신으로 대학에 와서 투수를 늦게 시작했다. 구단 스카우트팀이 미래 가치를 보고 지명한 선수로 겨울 2군 캠프 때 보니 상당히 열심히 하더라. 최근 2군에서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만큼 1군에서 한 번 보고 평가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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