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 "제대로 붙으면 걔<동생 허훈>는 나한테 안돼요"
프로농구 전승선두 DB 전력의 핵
지난 시즌 동생에 이어 MVP 욕심
둘 다 허재 따라가려면 아직 멀어
다음 번 형제 맞대결은 11월 19일
“(허)훈이는 제게 털릴까 봐 일부러 쉰 것 같아요.”
프로농구 원주 DB 가드 허웅(27)이 친동생 허훈(25·부산 KT)을 장난스럽게 ‘저격’했다. 허훈은 13일 2020~21시즌 DB-KT 전에 허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허씨 형제’ 맞대결이 불발됐다. 허웅은 이날 4쿼터에서 고비마다 폭발하는 등 16점을 넣어 승리를 이끌었다. 15일 원주체육관에서 만난 허웅은 “(이상범) 감독님이 ‘형제가 맞대결마다 번갈아가며 빠진다. 짜고 치냐’고 하셨다”며 웃었다.
‘농구대통령’ 허재(55)의 두 아들이 마지막으로 리그에서 맞붙은 건 2018~19시즌이다. 지난 시즌에는 교대로 다쳐 맞대결이 불발됐다. 2019년 2월의 두 차례 맞대결에선 형이 동생을 한 수 가르쳤다. 허웅은 “이번 맞대결 전에 훈이를 만났다. 허리 근육이 올라왔더라. ‘시즌 길게 보고 무리해 뛰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티격태격해도 우애가 깊다. 허웅은 “사우나도 같이 가고 비타민도 나눠 먹는다. 훈이가 최근 외제 차를 협찬받았는데, 내 얘기도 해주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지난 시즌 동생은 리그 최우수선수(MVP)였다. 허훈은 프로농구 첫 ‘20점-20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20일에는 DB전에서 3점슛 9개를 연속으로 성공시켰다. 허웅은 “훈이가 남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제가 그 경기에 부상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절대로 3점슛은 그렇게 못 넣었을 거라 장담한다. MVP 수상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 시즌에는 형 허웅이 MVP급 활약이다. DB는 개막 후 3연승으로 선두다. 오누아쿠가 갑자기 합류하지 않았지만, 두경민 등 가드진 활약이 좋다. 특히 허웅은 지난달 25일 개막전에서 서울 삼성을 상대로 4쿼터에만 10점을 몰아쳤다. 허재 선수 시절처럼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뜨리는 ‘클러치 슈터’다. 허웅은 “나와 훈이 모두 승부처에서 피하려 하지 않는다. 지는 것도 싫어한다. 하지만 아빠는 클러치 상황 뿐만 아니라 항상 잘했다.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허웅은 큰 수술을 받았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왼발 바깥쪽 인대가 안 좋았다. 우승 욕심에 주사를 맞고 뛰었다. 시즌 후 안쪽 인대까지 파열됐다. 다른 사람 인대를 안쪽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한 달간 깁스했고, 재활 끝에 지난달 1일 복귀했다. 그래도 체지방 7%대를 유지했고, 오히려 근육량을 늘려 체중이 7㎏ 늘어난 84㎏이 됐다.
동생과 유튜브 채널 ‘코삼부자’를 운영하고 있다. 배우 천정명을 닮아 ‘원주 아이돌’로 불리는 허웅은 “훈이는 호불호가 갈리는 얼굴이다. 구독자 중 내 지분이 80%다. 농구도 알리고, 여자친구도 공개하는 등 팬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간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연봉은 허훈(3억4000만원)이 허웅(2억6000만원)에 앞섰다. 허웅은 “더 잘해 내년에 역전하면 된다”고 말했다. MVP 욕심에 대해서는 “우승하면 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우승을 꼭 하고 싶다. MVP도 욕심난다. 더 노력해서 훈이에 이어서 받겠다”고 말했다.
DB는 이번 주말 KGC, SK 등 강팀을 상대한다. 허웅은 “(김)종규 형이 족저근막염으로 2주 정도 빠진다. 돌아올 때까지는 앞 선에서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형제간 다음 맞대결은 다음 달 19일이다. 허웅은 “제대로 된 몸 상태로 맞붙고 싶다. 걔는 나한테 안 된다. 맞대결에서 진 적이 없다”며 웃었다.
원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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