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배영수(왼쪽)가 지난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우승한 뒤 정운찬 KBO 총재와 셀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런 일이 나한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나한테!”

두산 베테랑 우완 배영수(38)가 지난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기자들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지난해 말 은퇴가 아닌 방출을 선택하고 시장에 나왔던 배영수에게 2019년은 그 자신도 믿지 못할, 감격스러운 해피엔딩을 선사했다.

배영수의 한국시리즈 4차전 마무리 등판은 우연이 낳은 결과였다. 코칭스태프의 착오로 우완 이영하가 이날 미출장 선수로 지정돼 경기에 나올 수 없었다. 두산이 11-9로 앞서던 연장 10회말 1사 후엔 김태형 감독과 심판진의 소통 착오로 마운드에 있던 이용찬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배영수는 “감독님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은 던지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9-8로) 역전되고 나갈 거라고 해서 몸을 풀었는데 용찬이가 나가서 ‘아 오늘 또 안되겠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고척돔 지하 불펜을 세 차례나 왔다갔다하며 언제든 등판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배영수는 “감독님이 (이용찬을 방문하느라) 우연찮게 선을 넘어버리셨다”며 웃은 뒤 “극적으로 올라가서 너무 흥분했다. 마운드 올라가는데 감독님이 ‘약속 지켰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용찬이에게 나를 믿으라고, 자신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배영수는 지난 시즌 종료 후 한화에서 은퇴 권유를 받았다. 한국 나이로 올해 39세, 운동 선수라면 당장 은퇴해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현역을 연장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방출을 선택했다. 무모하다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운명은 그와 두산의 만남을 성사시켰고, 결국 8번째 우승반지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연장 10회말 키움 중심타자 박병호와 제리 샌즈를 상대하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면 히어로즈 전신이 현대 아닌가. 옛 생각이 나더라. 내가 10회를 끌어줬던 놈인데 이거 못 막겠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2004년 10월2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현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 선발로 등판해 10이닝 동안 1볼넷, 노히트 역투를 펼친 기억이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전날 밤에 4차전 마무리투수로 던지고 우승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하늘이 도우셨다”며 웃었다.

운동 선수에게 은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배영수도 은퇴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올해 한국시리즈는 잊지 못할 기억이고 선물이다. 그는 “이제는 어떻게 하든 정리를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우승해서 정말 좋다. 살면서 가장 좋은 하루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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