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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관중석까지 퍼진 터치라인 안팎의 열기


‘한가족’이지만 승부는 승부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이 9일 고양종합운동경기장서 펼쳐진 ‘2020 하나은행컵 축구대표팀vs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에서 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는 U-23 축구대표팀(올림픽대표팀)과 2-2 무승부를 이뤘다.

이번 소집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른 자가격리로 손흥민(토트넘), 황희찬(라이프치히), 이강인(발렌시아CF) 등 해외파는 제외됐다. 해외파도 빠진 데다 축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가진 스페셜 매치였지만 스코어에서도 알 수 있듯, 기대 이상의 접전이었다.

한글날을 맞이해 영문 이니셜 대신 한글 이름이 들어간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두 대표팀 선수들은 본능적인 승리욕을 분출했다.

초반부터 거친 태클들이 두 차례 나왔고, 주심은 비디오판독(VAR)까지 했다.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단단한 조직력을 갖춰온 김학범호가 저돌적인 공격을 시도했지만, 선제골은 국가대표팀에서 나왔다. 5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단 수비수 이주용은 오버래핑에 나서 전반 15분 측면에서 박스 정면으로 파고들다 오른발로 골문을 갈랐다. 국가대표 데뷔골이다.

0-1 끌려가던 올림픽대표팀은 후반 들어 힘을 냈다.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오세훈 말처럼 올림픽대표팀은 반격을 시도했다. 최전방 공격수 송민규가 후반 시작 5분 만에 날카로운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에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던 송민규는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손준호-권경원-원두재를 따돌리는 개인기를 뽐내며 멋진 골을 넣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불과 7분 뒤에는 역전에 성공했다. 조규성이 머리로 밀어 넣은 볼이 골문 앞에서 수비하던 권경원 무릎에 맞고 들어가는 자책골이 나와 2-1 역전에 성공했다. ‘아우팀’에 역전을 허용한 ‘형님팀’은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몇 차례 골문을 두드린 국가대표팀은 후반 44분 역습 상황에서 김인성이 내준 패스를 이정협이 받아 골문을 열어젖혔다. 짜릿한 동점골로 가까스로 2-2 무승부를 이뤘다.

국가대표팀은 지난해 12월 18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끝난 뒤 무려 10개월 만에 다시 모였다. 벤투호는 지난해 9월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 돌입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한 번도 A매치를 치르지 못했다. 김학범호도 약 9개월 동안 소집훈련도 하지 못했다.

호흡한 기간이 짧았던 만큼 수준 높은 경기력이라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열기와 집중력은 매우 높았다. 벤투호는 2022 카타르월드컵을, 김학범호는 도쿄올림픽을 향하는 과정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해외파가 빠졌을 때 벤투 감독을 사로잡아야 하는 국가대표팀 선수들이나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A대표팀의 향후 부름을 받기 위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겨야 본전인 벤투 감독은 물론 명단 발표 기자회견 당시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지만 아우도 꽤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던 김학범 감독도 좀처럼 자리에 앉지 못하고 경기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라 관중석은 썰렁했지만 터치라인 안과 밖에 있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긴장과 열기는 텅빈 관중석에도 퍼졌다. 그리고 한국 축구 미래에는 희망이 퍼졌다.

한편, 벤투 감독의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은 오는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무관중으로 두 번째 스페셜 매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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