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병동 오리온 첫 승 이끈 강을준 감독의 '작전명 명량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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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6 00:31
부상 병동 오리온 첫 승 이끈 강을준 감독의 '작전명 명량대첩'
(안양=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이따가 인터뷰 들어오는 선수에게 오늘 '작전명'이 뭐였냐고 한 번 물어봐 주세요."
15일 안양체육관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73-71로 따돌리고 9년 7개월 만에 프로농구 사령탑으로 정규리그 승리를 챙긴 강을준 고양 오리온 감독이 모처럼의 '승장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연패를 당하며 선수들 분위기가 딱딱하던 가운데 지인에게서 온 메시지를 보고 선수들에게 얘기해줘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궁금증을 자아낸 것이다.
이어 취재진을 만난 한호빈은 "감독님의 오늘 작전명은 '명량대첩'이었다"고 답을 내놨다.
한호빈은 "처음에는 웃었는데, 하나로 똘똘 뭉쳐서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감독님이 분위기를 좋게 이어나가려 하시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의 지휘하에 함정 12척으로 10배 이상의 왜군을 물리친 1597년 정유재란 당시 명량해전의 승리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함이 남아있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프로농구 경기를 실제 '전쟁'과 같이 볼 수는 없겠지만, 개막 2연패와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속에 그만큼의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을 터다.
'명량대첩'을 마음에 깊게 새긴 덕분인지 오리온은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인삼공사와의 접전에서 밀리지 않고 시즌 첫 승을 챙겼다.
발목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인 외국인 선수 제프 위디, 햄스트링을 다친 최진수, 종아리가 좋지 않은 베테랑 김강선을 가동하지 못한 가운데 거둔 뜻깊은 승리였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오리온의 달라진 면모가 컵대회에 이어 정규리그에서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강 감독은 "연패를 하다 보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있었고, 3일을 쉬었지만 몸도 완전치 않은 상태였는데 이기려고 하는 마음과 집중력 덕분에 결과를 챙긴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집중력을 가지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생각하라'는 당부가 집중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차·포에 상까지' 뗐던 오리온의 상황은 첫 승과 함께 다소 나아질 기미가 보인다.
김강선은 2∼3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 뛸 수 있을 정도고, 17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경기에는 위디도 출전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복귀 첫 승에 대해선 "특별한 것은 없다"고 담담한 소감을 밝힌 강 감독은 "아직 보완할 점이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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