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두얼굴…축구는 깜깜이, 역도는 과시
평양 역도대회, 남북축구와 딴판
관중 1000명, 기자 2명 방북 허용
축구 망신 우려, '세계 톱2' 역도는 자신
폐쇄적 북한 향해 제재 및 비판 이어져
예상대로 북한은 ‘두 얼굴’이었다. 평양에서 자신없는 축구는 ‘깜깜이’로 치르더니, 자신있는 역도는 ‘과시’하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2019 아시아유스·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는 27일까지 열린다.
지난 15일 북한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북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과는 딴판이다. 당시 북한은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 TV중계를 불허했고, 자발적 무관중 경기까지 치렀다. ‘북한축구가 홈에서 망신당하는걸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역도대회에 대입해보면, 그 주장에 힘이 실린다. 북한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13위(한국은 37위)다. 반면 북한역도는 지난달 태국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7개(합계는 2개)로 중국에 이어 ‘세계 톱2’에 올랐다.
북한은 이번 역도대회에 선수 38명 등 한국선수단 70여명의 방북을 허가했다. 물론 이번대회는 15개국 217명 선수가 출전했고,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자격 점수가 부여돼 북한이 방북을 막을 권한이 없다. 그런데 자신감이 넘쳐서인지 한국취재기자 1명, 사진기자 1명의 방북도 허용했다.
남북축구처럼 ‘유령경기’가 아니다. 지난 20일 개막식에는 약 1500명 입장가능한 경기장에 선수단과 평양시민 10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한복을 입은 북한 여성이 태극기와 함께 ‘대한민국’, ‘KOR’이라고 적힌 한국 팻말을 들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한국축구를 푸대접한 반면 한국역도는 환대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경기 전날인 19일, 평양에 도착한지 2시간20분만인 오후 6시40분에야 버스를 탔다. 입국수속 과정에서 고기와 해산물을 압수당했고, 선수단 버스는 시속 50km 안팎으로 저속주행했다.
반면 경기 이틀전인 19일 평양에 도착한 한국역도선수단은 1시간 30분만에 공항을 빠져나와 양각도 호텔에 짐을 풀었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입경 심사부터 숙소에 도착해, 선수등록 절차를 거치지까지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날 훈련장은 한국선수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현지 인터넷 사용은 숙소에서만 가능하지만, 한국 기자는 기사 및 사진을 무난하게 보내오고 있다.
지난 22일 북한 관중 60여명은 한국선수 순서 때는 소지품을 놓고 자리를 비웠다가, 기록이 좋은 북한선수가 후반부에 등장할 때 즈음 다시 경기장에 나타나 기합소리와 함께 우레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또 한국 신록(17·고흥고)의 은메달로 태극기가 게양된 유소년 남자 61kg급 시상식 때는 자리를 비웠다. 북한 선수가 합계 1·2위를 차지한 주니어 남자 61㎏급 시상식 때는 다시 관중석에 나타나 국가를 제창했다.
북한 주민들은 남북축구가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결과를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역도는 적극 홍보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2일 남자 49㎏급 박명진 등 4명이 1위에 올랐다는 승전보를 전했다.
임재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축구는 위에서 ’어떤 방법이든 최소한 비기기 위해 한국축구대표팀을 힘들게 하라’는 지령이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역도는 상대적으로 강한 종목인데다, 축구처럼 양자경기가 아닌 다자경기라 북한 일꾼들의 부담이 덜할거다. 또 북한 관중들은 교양을 받고 경기장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쇄적인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는 “다음달 2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예정됐던 4.25 체육단(북한)과 알 아헤드(레바논)의 2019 AFC컵 결승전 장소를 중국 상하이로 변경했다”고 22일 밝혔다. 북한에 적용되는 유엔 제재로 방송중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상업 파트너들이 문제제기 등을 고려한 결정인데, 사실상 북한의 개최권을 박탈한 셈이다.
22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토마스 퀸타나는 “북한 주민들이 남북축구경기를 관전하고 언론이 보도할 수 있도록 FIFA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의 ‘축구공은 더럽히지 않는다’는 명언이 생각난다. 남북축구는 그러지 말았어야할 문제들로 더럽혀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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