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규 놀이 아닌 지영 놀이’ 키움 이지영, 상대 마운드 흔드는 키
키움 히어로즈가 파죽지세로 5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이런 키움의 상승세에는 공수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이지영의 활약이 있었다.
이지영은 올 시즌 박동원과 함께 키움의 안방을 나눠 맡았다. 하지만 가을 야구에서는 박동원의 부상으로 홀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많은 경기를 치르며 부담이 커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이지영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포수의 기본이 되는 안정감과 리드는 월등하다. 키움의 철벽 불펜진에 삼성 라이온즈 시절 풍부한 가을 야구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지영의 노련함이 더해지니 말 그대로 ‘언터쳐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키움 사령탑 장정석 감독은 그런 이지영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지영을 보며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오니 볼 배합이 또 바뀌더라. 코치진과의 회의도 있었지만 움직임 자체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지영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든든하게 안방을 지키는 이지영의 또 다른 강점은 타석에서 드러난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0.333을 기록했던 이지영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선 3경기 타율 0.364의 성적을 올렸다. 하위 타순에서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는 것도 대단한데 쉽게 물러서지 않으며 상대 마운드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지영은 1차전에서 연장 포함 총 6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에서 2스트라이크 이후 2개의 파울을 쳐낸 뒤 삼진으로 돌아섰던 이지영은 세 번째 타석에서 엄청난 집념을 보여줬다.
6회 김광현에 이어 올라온 김태훈을 상대로 무려 11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1-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5개의 파울을 기록하며 결국 볼넷으로 출루했다. 10회 초에도 박민호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 이후 7개의 공을 더 끌어낸 뒤 안타로 출루했다. SK 입장에선 힘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1차전에서 SK 투수들에게 총 40개의 공을 끌어냈던 이지영의 ‘지영 놀이’는 2차전에도 계속됐다. 4타석에서 총 21개의 공을 봤다. 특히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0-2에서 볼넷을 골라낸 뒤 2루 베이스까지 훔치며 상대 마운드를 흔들었다.
3차전에서는 2회 첫 타석부터 지영 놀이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회를 공 13개로 끝낸 소사를 상대로 볼카운트 0-2 이후 6구 연속 파울을 기록하며 9개의 공을 끌어냈다. 끝나지 않는 승부에 소사도 헛웃음을 지었다. 이지영이 소사와 끈질긴 승부를 펼치는 동안 팀 동료들은 소사의 공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후 3회 3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이지영이 플레이오프 14타석에서 지켜본 공은 총 76구. 한 타석 당 최소 5개 이상은 던지게 했다. 커트의 달인 이용규조차 울고 갈 이지영의 끈질김이었다.
경기 후 장 감독은 이지영에 대해 “그냥 최고라고 해주시죠”라며 끝없는 믿음을 보냈다. 소속팀의 마운드를 안정감 있게 지키면서 상대 마운드에는 가장 부담이 되는 존재. 이지영이 지켜본 공 하나하나는 키움을 승리로 이끄는 열쇠였다.
■PO 이지영 타석 투구 기록
1차전 (40구) / 스(스트라이크) 볼 안타(안) 땅볼(땅) 아웃(아)
1 - 스스파파스 / 5
2 - 스스안 / 3
3 - 볼스스파파볼파볼파파볼 / 11
4 - 스볼스볼볼볼 / 6
5 - 스스파파파볼파파 안타 / 9
6 - 볼스파파파스 / 6
2차전 (21구)
1 - 볼파볼땅 / 4
2 - 볼파파파볼땅 / 6
3 - 스스볼볼볼볼 / 6
4 - 볼스파파안 / 5
3차전 (15구)
1 - 스스파파파파파파아/9
2 - 볼볼스땅/4
3 - 뜬공 / 1
4 - 안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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