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은 어쩌다 평범한 거포로 전락했나
두산 김재환은 그 어렵다는 잠실 홈런왕을 해낸 선수다. 지난 2018시즌 44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MVP까지 차지했다. 약물 복용 전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표를 받았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김재환은 파괴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일단 홈런이 줄었다. 지난 시즌 홈런은 15개를 크게 줄었다. 올 시즌은 9월 30일 현재 24개의 홈런을 치는데 그치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김재환이라는 이름값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지난 시즌엔 공인구 반발력 조정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 시즌의 부진은 그 정도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미 적응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고 지난해에 비해선 공이 좀 더 잘 나간다는 것이 공통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의 타격 부진은 김재환이 갖고 있는 메커니즘의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재환이 먼저 무너지며 성적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김재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무엇이 가장 많이 변한 것일까.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에 의하면 김재환은 지난해 타구 속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140km 이상의 빠른 타구 비율이 3월 이후로는 10%대로 떨어졌다. 시즌 평균이 13%에 불과했다.
올 시즌에는 이보다 나아졌다. 대부분 20%대를 형성했다. 8월에는 30%까지 비중이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타구 스피드만으로 김재환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하긴 어렵다. 빠른 타구는 땅볼 타구가 늘어날 때도 함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 비해 땅볼 비율은 10%나 높아졌다. 전체 50%를 넘어섰다. 대신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5% 정도 낮아졌다. 타구 스피드는 늘었지만 이상적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물론 타구 스피드 향상이 홈런 증가에 일정 수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보다는 홈런과 장타 비율이 분명 늘었다. 하지만 김재환이라는 이름 값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땅볼 비율 증가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자리잡고 있다.
종으로 떨어지는 오프 스피드 피치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스포트 데이터 에볼루션 관계자는 “김재환은 여전히 패스트볼에 대단한 강점을 갖고 있는 타자다. 하지만 포크볼이나 페인지업 등 종으로 떨어지는 오프 스피드 피치에 대한 타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 부분을 만회하지 않으면 성적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사진=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실제로 김재환은 올 시즌 체인지업+포크볼 상대 타율이 1할9푼6리에 불과하다. 패스트볼 공략 타율로 전체 타율을 겨우 지탱하고 있을 뿐 느리고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큰 약점을 보이고 있다.
사진=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사진=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아래 사진은 김재환의 올 시즌 히트맵이다. 공이 주로 바깥쪽 낮은 존에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김재환이 바깥쪽으로 형성되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인 것이 타율 저하의 가장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확실히 바깥쪽 낮은 존 공략이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위 사진은 지난해 김재환 히트맵이다. 지난 해에도 바깥쪽 공략이 많지만 올 시즌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높은 존에서 공들이 형성 됐음을 알 수 있다.
김재환은 여전히 크게 칠 수 있는 타자다.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다. 하지만 그 빈도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무엇보다 정확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큰 것 한 방만 조심하면 되는 평범한 거포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땅볼이 늘고 바깥쪽 변화구에 계속 약점을 보이는 한 김재환은 계속 그 프레임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타격 메커니즘의 어떤 부분이 땅볼을 늘렸으며 어떻게 하면 바깥쪽 오프 스피드 피칭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김재환은 다시 타석에서 위압감을 주는 진정한 거포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 스포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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