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
Sadthing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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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20:35
기술 향상보단 심리 안정이 요인
"누적된 경험과 자신감이 폭발"
계기는 또래 친구들과 상호작용
동기부여 받고 여유있는 플레이축구에선 경기력이 몰라보게 달라진 선수들에게 '다시 태어났다'는 농담을 하는데, 올 시즌 황희찬(23·잘츠부르크)이 그렇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프로축구와 처음 출전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8경기에서 출전했는데, 벌써 5골·9도움을 기록 중이다. 21경기를 뛰고도 2골·2도움에 그친 지난 시즌(독일 2부 함부르크 임대)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프로 선수가 단기간에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완성도를 높이는 건 쉽지 않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종료 후 귀국해 5~6월, 2달간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소속팀에 복귀했다. 현영민 JTBC해설위원은 "성인 선수가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쉬면서 기술적으로 큰 변화를 이뤄내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잘츠부르크 관계자 역시 비시즌에 '비밀 특훈'이라도 했냐는 질문에 "매년 하던대로 열심히 새 시즌을 준비한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기록 향상은 물론 플레이 스타일까지 달라졌다. 앞선 시즌엔 주로 득점을 올렸다면, 현재는 어시스트가 두 배 가까이 더 많다.
현영민 위원은 "기술적 측면보다는 지난 4~5년간 유럽 무대를 뛰며 쌓인 자신감과 경험으로 찾은 심리적 안정감이 올 시즌 경기력으로 발현된 것"이라며 "유럽에서 4~5년 뛰고 빅리그로 이적 시기가 됐다는 생각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신·심리 전문가들은 황희찬의 경기력 향상은 심리 요인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윤영길 한체대(스포츠 심리학) 교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황희찬이 (축구에) 눈을 떴다. 스포츠 선수에겐 (특정 시기에) 시합에서 안 보이던 게 보이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파워와 몸을 앞세운 저돌적인 플레이를 즐기던 황희찬이 팀 전술을 이해하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깨닫게 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길 교수는 황희찬이 역량이 하필 올 시즌 폭발한 것에 대해선 '트리거(trigger·계기) 이론'을 예로 들었다. 보통 선수의 능력은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리지 않고, 특점 시점에서 계단식으로 도약한다. 이 임계점을 넘기는 시점은 보통 24~25세다. 선수가 한 단계 높은 세계로 가기 위해선 계기가 필요한데, 황희찬의 경우엔 올해 비시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바로 또래 스포츠 스타들이다. 황희찬은 올 여름 45일간 국내에 머물렀는데, 특별한 경우 없는 한 매일같이 축구대표팀 후배 백승호(22·다름슈타트)와 테니스 국가대표 정현(23),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21) 등을과 어울렸다. 황희찬이 또래 친구들과 이처럼 어울린 건 올해가 처음이다. 백승호는 황희찬과 달리, 경기 조율과 패스 능력을 주무기로 하는 유형의 선수다. 정현은 코트에서 축구공보다 훨씬 작은 테니스공의 코스를 보고 다시 상대에게 보내는 축구에서 패스와 같은 패턴의 플레이를 한다. 최민정은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오가며 스피드를 조율하고 파고드는 능력이 돋보인다. 황희찬은 동료들과 운동에 관한 대화 및 교류를 등 상호작용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황희찬의 경우는 해외 리그에서 뛰며 적응기를 마쳤다. 불만 붙이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상태였다. 전혀 다른 유형의 운동 선수인 백승호와 정현과의 만남이 황희찬과 컨버전스(convergence·결합)를 이뤄 새로운 출발점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이어 "심리적으로 안정되면 여유가 생긴다. 전술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동료들의 움직임도 뚜렷하게 보인다. 득점이 많았던 황희찬이 올 시즌 '특급 도우미'로 거듭난 이유"라고 덧붙였다.
스포츠 심리학에선 실제로 스포츠에선 심리가 경기력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선수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 미치는 요인을 체력, 기술, 전술, 심리 4가지로 분류를 하는데, 이중 심리의 비중은 25~35%다. 윤 교수는 "유소년 시절엔 체력과 체격이 중요한데, 성인 무대에선 멘틀과 정술적인 운영이 선수 경기력의 60~70%를 차지한다. 심리나 멘틀상태는 40~50%의 결정변수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희찬 측 관계자도 "황희찬이 올해 유독 친구들에게 큰 자극을 받고 뛰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안정적인 심리 상태가 경기력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어 "이런 사실을 터득한 선수는 롱런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던 황희찬도 지금처럼 전술 이해도로 높이는 쪽으로 플레이를 전환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훈련 중 눈에 슛을 맞아 망막을 다친 황희찬은 26일 라피드 빈전, 28일 오스트리아 빈전에선 휴식을 취할 전망이다. 그는 다음달 3일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 다시 공격포인트 쌓기에 나선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누적된 경험과 자신감이 폭발"
계기는 또래 친구들과 상호작용
동기부여 받고 여유있는 플레이축구에선 경기력이 몰라보게 달라진 선수들에게 '다시 태어났다'는 농담을 하는데, 올 시즌 황희찬(23·잘츠부르크)이 그렇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프로축구와 처음 출전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8경기에서 출전했는데, 벌써 5골·9도움을 기록 중이다. 21경기를 뛰고도 2골·2도움에 그친 지난 시즌(독일 2부 함부르크 임대)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프로 선수가 단기간에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완성도를 높이는 건 쉽지 않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종료 후 귀국해 5~6월, 2달간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소속팀에 복귀했다. 현영민 JTBC해설위원은 "성인 선수가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쉬면서 기술적으로 큰 변화를 이뤄내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잘츠부르크 관계자 역시 비시즌에 '비밀 특훈'이라도 했냐는 질문에 "매년 하던대로 열심히 새 시즌을 준비한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기록 향상은 물론 플레이 스타일까지 달라졌다. 앞선 시즌엔 주로 득점을 올렸다면, 현재는 어시스트가 두 배 가까이 더 많다.
현영민 위원은 "기술적 측면보다는 지난 4~5년간 유럽 무대를 뛰며 쌓인 자신감과 경험으로 찾은 심리적 안정감이 올 시즌 경기력으로 발현된 것"이라며 "유럽에서 4~5년 뛰고 빅리그로 이적 시기가 됐다는 생각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신·심리 전문가들은 황희찬의 경기력 향상은 심리 요인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윤영길 한체대(스포츠 심리학) 교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황희찬이 (축구에) 눈을 떴다. 스포츠 선수에겐 (특정 시기에) 시합에서 안 보이던 게 보이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파워와 몸을 앞세운 저돌적인 플레이를 즐기던 황희찬이 팀 전술을 이해하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깨닫게 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길 교수는 황희찬이 역량이 하필 올 시즌 폭발한 것에 대해선 '트리거(trigger·계기) 이론'을 예로 들었다. 보통 선수의 능력은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리지 않고, 특점 시점에서 계단식으로 도약한다. 이 임계점을 넘기는 시점은 보통 24~25세다. 선수가 한 단계 높은 세계로 가기 위해선 계기가 필요한데, 황희찬의 경우엔 올해 비시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바로 또래 스포츠 스타들이다. 황희찬은 올 여름 45일간 국내에 머물렀는데, 특별한 경우 없는 한 매일같이 축구대표팀 후배 백승호(22·다름슈타트)와 테니스 국가대표 정현(23),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21) 등을과 어울렸다. 황희찬이 또래 친구들과 이처럼 어울린 건 올해가 처음이다. 백승호는 황희찬과 달리, 경기 조율과 패스 능력을 주무기로 하는 유형의 선수다. 정현은 코트에서 축구공보다 훨씬 작은 테니스공의 코스를 보고 다시 상대에게 보내는 축구에서 패스와 같은 패턴의 플레이를 한다. 최민정은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오가며 스피드를 조율하고 파고드는 능력이 돋보인다. 황희찬은 동료들과 운동에 관한 대화 및 교류를 등 상호작용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황희찬의 경우는 해외 리그에서 뛰며 적응기를 마쳤다. 불만 붙이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상태였다. 전혀 다른 유형의 운동 선수인 백승호와 정현과의 만남이 황희찬과 컨버전스(convergence·결합)를 이뤄 새로운 출발점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이어 "심리적으로 안정되면 여유가 생긴다. 전술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동료들의 움직임도 뚜렷하게 보인다. 득점이 많았던 황희찬이 올 시즌 '특급 도우미'로 거듭난 이유"라고 덧붙였다.
스포츠 심리학에선 실제로 스포츠에선 심리가 경기력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선수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 미치는 요인을 체력, 기술, 전술, 심리 4가지로 분류를 하는데, 이중 심리의 비중은 25~35%다. 윤 교수는 "유소년 시절엔 체력과 체격이 중요한데, 성인 무대에선 멘틀과 정술적인 운영이 선수 경기력의 60~70%를 차지한다. 심리나 멘틀상태는 40~50%의 결정변수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희찬 측 관계자도 "황희찬이 올해 유독 친구들에게 큰 자극을 받고 뛰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안정적인 심리 상태가 경기력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어 "이런 사실을 터득한 선수는 롱런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던 황희찬도 지금처럼 전술 이해도로 높이는 쪽으로 플레이를 전환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훈련 중 눈에 슛을 맞아 망막을 다친 황희찬은 26일 라피드 빈전, 28일 오스트리아 빈전에선 휴식을 취할 전망이다. 그는 다음달 3일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 다시 공격포인트 쌓기에 나선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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