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KT의 딜레마, 역대급 순위싸움에 관리야구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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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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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KT는 올해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창단 후 최고 승률을 유지하며 가을 야구 진출을 넘보고 있고, 선수 개개인적으로도 리그 MVP, 신인왕, 홀드왕, 다승왕, 홈런왕을 노리며 축제를 예고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KT가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게 만들고 있다. 15일 기준 KT의 승패마진은 +11이다. 예년같으면 가을 야구 진출을 확정짓고 여유있게 시즌 막바지 일정을 보낼 성적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어진 상황 속 누구 하나 치고 나가지 못하면서 KT도 아직 5위에 머물러 있다. 경우에 따라 선두 싸움에 합류할 수 있고, 반대로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KT 이강철 감독이 “이전같으면 여유있게 굳히기에 돌입할 상황인데 미치겠다”면서 한숨을 내쉰 것도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요동치는 순위표 때문이다.
현 상황이 길어질수록 KT가 받는 부담은 더 커진다. 타팀에 비해 선수층이 얇기 때문이다. 가을 야구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라면 가을 야구 총력전을 위해 시즌 막바지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온 힘을 쏟아부어야하는 상황에선 로테이션을 하기 쉽지 않다. 이 감독은 “주전 선수들이 많이 쉬지 못해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다. 나도 휴식을 주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 쉴 시간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뎁스가 두껍지 않다보니 KT의 주전 라인업은 변동폭이 크지 않다. 주전 라인업에서 한 두 명이라도 바뀌면 전력차가 커지는게 KT의 현실이다. 이 감독의 고민도 이 지점에 맞닿아있다. 쉼 없이 내달린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이 돌아가야 더 멀리 내다보고 선수 운용을 할 수 있는데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기 때문에 현 순위를 유지하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주축 선수들이 꼭 필요하다. 잘 나가고 있는 KT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KT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원동력은 든든한 베테랑의 존재다. 이 감독은 유한준, 박경수 등 팀 내 선참 선수들에게 자주 고마움을 표현한다. 불평 불만 한 마디 없이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두 베테랑은 존재만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KT지만 위에서 이들을 이끌어 줄 베테랑이 없다면 지금처럼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을 때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유한준과 박경수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선수단이 하나가 돼 체력 부담을 이겨내고 지금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5강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만으로 올해는 KT에 상징적인 시즌이다. 선수들도 창단 첫 가을 야구 진출이라는 달콤한 순간을 상상하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호성적에도 관리야구를 펼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KT지만 육체를 이긴 정신력이 선수들에게 초인적인 힘을 불어넣고 있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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