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슬럼프' 떨친 이정후 "야구 쉽지 않다는 것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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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00:00
'첫 슬럼프' 떨친 이정후 "야구 쉽지 않다는 것 배웠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안 좋은 생각만 많이 한 것은 학창 시절 이후 처음이었어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2)가 데뷔 후 첫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이정후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2루타 1개 등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키움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이정후는 전날까지 9월 타율이 0.147에 그치는 등 부진에 빠져 있었다.
경기 후 그는 "타격이 안 좋은 기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고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정후는 "초반에는 짜증이 나고 표정 관리가 안 됐는데, 부진이 길어지면서 점점 많이 배우게 됐다"며 "감정 조절과 야구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살아난 것은 주변의 따뜻한 격려 덕분이었다.
그는 "선배들의 조언이 가장 컸다. 그동안 제가 쓸데없는 고민을 많이 해서 부진이 길어졌는데, 형들이 조언을 많이 해줘서 살아났다"고 고마워했다.
이정후는 '쓸데없는 생각', '안 좋은 생각'이 자신의 방망이를 무겁게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너무 생각이 많았다. 과거에 잘 맞았을 때만 생각했다. '왜 초반에는 잘 맞았는데, 지금 왜 안 맞지'만 생각하고 있더라. 그러다 보니 계속 못 치더라"고 곱십었다.
이정후는 2017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이런 시련을 겪었다고 밝혔다.
2017년 신인상을 받고, 2018·2019년 연속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으며 '꽃길'만을 걸어왔던 그다.
이정후는 "고등학교 때 이런 일을 조금 겪고, 데뷔 이후 잘하다 보니 쓸데없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많은 생각으로 괴로워했던 것은 아버지(이종범 전 LG 코치)가 유명 야구 선수라는 부담감과 주변의 기대 때문이었다.
이정후는 "어릴 때 아버지 때문에라도 저 자신에게 가혹한 시기가 있었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하마터면 어릴 때의 괴로움을 반복할 뻔했지만, 이정후는 주변의 도움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선배와 친구들이 잘하고 있다고 해주셔서 저번 주부터는 조금씩 생각을 바꿨다"며 "타석에 나가기 전부터 안 좋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마음을 고치고 타석에 나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이날 살아난 타격감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정후는 "원래는 오늘 3안타를 쳤다고 해서 '살아났다'고 생각하지 않을 텐데, 지금은 좋은 생각을 하려다 보니 '잘했다'고 생각하겠다"며 웃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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