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선수들이 선택한 무대…PBA투어가 환영받는 이유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았는데 많이 바뀌었죠.”
지난 4월 PBA투어는 ‘당구의 프로화’ 시작부터 벽에 가로막혔다. 세계당구캐롬연맹(UMB)과 대한당구연맹(KBF)이 규정을 근거로 투어 정식 발족을 문제 삼아서다. 투어 정식 발족은 UMB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투어에 출전한 선수에 대해 ‘3년 출전 제재 혹은 영구제명’이라는 중징계까지 거론했다. 선수 입장에선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태였다.
의도치 않게 중간에 낀 선수들은 고민 끝에 PBA투어를 선택했다. PBA투어의 진심을 느껴서다. 후원사가 있어야 대회 지속이 가능한데 PBA투어는 다수의 후원사를 유치했다. 대회 개최 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스폰서를 모집했고 선수들과 대한당구선수협의회를 찾아가 일련의 상황을 설명했다. KBF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대화의 창구를 열어뒀다. 흔들릴 수도 있었던 선수들은 PBA투어를 믿고 택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관심을 끈 건 상금이었다. PBA투어는 각 대회 상금을 1억 원으로 설정했다. 선수들이 오롯이 당구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려는 의도였고 아마추어대회가 아닌 프로대회라는 상징성인 의미였다. 1회전만 통과하면 100만원의 상금을 얻는데 선수 입장에선 숙식과 이동비를 제외하고도 이득을 챙길 수 있다. 당구선수들이 PBA투어로 향한 이유다.
쐐기를 박은 건 제도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도 선수들이 PBA투어에서 찾는 가치다. 기존 제도권에선 선수들이 더 높은 무대로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실력이 좋아도 생계란 벽에 가로막혔다. 당구대회 자체가 많지 않은 탓에 당구선수만을 생업으로 삼을 수가 없었다. 선수들끼리도 가장 많이 한 말이 “돈 걱정 하지 않고 당구만 칠 수 있는 여건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였다.
LPBA투어 1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갑선은 “시합 자체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고 여러 방면에서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당구를 치고 싶어도 시합을 한 번 다녀오면 20~40만원 정도 경비가 필요하다. PBA가 출범하면서 투어나 연맹 쪽 모두 상금이 올라가니 당구선수를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 게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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