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스카우트들 아마 내일도 인천에 올 겁니다. 일본 구단도 몇몇 더 올 수도 있어요. 일요일에는 잠실로 가겠죠”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는 메이저리그(MLB) 6개 팀의 스카우트가 모였다. 두산과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31·SK)을 확인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이 광경을 본 한 관계자는 “내일도 올 것이고 잠실로도 그대로 갈 것”이라고 웃었다. 당초 20일 등판 예정이었던 앙헬 산체스(30·SK)와 22일 등판이 예정된 조쉬 린드블럼(32·두산)을 보러 갈 것이라는 의미였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평균자책점 1위를 양현종(KIA)에게 내줬지만 다승·승률·탈삼진에서 여전히 1위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탈환해 4관왕에 오를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산체스도 최근 부진이 다소 아쉬울 뿐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26경기에서 16승5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했다. 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다.

최근 KBO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남긴 선수들이 일본 혹은 미국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두 선수가 올 시즌 내내 미국과 일본 구단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두 선수가 올 시즌 뒤 정말 타 리그로 이적하느냐다.

업계에서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미국에서 굳이 두 선수에게 관심을 보일 이유가 있을까?”라는 물음도 따라다니지만 현장 관계자들의 체감은 조금 다르다. 한 구단 외국인 담당자는 “마이너리그가 타고투저가 되면서 미국도 투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타고투저 리그로 인식되는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린드블럼과 산체스가 대박 계약을 따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메릴 켈리(31·애리조나) 수준의 계약을 제안받을 가능성은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카우트들이 두 선수의 완성도를 비교적 높게 평가하고 있고, 구단 옵션이 붙은 계약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값싸게 긁어볼 만한 복권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바빠진 것은 오히려 일본 구단이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일본에 입단한 외국인 투수들 상당수가 실패했다. 한국에서 검증된 두 선수 영입전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구단들은 두산과 SK에 “실제 두 선수가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지”를 직접적으로 물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계산을 끝낸 뒤의 움직임”이라고 평가한다.

두산과 SK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마운드 구성에서 두 선수가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이들 만한 선수를 구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일찌감치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한 뒤 외부 변수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마음을 먹는다면 현재보다는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할 수 있다. 선수들이 한국 생활에 만족하기는 하지만, 정과 비즈니스는 별개다. 외국인 담당자들은 "에이전트들은 생각이 다르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결국 다년계약 카드가 아니면 잡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두 선수는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으며 다년계약도 가능하다. 새 외국인 선수 제도가 11월에 결정되겠지만, 양쪽 모두 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이고 몸 상태에 특별한 문제가 없음을 알고 있기에 위험부담은 오히려 신입보다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