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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대회 최고 성적보다 역전승리가 더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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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정현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뉴욕)박준용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명승부가 뉴욕의 밤을 빛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정현(제네시스 후원, 한국체대, 170위)이었다.
정현은 테니스 경기에서 맞이할 수 있는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대역전승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8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정현이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 34위)를 3시간 22분 접전 끝에 1-6 2-6 7-5 6-3 7-6(3)으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정현은 자신의 US오픈 최고 성적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US남자클레이코트십 16강에서 베르다스코에게 당한 패배도 설욕했다.
대역전의 서사시는 마지막 세트에서 연출됐다.
게임 스코어 1-1에서 정현은 세 차례의 브레이크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반면, 위기에서 탈출한 베르다스코는 정현을 몰아붙이며 연속 세 게임을 따 순식간에 게임 스코어는 1-4로 벌어졌다. 3-5에서 정현은 베르다스코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4-5로 따라붙었지만 자신의 서비스 게임 5-6에서 매치 포인트를 내줬다.
하지만 정현은 흔들리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넘겼다. 타이브레이크 초반 강력한 스트로크 등을 앞세워 5-0 리드를 잡은 정현은 6-3 매치 포인트를 가져오며 짜릿한 역전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경기가 정현이 살아나면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자 경기가 열린 10번코트 옆 9번코트 관중석이 명승부를 보기 위해 모여든 관중들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10번코트에서 열린 정현의 경기를 보기 위해 9번코트 관중석이 가득찼다. 사진= (뉴욕)박준용 기자
정현은 “값진 승리이고 기쁘다. 베테랑과 좋은 경기를 했다”면서 “복귀 후 이렇게 늦은 시간(현지 시간으로 오후 7시에 시작해 오후 10시 넘어서 끝남)에 경기를 한 것이 처음이다. 또 베테랑 선수와 경기한 것도 복귀 후 처음이라 경기 초반에 경직된 부분이 있었다. 빨리 떨쳐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세 번째 세트부터 기회를 살리는 등 다행히 잘 풀어나갔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베르다스코와 같은 베테랑 선수에게 0-2로 지고 있다가 역전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을 해낸 나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큰 무대에서 포기하지 않아 한 번 더 경기할 기회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세트에서 상대에게 내준 매치 포인트를 극복한 것에 대해서는 “내 서비스 게임이었고 상대도 압박을 받았던 것 같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고 어디로 서브를 잘 넣을지, 어떻게 플레이를 할지 생각했다”라면서 “마지막 세트 초반 먼저 기회를 잡았는데 놓치고 나서 바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게임 스코어가 벌어졌다. 그래도 한번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US오픈 3회전에 진출한 정현은 “최고 성적을 세우려고 경기를 하지는 않았다. 최고 성적보다 0-2에서 3-2로 역전한 것에 좀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라면서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아 첫 세트와 두 번째 세트를 내줘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응원 덕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겨서 더 기쁘게 웃을 수 있었다. 졌어도 상대에게 박수를 쳐 줄만한 경기였다”고 말했다.
승리를 확정지은 후 두 팔을 벌리며 기뻐하는 정현. 사진= (뉴욕)박준용 기자
정현의 다음 상대는 라파엘 나달(스페인, 2위)이다. 나달은 2회전에서 타나시 코키나키스(호주, 203위)에게 기권승을 거두고 3회전에 무혈입성했다.
정현과 나달의 맞대결은 이번이 세 번째로 상대전적에서는 정현이 2전패로 뒤져 있다. 첫 대결이었던 2017년 바르셀로나오픈(클레이) 8강에서 6-7(1) 2-6, 두 번째 대결인 같은 해 파리마스터스(실내 하드) 32강에서는 5-7 3-6으로 졌다.
정현이 그랜드슬램과 실외 하드코트에서 나달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현은 “나달은 세계적인 선수이다.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선선한 날씨가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많은 분이 내가 큰 무대에 다시 서는 것과 나달과의 경기를 기대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잘 준비해서 기대에 충족하는 경기를 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현장에서 많은 분의 응원 덕분에 지고 있었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나달과의 경기는 주말에 하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웃었다.
글, 사진= (뉴욕)박준용 기자( loveis5517@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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