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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기댄 김광현&양현종 “우리 같이 건강하게 오래 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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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두 에이스 KIA 양현종(왼쪽)과 SK 김광현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며 등을 맞댄 채 웃고 있다. 

12년 전, KBO리그에는 대단한 신인들이 등장했다. 고교 야구를 평정하고 SK에 1차 지명된 김광현과 2차 전체 1순위로 KIA에 지명된 양현종이었다. 서로 엇갈리기는 했지만 각자 성공의 길로 들어서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둘은 지금까지 팀과 리그와 국가대표의 에이스로 자리하고 있다.

데뷔 13년차, 돌고돌아 정상에서 만난 김광현(31·SK)과 양현종(31·KIA)은 올시즌 다른 적수 없이 멋진 승부를 펼치고 있다. 고3이던 2006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두 야구 꿈나무들이 대한민국 에이스가 된 뒤 처음으로 마주한 채 ‘스포츠경향’과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야구선수로서 키웠던 꿈과 에이스로서 느꼈던 마음의 무게, 그리고 후배들에 대한 조언과 서로에 대한 격려를 통해 둘이 왜 에이스인지를 잘 알 수 있었다.

■같은 꿈을 꿨던 우리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대한민국 에이스들의 출발점은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었다. 지금 보면 너무도 소박해보이는 꿈에서 출발해 하나씩 성취해가며 정상에 올랐다.

김광현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프로야구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때가 있었다. 고교 입학 뒤 프로에 갈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 뒤로는 먼저 입단한 (류)현진이 형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 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며 “입단하면서 첫번째 꿈을 이뤘고, 막연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잘 할지를 생각해야겠구나 깨달으면서 점점 변화해 ‘잘 해야겠다’는 꿈도 20대 초반에 이뤘다. 그래서 FA도 됐고 하나씩 가장 가까운 꿈을 키우고 이뤄가면서 야구하다보니 지금에 왔다”고 말했다.

양현종도 마찬가지다. 양현종은 “학교에서 같이 운동하던 (한)기주 형이 신문 1면에 매일 나오고 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잘 해서 저렇게 프로 가서 유명해져야지 하는 꿈을 가졌다. 그 꿈을 이룬 뒤로는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뛰는 것이 새 꿈이었고 그 뒤로 한살씩 먹으며 좋은 선배가 되는 것, 팀이 잘 하는 것으로 새로운 꿈들이 하나씩 생겼다”며 “나는 꿈을 120% 이뤘다. 입단할 때 잘 하는 형들이 워낙 많았고 나는 그저 공 던지는 게 재미있는 선수였지 팀을 이끌고 중요한 경기에 나가는 투수가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잘 할 줄은 어릴 때 생각도 못했다”며 웃었다.

10여년 전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초과 달성해 에이스가 된 둘은 정상에서 이제 또 같은 꿈을 향하고 있다.

김광현은 “어릴 때는 그냥 프로야구 선수가 꿈이었지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초반에 국제대회에서 던져보고 그런 데서 시즌을 치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해외 마운드에서 던져보는 것, 잘 하든 못 하든 한 시즌 던져보는 게 지금의 내 꿈”이라고 말했다.

양현종도 “(이) 범호 형 은퇴식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나도 그렇게 모두가 마음으로 축복해주는 은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영구결번이 내 현실적인 가장 큰 꿈”이라며 “기회가 되면 물론 해외 진출도 해보고 싶다. 이것은 꿈이라기보다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진이 형이 워낙 잘 하고 있으니까 나도 저렇게 한 번 잘 해보고 싶다 하는 꿈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KIA 양현종(왼쪽)과 SK 김광현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중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년 전, 노력의 시간

리그 대표 에이스는 그냥 탄생하지 않았다. 어린 김광현과 양현종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어떻게 해야 야구를 잘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시간들이었다.

특히 신인 최대어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입단하자마자 에이스로 기대받았던 김광현은 혹독한 첫시즌을 보내며 몸과 마음의 고난을 겪었다. 말 하나, 움직임 하나가 뉴스가 되어 전해졌고 어린 나이에 팀의 중심에서 야구를 해야 했다. 김광현은 “잘 하고 싶다고 잘 되는 게 아니었다. 관심과 집중을 많이 받다보니 부담이 엄청 많았다”며 “그때 나는 그저 예쁘고 완벽한 야구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 경기를 던졌다. 하지만 첫해 2군에 가서 생각을 많이 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잘 하자’고 생각했다. 돌아와 그렇게 웃으며 던지려고 했더니 다른 부족한 부분도 메워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지도자들을 만난 덕에 내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데뷔와 함께 집중 조명 받고 폭발력을 보였다면 양현종은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성장했다. 양현종은 “첫 3년 동안 내 투구 폼을 확실히 정립한 것이 선발로서 지금의 나를 만든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완성형 선수로 출발하지 않았다. 내 위에 잘 하는 형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쫓아가려고 엄청 노력했다. 형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마냥 부러워하고만 있으면 안 되니까 더 열심히 했다. 끊임없이 반복훈련을 했다. 야구에 있어서는 뭐든지 남보다는 열심히 했다는 것만은 감히 내 입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의 무게

시기와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시련을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두 에이스는 닮아있다. 부상도 있었고, 부진한 적도 있었고, 지나친 관심에 힘든 때도 있었다. 그러나 팀에서, 리그에서,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도 10년 가까이 둘은 여전히 에이스로 불리고 있다. 여느 선수들에 비해 더 큰 부담과 책임을 버텨냈다.

윤석민 이후 2010년대에 KIA 에이스로 조금씩 자리를 굳힌 뒤 2017년 20승을 거두며 리그 최고로 올라선 양현종은 “항상 형들을 받쳐주는 역할이었는데 갑자기 ‘에이스’로 불리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부담됐다. 등판할 때마다 ‘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압박이 심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팀이 나를 에이스로 불러주고 중요한 경기에 나를 원한다는 건 내가 든든한 투수가 됐다는 뜻일테니까 ‘무조건 이기자’ 생각하고 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광현이가 그런 점에서 참 대단하다. 스무살에 그걸 다 이겨냈으니까. 나는 스물둘에 선발을 할 때 석민이 형이 앞에서 끌어줬는데도 힘들었다”며 “스무살은 실패를 해야 하는 나이다. 나는 지금 우리 팀 막내 (김)기훈이에게도 ‘네 나이에는 무조건 맞아야 된다. 다만 그 이유를 생각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지 지금 니가 잘 던질 거라는 기대는 아무도 안 하니 그냥 많이 맞으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나이에 그 모든 걸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건 광현이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도 양현종의 말에 스무살의 자신을 다시 돌아봤다. 2년차였던 스무살에 다승·탈삼진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쥔 김광현은 “스무살에 ‘에이스’라고 불릴 때는 말할 수 없이 압박감을 느꼈고 힘들었다. 지금 스무살 후배들을 보면서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대단한 놈이구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지난 시간이 내게는 가장 큰 자부심이고 지금까지 당당하게 야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현종이도 나도 부담은 다 느끼지만 그런 게 없으면 우리 존재의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라면 어느 정도의 부담은 떠안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IA 양현종(왼쪽)과 SK 김광현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 

■‘제2의 우리’에게

김광현과 양현종이 데뷔한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 야구에 에이스는 많았다. 국가대표 마운드도 풍성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새로운 에이스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수년째 “김광현, 양현종 이후가 없다”는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역시 외국인 투수들 틈에서 국내 투수들의 자존심을 지키며 뜨겁게 달리는 둘은 어서 빨리 새로운 후배가 등장해 같이 경쟁하고 투수 전성시대를 꾸릴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양현종은 “에이스라 불리는 지금의 시간들이 대단히 영광스럽다. 하지만 빨리 새로운 후배가 나와서 함께 경쟁하는 때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 역시 “우리 뒤가 없는 것은 좋은 선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오래 지속된 타고투저 현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고투저의 프로야구를 보면서 잘 하는 어린 선수들이 타자를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투수가 적은 거라고 생각한다. 빨리 투수 위주의 경기를 많이 하고 에이스가 되는 후배들이 많이 나와서 같이 경쟁하는 구도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먼저 프로야구에 데뷔한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운 자신들처럼, 자신들을 보고 에이스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둘은 신예 시절을 떠올리며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양현종은 “신인 때의 나를 생각할 때 가장 아쉬운 것은 즐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잘 던지려고만 하고 프로가 이렇게 어렵구나 생각하다보니 위축이 많이 됐었다”며 “학교때 친구들과 재미있게 경기하고 파이팅 하자면서 했던 마음이 프로에 와서 바뀌지 않으면 좋겠다. 프로 지명 받았다면 이미 인정받은 선수들이니 자신있게 내 공 던지자는 마음만 놓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신의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현종은 “고등학교는 하루종일 운동을 하지만 프로는 경기에 나가지 않으면 쉬는 거다. 학교 때에 비하면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 시간만큼 자기가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어깨 부상이 있었던 2011~2012년이었다. 그때 든 생각은 ‘진작 관리를 좀 잘 할 걸’ 하는 아쉬움뿐이었다. 단순히 1~2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나 광현이처럼 아프지 않고 꾸준히 성적 내려면 시간을 잘 활용해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광현은 “내가 못하는 것을 보완하기에 앞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최고로 끌어올려야 한다. 부족한 것부터 채우려다보면 잘 했던 것도 떨어진다”며 “왼손타자한테는 가장 잘 던진다든지, 제구든 구속이든 뭐든지 한 가지라도 최고가 되는 것이 프로다. 나 자신을 파악하고 잘 했을 때 뭘 잘 했는지 알고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감과 함께 긍정적인 생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현은 “자신있게 던지면 가운데로 들어가도 안 맞지만 포수 사인에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던지면 100% 맞는 것은 진짜 불변의 법칙이다. 내가 오늘 커브가 좋은데 슬라이더 사인이 나오면 불안하고 고개 흔들다보면 템포도 끊긴다. 그래서 신인 때 나는 사인대로 던지기가 정말 껄끄러울 때는 안 맞히려고 일부러 볼을 던지기도 했다. 운좋게 스윙이 나오기도 했고, 다음 타자 잘 던지면 된다 생각하면서 그렇게 했다”며 “내 공에 자신을 갖고 던지는 것이 우선이지만, 내가 오늘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포수들에게 표정과 행동으로 알리면서 경기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 서로에게

1988년생 동갑내기에 동기생이자 좌완 에이스인 둘은 서로의 마음과 달리 어쩔 수 없이 늘 경쟁 구도에 놓인다. ‘뉴페이스’가 튀어나오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당분간 둘은 팀과 KBO리그와 국가대표를 이끄는 경쟁자이자 양대산맥으로 뛰어야 한다. 야구인생 최정점에 함께 서 있는 둘은 ‘친구’로서 서로에게 마음을 전했다.

양현종은 “광현이가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잘 했으면 좋겠다. 한국 야구를 책임진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동기나 라이벌을 떠나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이기 때문에 정말 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현도 “맞다. 아프지만 않으면 반은 한다”며 “현종이 역시 아프지 않고 잘 하면 좋겠다. 올해 들어 야구가 잘 되다보니 여유가 생겨 그런지 이렇게 힘이 넘치는데도 나중에 내리막 시즌이 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나는 현종이에 비해 그런 기교가 많이 부족하다. 부상도 없어야 하지만 이제부터 조금씩 떨어지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현종이도 나도 그런 부분을 잘 고민하고 공부 많이 해서 송진우 선배님처럼 같이 오래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 에이스로 지낸 10년, 중고참이 되자 오지 않을 것 같던 은퇴를 상상하는 것은 양현종도 마찬가지다. 양현종은 “지금이 야구인생의 100%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지금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은퇴할 때까지 수직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공통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광현이랑 같이 건강하게 야구하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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