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한국축구 성지 카잔서 새 기적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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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한국축구 성지 카잔서 새 기적 쓸 것”


“데뷔전에서 팀이 이겼어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나요.”

러시아 프로축구 루빈 카잔 데뷔전을 마친 황인범(24)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23일 전화 인터뷰 동안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황인범은 이날 2020~21시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1부) 4라운드 CSKA 모스크바 원정경기를 통해 이적생 데뷔전을 치렀다. 1-1로 맞선 후반 34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카잔은 황인범 투입 후 추가 득점해 2-1로 이겼다. 개막 네 경기(1무2패) 만에 거둔 첫 승.

레오니드 슬러츠키(49·러시아) 카잔 감독은 “황인범은 받은 패스를 모두 지켜냈다”며 볼 키핑 능력을 칭찬했다.

1958년 창단한 카잔은 러시아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2008, 09년 자국리그를 2연패했다. 유럽 클럽 대항전에도 자주 나선다.

연고지 카잔은 국내 팬에게 ‘카잔의 기적’으로 익숙한 장소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나선 한국은 카잔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황인범은 “국가대표 형들이 기적을 쓴 곳이 바로 우리 팀 홈구장이다. 한국 축구에 좋은 기운을 선물한 카잔에서 내 축구 인생의 기적도 쓰고 싶다”고 했다.

황인범은 미국 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뛰다 14일 카잔과 3년 계약했다. 유럽 축구계에서 미국은 ‘베테랑의 은퇴 무대’라는 편견이 있다. 황인범이 지난해 2월 K리그 대전 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에서 밴쿠버로 건너갈 때 일부 전문가들은 “추후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적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행을 성사시킨 건 독한 훈련의 결과다. 황인범은 매일 팀 훈련을 마친 뒤 패스와 슈팅 연습을 별도로 하며 킥의 강도와 정확성을 업그레이드했다. MLS 무대에서 ‘수준급 키커’로 인정 받자 입단 1년 만에 유럽 여러 팀에서 러브콜이 날아들었다.

어릴 때부터 가고 싶던 독일 팀의 연락도 받았지만, 막연한 꿈보다는 출전 기회를 보장한 카잔을 택했다. 슬루츠키 카잔 감독은 밴쿠버에 정식 이적 요청서를 넣은 다음날부터 이틀 연속 황인범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설득했다.

황인범은 “감독님이 카잔 선수단의 장·단점을 분석하면서 내가 필요한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줬다. 심지어 내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팔로우하더라. 이적이 확정된 날 후환이 두려워 얼른 ‘맞팔’했다”며 웃었다. 밴쿠버에서 영어공부에 매진한 덕분에 카잔에서도 손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통역 없이 동료들과 소통하고, 인터뷰까지 소화할 정도다. 황인범은 “먼저 유럽에 진출한 대표팀 동료 (황)희찬이와 (백)승호의 조언을 새겨들었다”고 했다.

유럽 진출에 성공한 황인범의 다음 목표는 대표팀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것. 2018년 파울루 벤투(51·포르투갈) 감독이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황인범은 꾸준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벤투호 황태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해 아시안컵 본선에선 부상당한 기성용(31·FC서울)을 대신해 플레이메이커로 나서기도 했다. 황인범은 지난해 12월 일본과 동아시안컵 최종전(1-0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대회 3연패를 이끌었다.

황인범은 “한국에 못 간 지 1년이 다 돼 간다. 더욱 완성도 높은 선수로 성장해 한국 팬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 먼저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겠다“는 각오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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