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은 왜 '연이은 호수비' 최주환을 교체했나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SK의 5회초 무사 주자 없는 상황, 두산 최주환이 노수광의 안타성 타구를 잡은 뒤 송구하고 있다. 2019.8.27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던 2루수 최주환을 경기 후반 교체했다. 왜 그랬을까.
두산은 지난 27일 잠실구장에서 선두 SK 와이번스를 4-2로 꺾고 5연승, 선두 추격에 불씨를 당겼다. 73승47패를 기록한 두산과 79승1무42패가 된 SK의 승차는 5.5경기까지 좁혀졌다.
2루수들이 보여준 연이은 호수비가 두산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최주환이 선발 출전해 6회까지 2루를 지켰고, 7회초 대수비로 투입된 오재원도 제 몫을 했다.
먼저 최주환의 수비가 빛났다. 3회초 SK가 선취점을 올린 뒤 이어간 2사 1,2루 찬스. 여기서 고종욱의 내야안타가 나왔다. 최주환이 다이빙캐치로 공을 잡아내면서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두산이 대량실점 위기를 넘기는 데 일조한 최주환은 1-1 동점이던 5회초에도 선두타자 노수광의 안타성 타구를 점프캐치로 걷어냈다. SK의 상위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노수광이 살아나갔다면 두산의 실점 가능성이 높았다.
두산은 4회부터 6회까지 3이닝 연속 득점하며 3-1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김태형 감독은 7회초 최주환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오재원을 대수비로 기용했다. 그리고 오재원은 이닝이 시작하자마자 바가지 안타가 될 수 있었던 김성현의 뜬공을 전력질주해 쓰러지며 잡아냈다.
결국 두산은 2루수들의 좋은 수비를 앞세워 4-2로 승리할 수 있었다. 최소 실책 1위(71개)팀다운 경기였다.
나무랄데 없는 수비를 보이고 있던 최주환을 교체한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눈에 띈다. 최주환의 수비력이 많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오재원이 수비에서는 최주환보다 한 수 위다. 또한 최주환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캡틴' 오재원의 실전감각을 유지하는 일석이조 효과도 잡았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최)주환이가 잘해줬지만 그래도 아직은 더블 플레이 등 세밀한 수비에서는 (오)재원이가 좀 낫다"며 "수비 강화 차원의 교체였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의 말대로 오재원은 유격수 김재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찰떡궁합 키스톤 콤비다.
2루는 여전히 두산의 고민거리다. 최근 오재원은 최주환의 타격감이 살아나면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최주환이 최근 5경기 연속 2루수로 선발 출전하면서 19타수 2안타(타율 0.105)로 부진하다는 점이다.
이날 SK전에서도 최주환은 첫 타석 삼진에 이어 내야 땅볼 2개만 추가한 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수비에서 활약했으나 장점인 방망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 오재원의 2루 수비 장면.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덕아웃 리더' 오재원도 포기할 수 없는 선수다. 여전히 타율이 1할대(0.164)에 머무르고 있지만 선수단 내 신망이 두텁기 때문에 팀 분위기를 위해 오재원을 1군에 두고 있다.
오재원이 7회초 호수비를 펼친 뒤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우익수 박건우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오재원을 챙겼다. 캡틴 오재원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오재원도 벤치에서 앞장서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도 김태형 감독은 상황에 따라 오재원을 적절히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재원이 선발로 출전해 최주환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두산으로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오재원이 타격에서도 예년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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