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무너진 KIA, 키움전 이어 되살아난 '9회 참사' 악몽
▲ 경기 지켜보는 KIA 박흥식 감독 대행(자료사진) |
ⓒ 연합뉴스 |
올 시즌 가을야구 희망이 사실상 사라진 KIA 타이거즈가 최근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9회 2사후 대량 실점, 경기를 망치고 있다. 올 시즌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내년을 탄탄히 준비하기 위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데 KIA는 잇따른 불펜진 방화로 경기를 허망하게 내주면서 시즌 마지막을 불안하게 보내고 있다.
KIA는 27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1-10으로 대패했다. 양 팀은 8회까지 삼성이 2-1로 앞서며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9회 삼성 공격 때 삼성은 빅이닝을 거둔 반면, KIA에는 대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삼성은 9회초 2사후 무려 8점을 올리며 KIA 불펜진을 초토화시켰다. KIA는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줄줄이 안타를 맞으면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KIA는 9회 투수를 전상현에서 하준영으로 교체, 수비를 무사히 넘기고 9회말 역전을 노렸다. 하준영은 삼성 선두타자 6번 김헌곤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줬으나 윌리엄슨을 우익수 플라이, 강민호를 2루수 플라이로 잡으며 유리하게 마운드를 이끌어나갔다.
하지만 9번 타자 박해민부터 대참사가 시작됐다. 박해민이 좌익수 왼쪽 안타에 이어 이날 3타수 3안타를 때린 1번 김상수가 볼넷을 진루, 순식간에 2사 만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삼성은 만루찬스에서 2번 박계범이 중견수 앞 안타를 치며 박해민과 김헌곤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뒤이어 구자욱도 우익수 오른쪽 안타로 김상수가 홈을 밟아 5-1로 앞서나갔다. 결국 KIA는 하준영에서 양승철로 교체했지만 한번 터진 삼성의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4번 러프는 3루수 앞 내야안타로 1타점을 올렸으며 5번 이원석은 좌익수 왼쪽 2루타로 또 한점을 추가했다.
9회 두 번이나 타석에 오른 김헌곤은 중견수 왼쪽 안타로 2, 3루에 있던 타자를 불러들여 KIA는 9회 2아웃에서 8점을 내주고 말았다. 강민호의 플라이로 삼성 공격은 끝났지만 KIA는 결국 10-1로 대패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또다시 떠오른 9회 악몽
KIA가 삼성에 대패한 이번 경기는 불과 일주일 전 키움과 무승부 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KIA는 지난 2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원정경기에서 5-5로 비겼다. 표면적으로 무승부였지만 KIA로서는 불펜진의 방화로 승리를 날려버린 경기였다.
KIA는 이날 에이스 양현종을 내세워 8회까지 5-0으로 앞서가며 팀 완봉승을 눈앞에 뒀다. 양현종은 8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져 단 5개의 안타만 내주며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대로만 가면 시즌 14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KIA는 그러나 9회 초 키움에 거짓말 같이 5점을 내주었고 양현종은 물론, 팀 승리도 날아가고 말았다.
키움은 마운드를 물려받은 마무리 하준영을 상대로 선두타자 서건창의 볼넷과 김하성의 안타 등으로 2사 1, 3루를 만들었다. KIA는 루상에 주자를 두 명이나 내줬지만 5점을 리드하고 있었기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KIA는 마지막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지 못하고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키움은 2사 1,3루에서 제리 샌즈와 박동원이 연속안타를 날리며 5-2로 따라붙었다. 키움 송성문이 대타로 나오자 KIA는 하준영에서 마무리 문경찬으로 바꿨다. 하지만 문경찬은 송성문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5-5 동점, KIA는 허망하게 승리를 날리고 말았다.
KIA는 10회 공격에서 1사 만루 찬스를 얻었으나 후속타 불발로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지만 KIA에는 1패 이상의 충격을 안겨다줬다. 올 시즌 최악의 경기로 불릴 만큼 허무하고 어처구니 없는 경기였다.
힘 잃은 방망이·무너진 마운드, 고민 깊은 '리빌딩'
KIA는 최근 10경기에서 2승 1무 7패로 추락했다. 이 중 1점차 패배 4경기, 2점차 패배 1경기로 1~2점차 패배가 무려 5경기나 된다. 따라잡을 수 있는 경기를 번번이 놓치면서 가을야구 희망도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17~18일 kt에 4-3, 2-1로 내준 경기가 결정적이었다.
KIA는 올 시즌 공격에서 최형우의 장타에 의지하고 있지만 최형우는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타율 0.339, 홈런 25개를 날렸던 최형우는 올해 타율 0.294에 홈런 15개에 그치고 있다. 올해 만 35세인 최형우가 전성기 시절을 회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해 23개의 홈런을 날렸던 안치홍 역시 올 시즌 고작 5개로 방망이는 힘을 잃었다. 그나마 터커가 최형우의 장타를 받쳐주고 있고 박찬호가 공수주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홈런군단 KIA의 위용은 사라진 지 오래다.
마운드는 에이스 양현종에 일방적으로 의지한 채 취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외국인 투수 제이콥 터너(6승 11패)와 조 윌랜드(7승 8패)의 내년 재계약은 무산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다.
▲ KIA 에이스 양현종(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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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 김윤동이 부상으로 물러나면서 하준영, 문경찬 등 젊은 불펜진이 활약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에서 보듯, 경험 부족이 드러나면서 자신감을 잃고 있다.
KIA는 이제 24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박흥식 감독 대행은 남은 경기 젊은 야수와 투수들을 1군에 불러 올려 기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남은 경기를 리빌딩에 초점을 맞춘 KIA는 내년을 위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고민을 끝없이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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