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독일에서 새 출발..다름슈타트와 계약 임박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백승호가 이번 여름 끝자락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몇몇 관계자는 백승호가 독일 2.분데스리가(2부리그) SV 다름슈타트 98로 향한다고 밝혔다. 지로나와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더는 구단 측을 믿고 기다릴 수 없었다. 2년 연속 비유럽선수(Non-EU) 쿼터를 눈앞에서 날릴 수 없다는 일념으로 여러 선택지를 마련해둔 결과다.
백승호로선 현실적 해결책을 강구했다. 프리시즌을 지로나에서 보낸 만큼 새로이 옮겨갈 팀에 어필할 기회가 없었다. 흘려보낸 시간도 고려해야 했다. 이적시장을 며칠 안 남겨둔 현재, 백승호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동일 포지션 자원을 보강한 팀도 있었다. 프랑스 1부 포함 여러 리그 몇몇 팀을 걸러낸 이유다.
그러던 중 다름슈타트 측과 닿았다. 그간 스페인에서만 뛰어온 터라 생소했지만, 선수 측 마음을 끈 여러 요인이 있었다. 무엇보다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백승호의 영상을 미리 입수해 어떤 선수인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플레이 스타일에 묻어나는 특성을 직접 설명할 만큼 구체적이었다. 단장 포함 구단 측도 좋은 조건으로 호의적 태도를 보였다. 백승호 또한 최근 독일 현지에서 다름슈타트의 정규리그를 관전하며 앞날을 그려봤다. 지속적으로 최대한 많이 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이적에는 한국인 선수들과 독일 분데스리가의 관계도 어느 정도 깔려있었다. 다름슈타트는 과거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 김진국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적을 뒀던 곳이다. 최근에는 지동원이 임대를 다녀간 이력도 있다. 구단에서는 이들을 거론하며 코리안리거의 성실하고도 헌신적인 모습에 반했다고 털어놨다. 백승호에게도 이런 점을 기대하는 건 물론이다.
당초 백승호는 이적 확률을 반반 정도로 봤다.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 시티의 독단적인 선수 임대에 비유럽선수 쿼터를 빼앗긴 바 있다. 이런 일에 분노하고도 미련하게 남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지난겨울부터 구단 측 '1군 승격+장기 재계약' 제안에도 줄다리기를 하며 시간을 끈 것도 이 때문. 다만 후안 카를로스 운수에 전 바르셀로나 수석코치가 지로나 감독으로 부임한 데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바르셀로나 시절 40회 안팎의 1군 훈련 콜업으로 연을 맺은 사이. 이번 궁합도 괜찮았다. 프리시즌 친선전 6경기에 출전한 백승호는 3도움으로 팀 내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구단은 약속을 져버렸다. "네게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면서도 선수 등록을 미루기만 했다. 정규리그 1라운드부터 쿼터를 받기로 했던 백승호가 격하게 항의하자, 초코 로사노 거취와 관련된 이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페인 '아스' 등 현지 매체는 26일 "로사노가 떠나지 않아 백승호가 못 뛰고 있다"고 조명했다. 로사노가 이적 전 백승호에게 쿼터를 넘길 경우, 지로나로선 규정상 FA(자유계약)로 풀릴 로사노의 이적료를 날릴 처지였다. 백승호에게 계속 "기다려달라"고 호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맨시티의 지주회사 시티풋볼 그룹이 백승호의 지분 일부를 사들이고 네덜란드 리그나 뉴욕 시티 등으로 임대 가는 방법으로도 회유했으나, 선수 측이 이를 단칼에 잘랐다.
상황은 더욱 꼬였다. 주축 공격수 크리스티안 스투아니가 부상을 이유로 이탈했다. 하지만 우루과이 대표팀 명단에는 포함되는 이상한 시나리오로 흘러갔다. 정황상 2부리그 강등팀 지로나 탈출을 노리는 스투아니가 소속팀 경기를 안 뛰겠다고 드러누웠고, 실제 이 선수가 떠날 시 차순위 공격 옵션 로사노라도 잡아야 하는 복잡한 판도가 됐다. 최악의 경우 로사노가 잔류해 쿼터를 유지할 수도 있었다. '아스'는 "지로나 측은 백승호와 재계약까지 바라본다"고 설명했지만, 눈앞 돈에 목매며 모든 토끼를 잡으려는 계획은 분명 무리였다. 로사노를 팔아 돈을 챙기고 백승호 역시 보유하려던 이들이 급작스레 스투아니 암초에 걸린 셈이다.
백승호도 이적료를 벌어야 하는 구단 측 사정을 헤아리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2년 연속 똑같은 일을 당할 수는 없었다. 이미 지난 주중 팀에 "쿼터와 상관없이 떠나겠다"고 통보했고, 이적 추진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협상 차 독일로 날아가기 직전까지도 지로나 측은 "비행기를 타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되겠냐"고 유선 접촉을 시도해왔다. 선수와 에이전트가 합심해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구단을 압박하지 않았다면 또 끌려갈 뻔했다. 이 과정 중에도 약속을 어긴 게 총 네 차례다.
이후 두 구단은 이적을 놓고 합의점에 다다랐다. 미래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선수로서 앞날을 보장받을 장치도 넣었다. 백승호는 29일 다시 독일로 향해 메디컬 테스트 포함 잔여 절차를 마무리해가고 있다. 이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등에 일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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