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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몰락, 정말 ‘이게 다 이대호 때문’인가

보헤미안 0 532 0 0
롯데의 간판타자 이대호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사진=롯데)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 전이 열린 8월 30일 고척스카이돔. 경기를 앞두고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이 취재진 앞에 나섰다. 밤새 고민으로 잠을 설친 듯 퀭한 눈에, 입가엔 면도하지 않은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돋아나 있었다. 공 대행은 “한잠도 자질 못 했다”고 했다. 
 
취재진 앞에 선 공 대행은 먼저 이날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대호에 대해 설명했다. 손목을 비롯해 여기저기 부상이 있었고, 더 일찍 1군에서 내렸어야 하는데 타이밍이 늦었다고 했다. 부상은 부상이지만 경기에 못 뛸 정도는 아닌 부상. 팀 내 간판선수를 1군에서 제외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이유다.
 
정말 공 대행이 공들여 설명한 건 따로 있었다. 공 대행은 이대호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팀 내 최고연봉 선수이자 간판스타로서 그가 가졌던 책임감과, 말 못할 스트레스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마치 ‘사람들이 비난하고 오해하는 것과 달리, 실제 이대호는 그런 선수가 아니다’라고 변호하는 듯 보였다. 겉으론 이대호를 1군에서 빼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실제론 이대호를 1군에서 빼면 안 된다고 누군가에게 항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대호.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조선의 4번타자이자 롯데의 심장, 부산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슈퍼스타.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다. 하지만 롯데가 최하위로 추락한 올 시즌엔 말 그대로 욕받이 신세가 됐다. 단장과 감독이 전반기 최하위 책임을 지고 퇴진한 가운데, 이제는 이대호가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을 홀로 뒤집어쓴 채 사방에서 두들겨 맞는 중이다.

이대호 말소, 정말 손목 부상 때문일까
 
이대호와 채태인. 롯데 베테랑들에게는 추운 계절이다(사진=롯데) 
 
정말로 ‘이게 다 이대호 때문’일까. 이대호는 2019시즌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4에 15홈런 86타점 OPS 0.794를 기록했다. 예년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인 건 맞다. 4년 150억 원에 계약한 간판선수에 거는 팬들의 기대엔 못 미칠 수도 있다. 이대호라는 이름값에서 오는 위압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도 나올 법 하다.
 
하지만 롯데가 리그 꼴찌로 추락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팀 평균자책(5.09) 꼴찌에 최악의 WPA(추가한 승리 확률, -11.84)로 드러나는 마운드 붕괴. 여기에 폭투와 포일을 합쳐 100개가 넘는(92폭투, 11포일) 포수 문제가 심각하다. ‘공인구 효과’로 예년보다 투수력 비중이 커진 가운데, 마운드가 버티지 못하니 이길 수 없다. 이건 이대호의 책임이 아니다.
 
타선에서도 제 몫을 하는 선수는 이대호와 외야수 3명이 전부다. 롯데는 내외야 전력 불균형이 심각한 팀이다. 주전 포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중에 타율 3할과 OPS 0.700 이상인 선수가 전무하다. 그나마 잘 치는 타자는 전부 외야수 아니면 지명타자다. 구단이 효율적 투자와 균형 잡힌 전력 구성에 실패한 건 이대호의 책임이 아니다. 
 
이대호가 최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후배들 기를 죽인다,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롯데 관계자는 이대호가 다소 엄한 선배인 건 맞지만,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는 아니다. 사실 이대호를 비롯한 고참 선수들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으레 나오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대호는 1군 말소 전까지 WPA 1.50으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못한다 못한다 해도 롯데 타자 중에 가장 팀 승리에 많은 공헌을 한 선수가 이대호였다. 후반기 페이스도 좋았다. 후반기 타율 0.282에 4홈런, 8월 들어선 타율 0.325에 3홈런 15타점으로 한창 제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롯데가 최근 타선 침체 속에서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이대호가 역할을 해준 덕분이었다.
 
그런 이대호가 갑자기 1군에서 제거됐다. 롯데는 손목 부상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른 구단 트레이너는 30대 이상 베테랑은 대부분 이런저런 부상을 달고 경기에 뛴다. 부상 없이 뛰는 선수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2군에 갈 정도로 손목이 아픈 선수가 전 경기에 출전하고, 후반기와 8월 맹타를 휘둘렀다는 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다. 
 
이대호의 1군 제외는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었다. 공필성 대행은 28일 울산 LG전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남은 시즌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겠단 계획을 밝혔다. 이대호에 대해서도 “본인도 팬들도 다소 힘든 시간이 있었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변화가 있을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진 최고참 송승준에 대해서도 ‘유종의 미’라는 의미심장한 표현을 사용한 공 대행이다.
 
바로 다음 날 베테랑 타자 채태인이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후반기 타율 0.323에 최상급 1루 수비력을 자랑하는 채태인을 1군에서 제외하며 공 대행은 다시 한번 ‘젊은 선수’와 ‘세대교체’를 언급했다. 그리고 바로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엔 동갑내기 이대호가 1군에서 빠졌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 하기엔, 묘한 타이밍이다. 갑작스런 1군 제외가 아니라, 차곡차곡 준비하고 분위기를 조성한 뒤에 일이 이뤄졌단 인상을 준다. 
 
야구계에선 베테랑 1군 배제와 세대교체가 공필성 대행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공 대행은 부임 당시 베테랑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공 대행이 자의에 의해 방향을 바꿨다고 보긴 어렵다. 공 대행도 여러 차례 선수들과 약속을 못 지키게 된 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다른 구단 고위 관계자는 세대교체나 채태인, 이대호 엔트리 제외 같은 중요한 결정을 감독대행이 혼자 내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50경기로 한정된 ‘지정생존자’ 감독대행에겐 결정권이 없다. 그보다 윗선의 ‘VIP’가 내린 결정이라 보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 
 
실제 롯데 소식통에 따르면 채태인의 1군 제외는 김종인 구단 대표이사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으로 알려졌다. 이대호의 1군 제외도 다르지 않다고 봐야 한다. 롯데 본사 관계자는 “김 대표는 그룹 내에서 황각규 부회장 라인으로 통한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도 고교 동기동창으로 그룹 내에선 영향력이 큰 2인자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이대호는 29일 경기가 끝난 뒤 한밤중에 곧장 고척에서 택시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일반적인 베테랑 선수의 엔트리 말소 절차로 보이지 않는다. 손목 부상이 이유라면 다음 날 이동하거나, 남은 시리즈 선수단과 동행한 뒤에 이동했을 것이다. 외부에서 알기 힘든 내부 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어쩌면 이대호의 책임감을 거듭 강조하며 변호한 건 힘없는 감독대행이 선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였을지 모른다.

“이대호 없는 롯데 야구 보러 관중이 오겠나”
 
이대호와 베테랑 마무리 투수 손승락(사진=롯데) 
 
간판타자 이대호를 뗀 롯데는 앞으로 어디로 갈까. 이대호가 빠진 30일, 롯데는 키움에 2대 5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1회부터 내야진 손발이 맞지 않아 황당한 실점을 내줬고, 경기 중반엔 어이없는 주루사도 나왔다. 마땅한 선발이 없어 오프너를 내세운 키움 마운드에 4안타 2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고척 9연패와 원정 9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대호를 빼면 롯데가 달라질 거란 일각의 주장은 망상이었음을 보여준 경기다. 
 
젊은 선수를 무작정 1군 경기에 내보내면 자연히 성장할 거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이미 올 시즌 내내 롯데의 수많은 유망주를 통해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다. 육성 시스템도 없고 준비도 안 된 리빌딩 과정에 베테랑은 베테랑대로 불만이 쌓였고, 젊은 선수들은 중압감에 짓눌려 성장이 정체됐다. 그 결과는 리그 최하위로 돌아왔다.
 
수년째 ‘세대교체’를 외쳤지만 여전히 롯데엔 이대호를 뛰어넘을 선수도, 이대호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선수도 나오지 않았다. 나이 많은 채태인과 이대호를 1군에서 치운다고 젊은 선수들이 알아서 성장하는 게 아니다. 바람직한 리빌딩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의 건강한 경쟁 속에, 베테랑에게서 보고 배운 젊은 선수가 성장해 주전 자릴 차지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대호 없는 롯데 야구를 보러 관중이 오겠나라고 질문했다. 29일 6,090명을 기록한 고척스카이돔 관중 수는 금요일인 30일 4,352명으로 뚝 떨어졌다. 5개 구장 최소 관중이다. 서울에 사는 한 롯데 팬은 ‘이대호 2군 보내라’는 야구 모르는 팬들이 술자리에서나 할 법한 소리다. 설마 그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이대호 2군행을 지시한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롯데 야구에 관심을 끊겠다고 분개했다. 
 
이대호는 1군 제외를 앞두고 선수들을 불러 모은 뒤 “내가 없어도 똘똘 뭉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바로 진짜 이대호다. 한번 생각해 보자. 롯데가 최하위로 추락한 게 정말로 이대호 때문인지를. 이대호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욕받이가 된 사이, 롯데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들은 뒤로 밀려나 관심 밖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어쩌면 그건 롯데를 망친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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