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KIA 박찬호, 이창진, 한승택.

“선배들 말 하나도 틀린 게 없어요.”

지난 6월 박찬호(24·KIA)는 고민에 빠졌다. 컨디션이나 타격감은 문제가 없었는데 맘처럼 몸이 따라오지 않는 게 문제였다. 숙소에서 영상을 돌려 보고 훈련량을 늘려보기도 했는데 명쾌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폭발적으로 터지던 타격감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고민 끝에 주장 안치홍을 찾아가 의견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경험을 무시하지 마라. 안타보다 시즌 끝까지 퍼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였다.

안치홍의 한 마디가 어느 때보다 공감되는 시기다. 전반기까지 펄펄 날던 박찬호가 부침을 겪고 있다. 3할을 상회하던 시즌 타율도 27일 기준 0.268까지 하락했다. 수비나 주루플레이를 할 때 박찬호를 향한 기대감은 여전한데 타격에 대한 아쉬움도 공존하고 있다. 박찬호는 “시즌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머리로는 이렇게 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생기더라. 예전에 치홍 선배가 해줬던 조언이 지금은 100% 이상으로 와닿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박찬호만의 고충이 아니다. 시간을 올 시즌 초반으로 돌려보자. KIA는 올 시즌 세 명의 ‘미래’를 얻었다. 주전 3루수 박찬호와 중견수 이창진(28), 그리고 안방마님 한승택(25)이다. 돌이켜 보면 전반기 팀이 연패의 늪에 빠져 있을 때, 베테랑들이 집단 부진에 빠졌을 때 팀의 생명줄을 잡았던 주인공들이다. 공교롭게도 이창진과 한승택 역시 성적 하락을 막지 못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선배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그에 맞게 대비해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라 적확한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았다.

이창진은 “형우 선배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한 여름에는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체력관리를 해야 하는지였다”면서 “선배 조언 중 여러 가지를 접목해 나름의 매뉴얼로 활용해봤는데도 쉽지 않았다. 풀타임이라는 게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 털어놨다. 한승택도 “‘어?’하는 순간에 기록이 떨어졌다. 지쳤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맘처럼 몸이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며 “선배들이 말하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다. 한 시즌을 치르는 방법을 몸으로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풀타임 첫 해를 치르고 있는 세 선수 모두 KIA의 핵심 자원이다. 리빌딩 기조 속에서도 팀 미래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포스트시즌은 현실적으로 멀어졌지만 젊은 피들은 선배들의 값진 조언을 품에 안고 하나씩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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