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심판의 시대가 온다? 현장에서 보는 가능성과 문제점
로봇심판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는 시대가 오게 될까.
KBO는 지난 4일부터 이천구장과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퓨처스리그에 로봇심판을 시범 도입했다. 로봇심판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고 이어폰을 통해 심판이 판정을 선언하는 방식이다.
로봇심판은 최근 야구계에서 뜨거운 이슈다. 100년이 넘은 야구 역사에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심판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기계들이 심판 판정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감독들이 중요한 순간 비디오판독을 신청하는 것은 전혀 어색한 장면이 아니다.
그럼에도 스트라이크 판정만큼은 아직까지 심판의 절대적인 영역으로 남아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심판 빌 클렘이 투수가 공을 던진 후 타자가 “스크라이크인가요 아니면 볼인가요?”라고 묻자 “내가 콜 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답한 일화는 볼 판정에 있어서 심판이 어떤 권위를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모두가 비디오판독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로봇심판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KBO리그 역시 로봇심판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독립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로봇심판을 시범 도입하고 최종적으로는 빅리그에 로봇심판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리그가 취소되면서 로봇심판 도입도 무산됐지만 지난 시즌 독립리그에서 시범운영을 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쌓았다.
KBO리그 역시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로봇심판을 시범운영하면서 빠르면 2022년 1군에도 도입을 할 예정이다.
처음으로 로봇심판 시범도입 경기를 치른 LG 트윈스 황병일 퓨처스팀 감독은 지난 5일 전화 통화에서 “경기 진행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스트라이크 존은 좌우로는 조금 좁고 상하는 조금 후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경기를 치른다면 타자들은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로봇심판에 대한 첫 인상을 밝혔다.
실제로 로봇심판의 스트라이크 존과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은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 독립리그에서도 로봇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는 선수가 나오기도 했다. 스트라이크 존은 많은 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2차원의 사각형이 아닌 홈플레이트 상공의 3차원 공간이다.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기 때문에 인간이 보기에는 볼처럼 보이는 공도 로봇심판은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로봇심판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역시 정확성과 객관성을 꼽았다. 황병일 감독은 “로봇심판이 도입되면 주심의 볼 판정 부담이 해소될 수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역시 주심에게 항의하거나 어필할 필요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볼 판정에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영상을 보면 투수가 공을 던지고 심판이 콜을 하는 사이에 확실히 약간의 텀이 느껴진다. 황병일 감독은 “주심을 보니까 이전 버릇처럼 손이 올라오다가 멈칫하고 뒤늦게 스트라이크 콜을 한다. 아직 콜이 늦는데 이부분은 확실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황병일 감독은 “1군 도입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KBO가 의지를 가지고 도입을 한다면 현장에서도 맞춰서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1군 도입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올 시즌 KBO리그의 비디오판독을 통한 판독 번복률은 29.6%에 불과하다. 심판들이 팬들의 생각보다는 정확한 판정을 내리고 있다는 의미다. 로봇심판의 도입도 예상외로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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