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38년 전의 한국 방문기를 떠올렸다.

올시즌 처음 KIA 지휘봉을 잡은 윌리엄스 감독이지만, 사실 한국 땅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8년 전인 1982년 여름, 한·미 대학선수권에 미국 대표로 참가해 동대문 구장과 잠실 구장을 오가며 대한민국 대표팀과 경기를 치렀다. 당시 한국팀에는 대학교 3학년이던 LG 류중일 감독이 엔트리에 포함돼 있었는데, 두 사령탑 모두 이 대회에서 번갈아 홈런을 쳤던 좋은 기억이 있다. 

KIA 윌리엄스 감독이 38년전 홈런 지점을 찾아가 인증 사진을 남겼다. 제공 | KIA타이거즈

이들은 지난 11일부터 치른 잠실 3연전에서 다시 재회해 옛 추억을 함께 나눴다. 잠실 구장에서 홈런을 쳤던 장소에 찾아가 인증 사진도 남겼고, 12일 경기를 앞두고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류 감독이 35년 전 신문에 실린 사진 대회 자료를 직접 입수(?)한 게 시작이다. 해당 사진에는 2루로 도루를 시도하는 윌리엄스 감독과 베이스를 지키고 있는 류 감독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12일 경기 전 류 감독은 사진을 들고 윌리엄스 감독을 찾아가 당시의 추억을 함께 되짚기도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류 감독님 덕분에 신문을 봤는데 그때 사진을 보니 머리카락이 좀 있더라”며 활짝 웃은 뒤 “재밌게 같이 봤다. 그때 상황이 아웃이어서 아쉬울 뿐이다. 내가 도루를 시도하면 항상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윌리엄스 감독(왼쪽)과 류중일 감독. 제공 | KIA타이거즈

윌리엄스 감독의 한국 방문기는 계속 이어졌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던 류 감독과는 달리 윌리엄스 감독은 당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를 뚫고 경기장으로 이동하던 순간까지 뇌리에 박혀있을 정도다. 윌리엄스 감독은 “우리 팀이 이태원에 머물고 있었다. 경기장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사이렌이 울리더라”며 “이동을 못 한다고 해서 택시를 탔다. 다른 차들이 다 옆에 멈춰있어서 택시 기사님께 빨리 가 달라고 했다. 사실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잘 몰랐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당시 상황은 꽤 심각했다. 윌리엄스 감독과 미국 대표팀이 묵는 호텔 근처엔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호텔에 도착해서 내렸는데 군인들이 서있더라. 다들 기분이 좋지 않은 채 서 있었는데 나에겐 그게 가장 선명한 기억이다”라고 회상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설명대로라면 당시 민방위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취재진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윌리엄스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는 그런 걸 전혀 몰랐다. 그 절차를 완전히 무시했던 것 같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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