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는 타격 기계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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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5 14:36
김현수(32·LG)는 데뷔 당시 KBO리그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타자다. 2007년 99경기에 뛰며 가능성을 내비친 김현수는 2008년 타율 0.357, 168안타를 기록하며 단번에 국가대표팀 주축 타자로 우뚝 선다.
김현수의 시대는 꽤 오래 이어졌다. 큰 부상 없이 매 시즌 좋은 타격 성적을 뽐냈다. 정교한 타격에 파워까지 더하며 생산력을 유지했다. 남들이 몇 년 걸려 이뤄내는 과정을 김현수는 최단 시간에 끝내곤 했다. 리그를 가장 꾸준히 지배한 타자이기도 했다. 그렇게 붙은 별명이 ‘타격 기계’다. 김현수는 그 방망이 하나를 가지고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LG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로 돌아온 뒤, 김현수 앞에 항상 붙었던 ‘타격 기계’라는 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 별명은 다른 타자들에게 돌아갔다. 항상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예전의 그 위용과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140경기에서 타율 0.304, 11홈런에 머물렀다. 다른 선수라면 뛰어난 기록이었겠지만, 김현수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렇게 잠시 잊고 있었던 ‘타격 기계’의 호칭을, 김현수는 올해 보란 듯이 되찾고 있다. 김현수는 4일까지 74경기에서 타율 0.348, 16홈런, 6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92를 기록 중이다. 리그 타율 6위, 최다안타 4위, 홈런 9위, 타점 공동 1위 등 전방위에서 활약 중이다. 김현수보다 OPS가 높은 타자는 멜 로하스 주니어(kt), 이정후(키움)가 전부다. 7월 들어 타격감이 완연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데다 득점권 타율도 0.485에 이른다.
조정 득점 생산력(wRC+)에서는 자신의 경력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고, 가장 좋았던 시즌인 2008년과 2009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결은 무엇일까. 류중일 LG 감독은 “올해 몸의 스피드가 조금 빨라진 것 같다”고 말한다. 김현수 또한 지난해와 올해의 몸이 조금 다르다고 인정한다. 철저한 재활과 훈련 덕이다.
김현수는 “재작년에 처음으로 다쳤다. 작년에는 똑같이 웨이트 위주의 운동을 했다. 그래서 작년에는 (몸이)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 몸무게의 차이는 없는데, 이게 재활의 중요성이구나를 느꼈다”고 고백하면서 “올해는 트레이닝 파트와 많이 이야기를 하고, 또 들었다. 러닝을 정말 많이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똑같이 하면서, 하루에 2시간 이상씩 했다. 내가 느끼기에 무거움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웨이트로 힘을 유지하면서 몸이 조금 가벼워지자, 김현수의 방망이는 폭발하고 있다. 방망이에는 정교함과 장타력 모두 넘친다. 여기에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여 손의 위치를 내리는 등 기술적으로도 지독하게 한계를 파고들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성적이다. 오히려 전성기보다 몸이 더 건강해진 만큼, 김현수는 자신의 한계에 다시 도전할 여건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타격 기계가 더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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