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날’ 사인회 불참…야구팬 무시하는 이대호 ‘회장님’
1년에 한 번 있는 ‘야구의 날’이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간판이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제10대 회장 이대호(37)는 야구의 날이 특별하지 않은 것 같다. 팬들과의 스킨십에 신경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뒤로 숨어버렸다. 선수협 회장이라고 자각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8월23일은 야구의 날이다. 한국야구대표팀이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9년부터 야구의 날을 제정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2008년 8월23일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한국야구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는 야구의 날 제정 11주년이다.
KBO와 10개 구단은 야구의 날인 23일 경기가 있는 잠실(NC-LG), 고척(KIA-키움), 문학(한화-SK), 수원(롯데-kt), 대구(두산-삼성)구장에서 팬 사인회를 실시하고, 홈팀과 원정팀 선수 2명씩 총 4명이 각 구단을 대표해 팬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오는 11월 ‘2019 WBSC 프리미어 12’ 서울 예선 라운드가 개최될 고척돔에서는 베이징올림픽 당시 국가대표팀 사령탑이기도 한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팬 사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4번타자였다. 야구의 날이 생기게 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홈런 3개를 때리며 금메달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야구의 날 기념 팬 행사에는 불참한다. 팬들도 이대호에 대한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뜻깊은 날이다. 각 구단은 팀의 간판 타자와 투수 내지는 간판선수들이 사인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투타 간판 선수인 김광현(31)과 최정(32)이 사인회에 나가고, 한화 역시 간판 김태균(37)과 마무리 정우람(35)이 팬들과 만난다. LG는 ‘광토마’ 이형종(30)과 새로운 마무리 투수 고우석(21), NC 캡틴 박민우(26)와 토종 에이스 구창모(22), 키움은 4번타자 박병호(33)와 전천후 유격수 김하성(24), KIA에선 에이스 양현종(31)과 간판타자 안치홍(29)이 참석한다. kt도 투타간판인 강백호(20)와 이대은(30)이 삼성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강민호(34)와 간판 내야수 김상수(29), 두산도 팀을 대표할만하다고 볼 수 있는 김재호(34)와 박건우(29)가 나온다.
하지만 롯데는 올해 입단한 신인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19)과 내야수 고승민(19)을 명단에 올렸다. 타구단과 비교해 그 ‘무게감’이 떨어진다. 사인회 참석 선수는 구단이 정해 KBO에 통보했지만, 앞서 KBO가 사인회에 참석할만한 선수를 선정해 구단에 요청한 뒤 결정된 것이었다. 22일 KBO관계자는 “롯데에는 최초 이대호와 손아섭(31)을 요청했는데, 구단에서는 서준원과 고승민으로 정해 보냈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지난 17일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이라 참석하기 힘들지만, 4번타자로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이대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KBO의 요청에 이대호가 거절했거나, 롯데 구단 차원에서 막내들로 바꾼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선수단에서 젊은 선수들과 팬들의 접점을 넓혀주자는 취지에서 신인 선수들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전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설명이다.
실망스러운 결정이다. 실제 이대호의 불참을 놓고 야구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선수들을 대표하는 선수협회장이라는 위치,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당시 홈런 3개를 때리면서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사인회 불참은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얘기다. 신인 선수들을 대신 참석하게 한 것에 대해선 “비겁한 결정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팀 성적도 최하위로 처져 있고, 선수 자신의 성적도 떨어진 상황에서 사인회에 참석하기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롯데는 단장과 감독도 자진 사퇴했기에 이대호로서도 전면에 나서긴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명색이 선수협회장이 팬들과의 스킨십에 소홀해서 되겠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구나 팬서비스에서 논란이 많았던 이대호이기에 야구의 날 사인회 불참은 공분을 사기 충분하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누구보다 더 기뻐했던 이대호다. 11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감동과 기쁨을 팬들과 나누기 힘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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