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데뷔전 중압감·생소한 상황 이겨낸 뜻깊은 세이브
어릴 적부터 꿈꿔온 꿈의 무대에 선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이라는 중압감만이 그를 짓누른 것이 아니었다. 세이브 상황은 그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김광현은 고전했다. 그래도 스스로 위기를 넘기며 빅리그 데뷔전에서 귀중한 세이브를 품에 안았다.
김광현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2020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에서 팀이 5-2로 앞선 9회초 등판,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고 팀의 5-4 승리를 지켜내 세이브를 수확했다.
김광현이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는 것은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다소 낯선 광경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SK 와이번스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은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298경기에 등판했는데, 그 중 276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22경기에 구원 등판한 김광현은 2개의 홀드를 따냈을 뿐 세이브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2019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최대 1100만달러에 계약한 김광현의 보직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프로 인생의 대부분을 선발 투수로 살아온 김광현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발로 뛰는 것이었다. 김광현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선발 투수를 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팀에서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팀에서 정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도 김광현은 5선발 후보로 거론됐다. 잭 플래허티, 다코타 허드슨, 애덤 웨인라이트, 마일스 마이컬러스로 이어지는 세인트루이스 1~4선발이 건재한 가운데 김광현은 스프링캠프와 서머캠프를 거치며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와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이달 초 서머캠프가 시작된 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자리에는 공백이 생겼다. 조던 힉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시즌을 포기했다.
이에 2018시즌 중반 이후 불펜으로 이동해 지난해 마무리 투수를 경험한 마르티네스가 마무리 역할을 맡고, 김광현이 5선발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마르티네스의 선발 의지를 무시할 수 없었던 세인트루이스는 마르티네스를 5선발로 낙점했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김광현에 마무리 역할을 맡기며 중용했다.
김광현에게 세이브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2010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우승을 확정할 때 마운드에 서 있던 것이 김광현이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SK가 3승무패로 앞서가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팀이 4-1로 앞선 8회 1사 1, 3루 상황에 등판해 1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팀 승리를 지켰다. SK가 3승2패로 앞서가던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도 5-4로 앞선 연장 13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김광현에게 세이브 상황 등판이 익숙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다. 익숙한 선발 등판이어도 긴장감을 느낄 상황이었다.
세인트루이스가 7회까지는 불과 3-2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고 있어 김광현이 불펜에서 몸을 풀며 느낄 긴장감은 상당했을 터다.
8회말 폴 데용이 좌중월 투런포를 쏘아올려 다소 김광현에게 여유가 생겼지만,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비도 도와주지 않았다. 김광현은 9회초 선두타자 조시 벨을 실책으로 내보내야 했다. 평범한 내야 땅볼이었으나 타구가 세인트루이스 3루수 토미 에드먼을 맞고 외야로 튀고 말았다.
긴장감이 더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김광현은 흔들렸다. 콜린 모란에 2루타를 맞아 무사 2, 3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호세 오수나에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결국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5-4까지 쫓긴 상황에서 크게 숨을 내쉬며 평정심을 되찾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감광현은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김광현은 후속타자 제이콥 스털링을 상대로 시속 92.8마일(약 149.3㎞)짜리 직구를 던져 2루수 병살타를 유도, 순식간에 이닝을 마치며 1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압박감과 생소한 상황을 이겨낸 김광현은 의미있는 세이브를 거뒀다. 일단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정규리그 경기에서 개인 첫 세이브를 챙겼다.
한국인 투수가 빅리그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따낸 것은 김광현이 두 번째다. 김광현 이전에 김병현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던 1999년 3월30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데뷔 첫 등판에 나서 세이브를 수확한 적이 있다.
아울러 김광현은 김병현, 봉중근, 박찬호, 오승환, 류현진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세이브를 수확한 6번째 한국인 투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세인트루이스 투수가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수확한 것도 오랜만이다. 김광현이 2005년 브래드 톰슨 이후 15년 만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로 시즌을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김광현은 뜻깊은 세이브를 따내며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다. 조금씩 긴장감을 내려놓으며 마무리 보직에 적응해나갈 김광현이 안정감을 장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ㅡㅡ지우지 말아 주세요 ㅡㅡ
온라인카지노 커뮤니티 일등!! 온카 https://casinole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