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 2년 만에 '여중생 볼트'로…양예빈이 특별한 이유
▲ 양예빈은 트랙 입문 2년 만에 한국 육상 대형 샛별로 올라섰다. ⓒ 양예빈 인스타그램
속도감이 남다르다.
트랙 위에서 성큼성큼 뛰면 종전 기록은 훌훌 밀려난다. 경쟁자를 따돌리고 자기 기록 새로 쓰는 속도가 눈부시다.
피치 올리는 양예빈(15, 계룡중)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청량했다. 한여름 뙤약볕을 식히는 소금물이 떠올랐다.
양예빈은 지난달 29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중부 400m 결선에서 55초29로 골인했다.
1990년 김동숙이 세운 여중부 최고 기록(55초60)을 0.31초 앞당겼다. 29년 만이다. 이때 우승으로 한국 대표 육상 샛별로 우뚝 섰다.
기록 단축 속도가 놀랍다. 지난해 양예빈이 작성한 400m 최고 기록은 57초51.
1년도 안 돼 2초 넘게 줄였다. 54초대 진입이 가시권이다.
탄력만 붙는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 전에 한국 기록(53초67) 경신도 노려봄직하다. 16년 전 이윤경 기록과 2초 차이도 안 난다(1.62초).
양예빈은 2004년 3월 16일생이다. 만 나이로 열다섯 살.
그러나 기록은 열일곱, 열여덟 살 언니와 견줘야 한다. 올해 18세 이하 아시아 여자 400m에서 양예빈 랭킹은 7위.
그보다 좋은 기록을 거둔 6명은 모두 2002년, 2003년생이다.
양예빈을 지도하는 김은혜 계룡중 코치는 "기록 단축보다 뿌리를 더 단단히 다지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축 속도가 원체 빠르다.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다.
▲ 양예빈 ⓒ 대한육상연맹
200m 성장세도 눈부시다. 국내 선수가 200m와 400m를 병행하는 건 흔치 않지만 양예빈은 예외다.
"힘들긴 한데 두 종목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욕심도 낸다.
지난 9일 충북 보은에서 열린 제48회 추계 전국중고등학교 육상경기대회 여중부 200m 결선에서 24초82,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열이틀 전 세운 개인 최고 기록을 0.10초 앞당겼다.
이 종목 여중부 최고 기록은 24초59. 올해 안에 새 장(章)을 열 가능성이 높다.
보폭을 끝까지 유지하는 힘과 지구력이 돋보인다. 161cm로 육상 선수로는 크지 않은 키.
그러나 큰 보폭을 레이스 후반에도 이어 가는 능력이 빼어나다. 타고난 근력은 러너로서 성장 가능성을 키운다.
김 코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9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양)예빈이가 또래 선수보다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큰 보폭을 레이스 후반에도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힘있게 발을 밀면서 뛰는 아이다. 300m 이후에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양예빈을 알린 건 지난 5월 전국소년체전이다. 50m 격차를 수월하게 극복하는 달리기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영상 조회수는 300만을 넘겼고 댓글난엔 '육상계 김연아' '여중생 (우사인) 볼트'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국제 대회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지난 6월 홍콩에서 열린 인터시티 국제육상 200m에서 24초98을 기록하며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경북 김천에서 열린 한중일 친선 육상대회에서도 400m 55초65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한 중학생이었지만 3위로 골인하며 잠재성을 증명했다.
더 놀라운 건 트랙 입문 시기다. 양예빈은 멀리뛰기, 세단뛰기로 육상을 시작했다. 도약 종목에서 달리기로 진로를 튼 건 중학교 1학년 때.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김 코치는 "키가 갑자기 자라는 걸 보고 달리기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상보다) 정말 잘 따라와 줬다. 육상 선수로서 (양)예빈이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성실성이다. 묵묵히 지시에 따르면서 욕심을 낸다. (여러 언론에서 가리키는) 하체 길이나 지구력, 근력보다 마인드가 더 큰 메리트"라고 힘줘 말했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괴물 샛별'이다. 침체 늪에 빠진 한국 육상에 파란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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