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도쿄올림픽 보이콧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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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도쿄올림픽 보이콧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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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악화와 방사능 오염 우려로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 일각에서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콧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보이콧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실제로 도쿄올림픽에 불참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와 국내 체육계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보이콧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 국가대표 선수들만 희생

아마추어 선수들은 올림픽 메달을 위해 고된 훈련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적어도 10년 이상 올림픽 무대에 서는 날만을 꿈꿔왔던 선수들에게 올림픽에 불참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올림픽 메달을 땄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연금과 각종 포상금, 병역 혜택도 당연히 포기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불참할 경우 국가대표 선수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선수 개인이 판단해 자발적으로 보이콧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한국 선수단 전체가 불참을 결정한 뒤 이런 개별 선수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 대한체육회 존재 부정

대한민국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입니다. 정치의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 IOC 헌장에 따라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도 참가해라, 또는 불참해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입니다. 대한올림픽위원회는 이름 그대로 올림픽 참가와 올림픽 운동을 위해 존재합니다. 대한체육회 한 관계자는 "한일 관계 악화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은 어찌 보면 대한체육회와 KOC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국회가 각 당의 후보들에게 전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고 결의하는 것과 비슷한 얘기이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1개국만 보이콧…효과 없다

현재 도쿄올림픽 보이콧이 거론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습니다. 일본 정부에 실질적 타격을 주려면 미국, 중국, 독일 등 스포츠 강국들이 대거 불참에 동참해야 하는데 이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북한과 쿠바가 정치적 이유로 불참했는데 서울올림픽의 대성공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고 자국 선수들만 올림픽 출전 길이 막히는 불이익을 초래했습니다. 만약 도쿄올림픽에 한국만 보이콧을 할 경우 그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야구, 축구, 유도 등 한국과 메달을 다퉈야 하는 일본 선수들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개최지 변경도 어렵다

현재 세계가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방사능 올림픽'입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 인근에서 경기가 치러지고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사용한 음식이 선수촌 공식 메뉴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도쿄올림픽의 최대 아킬레스건입니다.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이미 이 문제에 관해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물러설 뜻이 없습니다. 이달 하순 도쿄에서는 각국 단장 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서 한국이 '방사능 오염'을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개최지 변경 얘기를 꺼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개막이 1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1-2개 경기장을 바꾸는 것은 몰라도 올림픽 개최지를 아예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개최지를 옮기자"는 말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에 불리

서울과 평양은 오는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세계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나라가 다른 국가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보이콧 할 경우 향후 유치전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유치에 성공했을 경우 일부 국가가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을 보이콧하자"고 했을 때 이를 비난할 명분도 약해집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이콧 논란은 선수들의 사기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올림픽에 당당히 출전해 일본 선수를 꺾고 메달을 따는 것이 진정한 '극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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