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1위' 롯데 불펜,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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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9 15:48
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 LG-삼성-KIA보다 강한 불펜 구축
-강한 불펜에 비해 경기 후반 성적은 아쉬움…고척 키움전 이틀 연속 끝내기 패
-김원중 세이브 상황에만 기용 원칙…17일 이인복, 18일 송승준 9회 기용
-연투시 구속 저하 뚜렷한 박진형, 6월에만 3연투 두 차례
[엠스플뉴스=고척]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리그 최강의 불펜투수진을 구축한 팀이다. 6월 19일 현재 롯데 불펜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는 합계 3.34승으로 리그 1위. 불펜 평균자책 1위 LG(2.74승), 2위 삼성(2.68승)보다도 훨씬 뛰어난 능력치를 자랑하는 롯데 불펜이다.
특히 마무리 김원중(ERA 1.17)을 필두로 구승민(1.42), 박진형(2.20) 등 포크볼러 3명이 버티는 승리조가 강점이다. KIA의 박·전·문(박준표·전상현·문경찬) 트리오나 LG 정우영-송은범 듀오보다 강력한 필승조를 갖췄다.
뒷문이 강한 만큼 경기 후반 승부에도 강할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롯데의 1점 차 경기 승률은 5승 6패 승률 0.455로 리그 7위. 역전패는 총 9패로 SK(16패)와 KT(11패) 다음으로 역전패가 많은 팀이 롯데다(한화 9패 공동 3위).
밤새 잠 못 들게 만드는 끝내기 패배로 5차례로 최다 2위(KT 6패). 연장전 성적은 2승 4패 승률 0.333으로 7위에 그치고 있다. 최악의 불펜에 신음하는 KT, 한화, SK 등 하위그룹 팀과 큰 차이 없는 성적표다.
‘김원중 세이브 상황에서만 기용’ 원칙, 아쉬운 연이틀 끝내기 패배
롯데는 17일과 18일 고척 키움 전에서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17일 경기에선 다 이긴 경기를 8, 9회 역전패로 내줬다. 18일엔 9회초 2아웃 이후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놓고 연장전 끝에 졌다. 리그 최강 불펜을 보유한 팀에겐 어울리지 않는 경기 결과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마무리투수 김원중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17일엔 9회 동점 상황에서 롱릴리프 이인복을 올렸다. 18일엔 9회를 송승준-박시영으로 버틴 뒤 10회말 오현택을 기용했다. 18일 경기 후반 잠시 몸을 푸는 장면도 나왔지만, 리드 상황이 나오지 않자 워밍업을 중단했다.
허문회 감독은 김원중을 철저하게 세이브 상황에만 기용할 참이다. 18일 경기 전 전날 상황에 관해 묻자 허 감독은 “역전했으면 몸을 풀게 하려고 했는데 동점이라서 풀지 않았다. 홈경기면 기용했을 텐데 원정 경기인 것도 고려했다”며 “시즌은 길다. 페넌트레이스라서 동점 상황에선 올리지 않으려 했다. 10회에 갔어도 다른 투수를 올렸을 것”이라 했다. 18일 경기에서도 동일한 원칙을 지킨 것으로 풀이된다.
투수교체는 감독의 고유권이다. 벤치의 판단을 외부에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부에 알릴 수 없는 벤치 내부의 사정도 있다. 일례로 키움 손혁 감독은 17일과 18일 경기에서 마무리 조상우를 기용하지 않았다. 16일 밤에 잠자다 목에 담 증세가 생긴 탓이다.
손 감독은 두 경기에서 조상우를 전혀 기용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상대에게 전력이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롯데가 이틀 연속 김원중을 기용하지 않은 것도 나름의 원칙과 판단이 적용됐을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17일 경기와 달리 18일은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 위기였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1경기 끝내기 패배와 연이틀 끝내기 패배는 팀에 돌아오는 충격이 전혀 다르다.
9회초 동점을 만든 뒤 9회말 수비에선 투수교체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는 듯한 장면도 나왔다.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야구인은 “9회말을 박시영, 오현택으로 갈 계획이었다면 좀 더 일찍 불펜에서 준비했어야 한다. 송승준을 먼저 올린 뒤 시간을 끌다 볼카운트 1-1에서 교체가 이뤄졌는데, 민병헌의 놀라운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허문회 감독과 노병오 투수코치, 윤윤덕 퀄리티 컨트롤 코치 등 투수 스태프는 올해가 1군에서 보내는 첫 시즌이다. 시행착오가 생기는 게 자연스럽다. 특히 경기 후반 동점과 역전이 거듭되며 긴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선 순간적으로 빠른 판단과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투수코치 출신인 손혁 감독조차 “제일 어렵다”고 하는 게 불펜 운영이다.
연투하면 구속 저하 뚜렷한 박진형, 6월에만 3연투 두 번
김원중을 제외한 나머지 승리조 투수 관리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박진형은 올 시즌 벌써 20경기에 등판했다. 리그 불펜투수 최다등판 공동 1위. 이 페이스 그대로 시즌을 마치면 박진형은 76경기에 나오게 되는데, 2014시즌 이후 이보다 한 시즌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는 단 6명(진해수, 원종현, 임정호, 최금강, 윤지웅, 권혁)뿐이다.
박진형은 지난해까지 어깨 부상으로 정상적인 피칭에 어려움을 겪은 투수다. 이틀 연속 등판했을 땐 구속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6월 등판일지만 봐도 5일 경기 146.3km/h였던 속구 구속이 6일 등판 때는 138km/h로 떨어졌고 11일 147km/h가 12일엔 141km/h로, 16일 144.7km/h가 17일엔 142.6km/h로 뚝 떨어졌다.
박진형은 6월 들어 3연투만 두 차례(5~7일, 11~13일) 소화했다. 5, 6, 7일 KT전에선 김원중도 함께 3연투했다. 박진형은 연투를 감행한 12일 경기 0.1이닝 1실점, 17일 경기 1이닝 1실점으로 연투했을 때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그날따라 좋지 않을 수도, 괜찮을 수도 있다. 선수마다 체크하고 있고 타선에 따라 변동사항도 있다”고 설명했다.
분명 뛰어난 자원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롯데 불펜이다. NC, 두산 등 다른 상위권 팀들이 불펜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데 비하면 롯데의 강한 불펜은 축복이다. 장기레이스에서 원칙 있는 투수 운영 기조는 바람직하다. 다만 선택과 집중, 원칙과 임기응변 사이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롯데 불펜엔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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