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뚫기 힘든 유럽, 윤덕여호가 프랑스에서 살아남으려면

알아도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4년 만에 다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무대에 도전하는 윤덕여호가 받아 든 '체격 차'라는 과제가 그렇다. 어떻게 해서든 격차를 메워야 한다는 것은 이론과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는데, 해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2019 FIFA 여자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6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을 치렀다. 2015년 11월 호주와 치른 평가전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국내에서 열린 여자 축구 A매치 결과는 1무1패. 한국은 지난 6일 용인에서 열린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고, 9일 춘천에서 열린 2차전에선 1-1로 비겼다. 물론 승리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다. 윤 감독은 1무1패라는 결과보다 두 차례 경기에서 얻은 소득과 보완점에 더 중점을 기울였다.

월드컵까지 두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아이슬란드를 스파링 파트너로 삼은 이유는 분명하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게 될 같은 조 3개 팀, 그중에서도 특히 유럽에 속한 개최국 프랑스와 여자 축구 강팀 노르웨이를 상정한 '가상의 상대'다. 윤 감독도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은 향후 본선에서 맞설 프랑스·노르웨이 등 큰 체구의 선수들을 미리 경험해 보고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체격 차가 경기 내용과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여자 축구에서 체구가 크고 힘이 좋은 유럽팀들은 존재만으로 위협적이다. 평가전에서 만난 아이슬란드 역시 선수들 대부분의 신장이 180cm에 가까울 정도로 장신인 데다 체구만큼 힘도 좋아 이에 맞서는 선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1차전 3실점, 2차전 1실점이라는 성적이 나타내듯 수비에서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심지어 본선에서 만날 프랑스·노르웨이 등은 체격은 물론이고 경기력까지 한 수 위라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윤 감독도 "체격적으로 대응이 힘들다. 유럽 선수들과 대결은 WK리그의 체격·스피드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무대는 유럽팀과 맞대결을 피하기 어렵다. 체격 차에 대한 고민도 자주 반복되는 문제지만,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윤 감독은 4년 전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 나섰을 때도 체구가 크고 힘이 좋은 유럽 선수들과 몸싸움을 대비해 남자 고교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치르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조소현(웨스트햄) 등 유럽 리그에서 뛰며 몸싸움에 익숙해진 선수들도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이런 부분에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특히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 합류한 선수들은 체격에서 압도하는 유럽 선수들에게 대항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슬란드전을 치른 윤 감독이 "큰 선수들과 경기에서는 실제적으로 부딪힐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은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선택을 했다.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읽을 수 있었고,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자평한 이유다.
 

윤덕여 감독은 상대보다 많이 뛰고, 조직적인 경기를 펼쳐야한다고 밝혔다.

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4년 전에 그랬듯, 이번에도 체력을 키우고 조직력을 끌어올려 '팀'으로 싸워야 한다. 윤 감독은 "유럽 선수들의 힘과 높이를 막기는 힘들다. 좀 더 조직적으로 체력적 부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보다 더 많이 뛰고, 여럿이 달려들어 끈질기고 촘촘하게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윤덕여호의 목표인 16강 이상의 성적을 이루려면 최소 1승1무1패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개최국이자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프랑스전을 최대한 잘 버티고, 노르웨이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아이슬란드전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해답'을 만들어 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윤덕여호는 다음 달 7일 최종 강화 훈련에 나선 뒤 22일 스웨덴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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