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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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8 18:10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결국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유벤투스 호날두가 경기 종료 후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7.26/[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부산에 사는 축구팬 박기찬씨(20·가명)는 26일을 잊을 수 없다.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열렬한 팬이었다. '우리형'이 유벤투스와 함께 내한한다는 말을 듣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3일 티켓 구매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한다는 뜻의 온라인 은어)'했지만, 결국 실패였다. 암표로 눈길을 돌렸다. 기왕 보는거 가장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모아둔 아르바이트비를 깼다. 40만 원짜리 프리미엄석을 60만 원 주고 구입했다.
직관을 가는데 새로 나온 유벤투스 레플리카 정도는 입어줘야 진짜 팬 같았다. 호날두이름이 새겨진 2019~2020시즌 유벤투스 '신상' 레플리카를 15만 원 주고 샀다. 26일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25일 서울로 올라가는 KTX 티켓(5만9800원)을 끊고 1박2일 일정을 준비했다. 마침내 25일 상경했다. 트레제게와 다비즈의 축구 클리닉을 먼발치서 바라보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사진도 찍었다. 하루만 지나면 호날두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홍대 근처에서 저녁을 사먹고 어플을 통해 예약한 모텔(5만 원)에 들어갔다. 설렘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응원 플래카드도 만들었다. 맥주 한잔을 먹고 유튜브를 보며 유벤투스 응원 구호를 연습했다. '호날두 스페셜'을 보며 잠이 들었다.
마침내 당일이 됐다. 신청했던 팬사인회는 일찌감치 떨어졌다. 그래도 호날두를 가장 먼저 보고 싶은 마음에 공항에 가기로 했다. 아침을 대충 편의점에서 먹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미 입국장은 인산인해였다. 3시간을 기다렸다. 혹시나 했던 사인은커녕 웃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당일 도착해 피곤하겠지' 하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열심히 하는 우리형인만큼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재빨리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했다. 호날두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많았다. 지방에서 온 팬들도 많았다. 경기장 근처에서 우비를 사고, 축구 관련 상품도 몇 개 구입했다. 배가 고팠지만, 저녁은 프리미엄석에 포함된 뷔페로 해결하기로 했다. 그 사이 팬 사인회가 취소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래, 피곤하게 사인회 하느니 경기에 집중하는 게 나아'라고 생각했다.
경기장에 들어섰다. 비가 잠잠해져서 다행이었다. '조금만 있으면 여기서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배를 채우기 위해 뷔페로 갔다. 너무 놀랐다. 40만 원이나 내고 들어간 뷔페라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난민처럼 밥을 먹고 있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그냥 먹었다. '그래, 밥 먹으러 온 게 아니지'라고 자위했다.
경기시간이 점점 다가왔다. 팀K리그의 골키퍼들이 먼저 나와 몸을 풀었다. '이제 유벤투스가 나오겠지'하는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선수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킥오프가 오후 8시인데 7시30분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다.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니 '아직도 도착을 안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제서야 경기가 늦어진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킥오프가 언제인지는 말이 없었다. 8시15분이 넘어서야 유벤투스 선수들이 등장했다. 선수들을 보자 짜증났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런데 호날두는 없었다. 장내가 술렁였지만, 이내 "45분은 뛴다고 했으니 후반에 나오나 보네"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8시50분에 경기가 시작됐다. 미리 끊어놨던 10시50분 막차를 취소했다. 하루를 더 묵어야 했다. 적자지만 그래도 호날두를 볼 수 있다는 마음이 더 컸다. 전반전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유벤투스가 늦기는 했지만, 역시 클래스가 있었다. 이과인, 퍄니치, 찬, 데리흐트의 플레이는 환상적이었다. K리그 선수들의 플레이도 좋았다. 머릿속은 호날두가 뛸 후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아무리 카메라로 줌을 당겨도 호날두가 몸을 푸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의심은 없었다.
후반이 시작됐다. 여전히 호날두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졌다. 관중들의 "호날두! 함성에 목소리를 더했다. 그래도 호날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금씩 사람들이 야유를 시작했지만, 함께 하지 않았다. 후반 30분이 지났다. 유벤투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래도 호날두는 여전히 벤치에만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야유가 흘러나왔다. 후반 35분이 넘어가자 여기저기서 '메시'를 연호했다. '메호대전'에서 다른 네티즌과 그토록 싸우며, 무시했던 '메시'라는 이름을 자신도 모르게 연호하고 있었다.
호날두는 끝내 경기장에 나서지 않았다. 혹시 손이라도 흔들지 않을까 벤치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6만5000여 명의 관중과 밀려 나오는데 모두가 '호날두의 욕'이었다. 프리미엄석에 들어가며 받은 타월을 집어던졌다. 짜증이 났다. 부실한 저녁 탓인지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에 밀려 걸어 걸어가다 어느덧 역 근처에 도착했고, 포장마차에서 혼자 떡볶이를 먹었다. 이제 돈도 얼마 안남았다. 탈탈 털어 모텔비를 계산했다. 예상했던 지출을 모두 넘어섰다. 벌써 100만 원도 넘게 썼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까봐 밤새 기사를 검색했다. 더 화나는 것은 '사과' 한마디 보이지 않았다. '우리형'호날두는 '날강두'가 됐다.
27일 오전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호날두는 두번 다시 쳐다도 안보겠다고 다짐했건만, 나도 모르게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 근육이 좋지 않아 뛰지 못했다던 호날두는 '나이스 투 백 홈(Nice to back home, 집에 오니 좋네)'이라는 제목 아래 얄미운 표정으로 러닝머신을 타고 있었다. 100만 원이 넘는 돈도 아까웠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10년 넘게 그를 응원했던 내 청춘이 부질 없었다는 허탈함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열렬한 팬이었다. '우리형'이 유벤투스와 함께 내한한다는 말을 듣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3일 티켓 구매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한다는 뜻의 온라인 은어)'했지만, 결국 실패였다. 암표로 눈길을 돌렸다. 기왕 보는거 가장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모아둔 아르바이트비를 깼다. 40만 원짜리 프리미엄석을 60만 원 주고 구입했다.
직관을 가는데 새로 나온 유벤투스 레플리카 정도는 입어줘야 진짜 팬 같았다. 호날두이름이 새겨진 2019~2020시즌 유벤투스 '신상' 레플리카를 15만 원 주고 샀다. 26일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25일 서울로 올라가는 KTX 티켓(5만9800원)을 끊고 1박2일 일정을 준비했다. 마침내 25일 상경했다. 트레제게와 다비즈의 축구 클리닉을 먼발치서 바라보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사진도 찍었다. 하루만 지나면 호날두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홍대 근처에서 저녁을 사먹고 어플을 통해 예약한 모텔(5만 원)에 들어갔다. 설렘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응원 플래카드도 만들었다. 맥주 한잔을 먹고 유튜브를 보며 유벤투스 응원 구호를 연습했다. '호날두 스페셜'을 보며 잠이 들었다.
마침내 당일이 됐다. 신청했던 팬사인회는 일찌감치 떨어졌다. 그래도 호날두를 가장 먼저 보고 싶은 마음에 공항에 가기로 했다. 아침을 대충 편의점에서 먹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미 입국장은 인산인해였다. 3시간을 기다렸다. 혹시나 했던 사인은커녕 웃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당일 도착해 피곤하겠지' 하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열심히 하는 우리형인만큼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재빨리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했다. 호날두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많았다. 지방에서 온 팬들도 많았다. 경기장 근처에서 우비를 사고, 축구 관련 상품도 몇 개 구입했다. 배가 고팠지만, 저녁은 프리미엄석에 포함된 뷔페로 해결하기로 했다. 그 사이 팬 사인회가 취소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래, 피곤하게 사인회 하느니 경기에 집중하는 게 나아'라고 생각했다.
경기장에 들어섰다. 비가 잠잠해져서 다행이었다. '조금만 있으면 여기서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배를 채우기 위해 뷔페로 갔다. 너무 놀랐다. 40만 원이나 내고 들어간 뷔페라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난민처럼 밥을 먹고 있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그냥 먹었다. '그래, 밥 먹으러 온 게 아니지'라고 자위했다.
경기시간이 점점 다가왔다. 팀K리그의 골키퍼들이 먼저 나와 몸을 풀었다. '이제 유벤투스가 나오겠지'하는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선수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킥오프가 오후 8시인데 7시30분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다.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니 '아직도 도착을 안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제서야 경기가 늦어진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킥오프가 언제인지는 말이 없었다. 8시15분이 넘어서야 유벤투스 선수들이 등장했다. 선수들을 보자 짜증났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런데 호날두는 없었다. 장내가 술렁였지만, 이내 "45분은 뛴다고 했으니 후반에 나오나 보네"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8시50분에 경기가 시작됐다. 미리 끊어놨던 10시50분 막차를 취소했다. 하루를 더 묵어야 했다. 적자지만 그래도 호날두를 볼 수 있다는 마음이 더 컸다. 전반전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유벤투스가 늦기는 했지만, 역시 클래스가 있었다. 이과인, 퍄니치, 찬, 데리흐트의 플레이는 환상적이었다. K리그 선수들의 플레이도 좋았다. 머릿속은 호날두가 뛸 후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아무리 카메라로 줌을 당겨도 호날두가 몸을 푸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의심은 없었다.
후반이 시작됐다. 여전히 호날두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졌다. 관중들의 "호날두! 함성에 목소리를 더했다. 그래도 호날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금씩 사람들이 야유를 시작했지만, 함께 하지 않았다. 후반 30분이 지났다. 유벤투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래도 호날두는 여전히 벤치에만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야유가 흘러나왔다. 후반 35분이 넘어가자 여기저기서 '메시'를 연호했다. '메호대전'에서 다른 네티즌과 그토록 싸우며, 무시했던 '메시'라는 이름을 자신도 모르게 연호하고 있었다.
호날두는 끝내 경기장에 나서지 않았다. 혹시 손이라도 흔들지 않을까 벤치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6만5000여 명의 관중과 밀려 나오는데 모두가 '호날두의 욕'이었다. 프리미엄석에 들어가며 받은 타월을 집어던졌다. 짜증이 났다. 부실한 저녁 탓인지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에 밀려 걸어 걸어가다 어느덧 역 근처에 도착했고, 포장마차에서 혼자 떡볶이를 먹었다. 이제 돈도 얼마 안남았다. 탈탈 털어 모텔비를 계산했다. 예상했던 지출을 모두 넘어섰다. 벌써 100만 원도 넘게 썼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까봐 밤새 기사를 검색했다. 더 화나는 것은 '사과' 한마디 보이지 않았다. '우리형'호날두는 '날강두'가 됐다.
27일 오전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호날두는 두번 다시 쳐다도 안보겠다고 다짐했건만, 나도 모르게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 근육이 좋지 않아 뛰지 못했다던 호날두는 '나이스 투 백 홈(Nice to back home, 집에 오니 좋네)'이라는 제목 아래 얄미운 표정으로 러닝머신을 타고 있었다. 100만 원이 넘는 돈도 아까웠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10년 넘게 그를 응원했던 내 청춘이 부질 없었다는 허탈함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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