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대안 제시 못한 한화, 실패한 리빌딩?
팀 내 징계로 인해 전반기 내내 출전하지 못한 한화 이용규 ⓒ 한화 이글스
지난해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9위로 추락, 극단적인 온도차를 경험하고 있다.
올해 한화는 정규 시즌 개막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취득한 이용규와 2+1년 총액 26억 원에 잔류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트레이드를 자청, 구단 측은 그를 육성군으로 내려 보냈다.
이용규의 트레이드 자청은 외야 포지션 변경이 이유로 알려져 있다. 한화는 지난해 주 포지션인 2루수를 포기한 뒤 1루수를 맡았던 정근우를 올해 중견수로 기용하려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해 중견수를 맡았던 이용규의 좌익수로의 이동이 수반되어야 했다. 타순도 9번으로 내리려하자 이용규가 반발해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것. 시범 경기에서 한용덕 감독은 “(이)용규가 누구?”라며 활용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전반기까지 ‘중견수 정근우’는 명백한 실패로 귀결된 상황이다. 정근우는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39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0.208 1홈런 10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537에 머물렀다.
중견수 전업 이후 부상 및 부진에 시달린 한화 정근우 ⓒ한화 이글스
정근우는 중견수로서 238이닝을 소화하며 실책 2개를 기록해 수비율은 0.969로 외형적으로는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전문 외야수라면 아웃 처리할 수 있는 타구를 단타 혹은 장타로 만들어줘 팀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경우가 잦았다. 이런 수비 실수들은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한화의 다른 외야수들도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외국인 타자 호잉이 7월 맹타로 반등하며 타율 0.294 15홈런 57타점 OPS 0.842를 기록했을 뿐 국내 외야수들의 기록은 좋지 않았다. 이성열이 타율 0.248 16홈런 59타점 OPS 0.821로 정확성에서 약점을 노출했고 최진행은 타율 0.184 3홈런 14타점 OPS 0.583, 양성우가 타율 0.168 1홈런 5타점 OPS 0.447로 극히 저조했다.
무엇보다 주요 외야수들이 모두 30대라는 점에서 한화 외야는 미래마저 밝지 않다. 주전급 외야수 중 유일한 20대라 할 수 있는 장진혁은 타율 0.206 1홈런 14타점 OPS 0.566으로 타격 잠재력을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외야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화 장진혁 ⓒ 한화 이글스
외야수는 포수 및 내야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빌딩이 쉬운 포지션으로 무엇보다 타격 능력이 우선된다. 타 팀의 경우 공수주를 겸비한 외야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한화의 외야수들은 연령대가 높은 가운데 공수주 중 어느 하나도 확실한 강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만일 이용규가 있었다면?’은 부질없는 상상일 수 있다. 지난 2년 간 타고투저 현상 속에서도 2할 대 타율에 그친 1985년생 이용규라 올해 ‘에이징 커브’가 더욱 도드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용규 카드를 활용해 보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한화 외야수들의 처참한 기록은 팀이 이렇다 할 대안 없이 이용규에게 무기한 징계를 내렸음을 입증하고 있다. 한화 외야진의 구성이 후반기에는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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