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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빅리그가 '국대 센터백' 김민재를 탐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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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유럽파'가 올여름 탄생할 예정이다. 국가대표 센터백 김민재(24·베이징 궈안)의 유럽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6월14일 포르투갈의 명문 FC포르투가 김민재 영입에 나섰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그를 욕심내는 팀들이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에버튼·사우샘프턴·아스널에 이탈리아 세리에A의 라치오·인터밀란, 독일 분데스리가의 신흥 강호 라이프치히,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강자 PSV에인트호번 등이 연이어 김민재 영입전에 합류했다. 여기에 손흥민이 맹활약 중인 EPL의 강호 토트넘까지 관심을 나타냈다. 단순 루머 수준이 아니라 현지 유력 매체들이 구체적인 정황을 보도하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은 유럽의 중소 리그 혹은 빅리그의 2부 리그 팀을 먼저 향한다. 최근 빅리그 진출설이 유력한 황희찬·이재성의 경우도 각각 오스트리아 리그와 독일 2부 리그에서 기량을 증명한 덕에 가능했다.

반면에 김민재는 아시아에서 곧바로 유럽의 빅리그 및 명문 클럽으로 진출할 기세다. 그의 유럽행은 1년6개월 만에 다시 불붙었다. 지난해 초 김민재는 EPL 왓퍼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중국 슈퍼리그의 베이징 궈안으로 향했다. 당시 김민재의 중국행은 팬들 사이에서 논란도 많았다. 2017년 K리그 전북 현대로 프로에 데뷔한 뒤 빠르게 성장하며 대표팀 주전 센터백까지 차지해 '괴물 수비수' '슈퍼베이비' 등의 별명을 얻었던 그의 유럽 진출을 많이 기대했기 때문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일찌감치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던 터라 그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컸다.

200억 이적료로 1000억 가치 지닌 선수 영입 효과

하지만 당시 베이징이 제시한 이적료(600만 달러)가 왓퍼드보다 훨씬 높았다. 게다가 지난해 1월 아시안컵을 전후로 왓퍼드의 이적 의향서가 도착한 시점에 이미 베이징과 계약이 마무리됐던 터라 김민재는 어쩔 수 없이 중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결과적으로 중국행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1년6개월 동안 김민재를 향한 유럽 클럽들의 평가는 더 올라갔다. 아시안컵에 이어 A매치에서 압도적 능력을 보여줬다. 유럽과 남미에서 온 A급 공격수가 팀마다 득실거리는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수비수가 되며 오히려 경쟁력을 증명했다.

유럽 진출에 도움이 될 인적 네트워크도 강화했다. 소속팀 베이징에서 만난 로저 슈미트 감독과 리차드 키츠비츨러 코치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현재 PSV 감독과 사우샘프턴 코치로 각각 활동 중이다. 직접 지도해 본 그들이 김민재의 재능을 유럽 내에 홍보해 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구단을 설득해 오퍼까지 보냈다.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도 포르투갈과 세리에A 등 자신이 선수와 지도자로 활동했던 무대에 김민재에 대한 호평을 전달했다. 유럽 내에서는 현 세계 최고 수비수인 버질 판다이크(리버풀)에 비유해 그를 '아시아의 판다이크'로 소개하고 있다. 성공적인 프로모션 후 김민재 측은 최근 계약한 포르투갈과 잉글랜드의 에이전트를 통해 주요 구단들과 소통 중이다.

최근 중국 상황이 악화되며 김민재의 유럽행은 한층 탄력을 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슈퍼리그 재개 시점이 미뤄지며 산업 전체가 얼어붙었다. 각 구단들의 재정 타격이 큰데, 특히 김민재의 소속팀 베이징이 대표적이다. 아직 계약이 1년6개월 남은 핵심 수비수지만, 적정 금액 이상의 제안이 오면 김민재를 '보낼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3개월째 멈춘 리그 상황에서 선수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전 소속팀인 전북으로의 임대 루머가 나오기도 했다.

재정 상황이 안 좋은 베이징은 김민재를 이적시켜 최대한 이익을 남겨야 한다. 지난해 1월 전북으로부터 영입할 당시 쓴 이적료의 약 3배인 20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현재 김민재 영입설이 나오는 유럽 구단들도 여기에 근접한 1500만 유로(약 203억6000만원), 혹은 1250만 파운드(약 187억5000만원)를 언급 중이다. 몇몇 구단은 베이징, 김민재 측과 직접 접촉도 한 상태다. 1년 전 벨기에의 신트트라위던에서 세리에A의 볼로냐로 이적한 일본 국가대표 센터백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이적료 800만 유로(약 108억6000만원)를 기록했다. 김민재는 도미야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선수라는 평가인 셈이다.

유럽 팀들이 김민재에게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최근 4년 사이 유럽 이적시장의 몸값은 폭등 분위기다. 빅리그 주요 클럽들이 쓸 만한 주전 선수를 데려오려면 1000억원 가까이 써야 한다. 올여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매물조차 줄어들며 각 구단의 눈치 싸움이 절정에 달했다. 그런 상황에서 200억원가량을 투자해 아시아 최고의 센터백을 영입하는 건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할 때 괜찮은 영입이라는 분위기다.

유럽형 피지컬·기술·멘털 3박자 갖춘 아시아 최고 센터백

김민재의 유럽 진출은 한국 축구에 있어 또 하나의 도전이다. 차범근을 필두로 박지성·이영표·기성용·손흥민 등 공격과 미드필더, 측면 수비 등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성공 사례를 냈지만, 센터백과 골키퍼는 여전히 도전조차 쉽지 않았다. 유럽에는 2001년 심재원(프랑크푸르트·당시 독일 2부 리그), 2013년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진출했지만, 홍정호가 세 시즌 동안 1년가량을 주전으로 뛴 게 가장 평가할 만한 성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이 집결한 유럽에서 아시아 센터백의 경쟁력은 낮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EPL 중위권인 사우샘프턴에서 긴 시간 주전으로 활약한 일본의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가 아시아 출신 센터백 중 가장 큰 성공 사례를 썼다. 김영권(감바 오사카), 장현수(알힐랄) 등도 유럽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결국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했다.

홍명보 이후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센터백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민재는 유럽에서 아시아 센터백들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재능 면에서는 홍정호와 요시다 마야를 뛰어넘는다는 것이 축구계의 평가다. 190cm, 88kg으로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센터백의 이상적인 체격 조건에서 나오는 힘이 가장 큰 이점이다. 여기에 큰 체격임에도 빠른 발과 민첩한 반응 등 아시아 선수라고 믿기 어려운 운동능력을 지녔다. 이미 중국 슈퍼리그에서 유럽에서 검증된 공격수들과의 1대1 승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발기술도 좋아 빌드업을 비롯해 수비수들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능력도 갖췄다. 후방에서의 빌드업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은 대표팀 부임 후 김민재와 김영권을 가장 이상적인 센터백 조합으로 가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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