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손찌검, 정당화될 수 없는 ‘갑질’
두산 김태형 감독 ⓒ 두산 베어스
지난 7일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잠실 맞대결.
TV로 경기를 시청하던 야구팬들은 깜짝 놀랄 장면을 목격했다. 두산의 7-1 승리로 경기가 종료된 후 두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하이파이브하는 와중에 김태형 감독이 선발 투수 이영하의 오른쪽 뺨을 때렸다. 강하게 때린 것은 아니었지만 이영하의 고개가 출렁하고 돌아갔다.
김태형 감독과 이영하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지난 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이영하는 선발 등판했지만 4이닝 15피안타 2피홈런 4사사구 1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한 경기 역대 최다 실점 공동 2위에 해당하는 불명예 기록이었다. 이영하의 난조로 인해 두산은 kt에 3-13으로 대패했다.
이영하는 2회말까지 마구 얻어맞으며 8실점했다. 그러나 두산 벤치는 그가 4회말 추가로 5실점하며 가까스로 이닝을 마치고 투구 수 100개를 채울 때까지 마운드 위에 두었다. 대량실점에도 교체되지 않은 이영하를 놓고 소위 ‘벌투’ 논란이 불거졌다.
김태형 감독은 벌투를 강하게 부정했다. 불펜에 돌아갈 부하를 감안해 교체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경기를 마친 뒤 이영하와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이영하는 다음 등판인 7일 경기에서 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해 승리했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된 뒤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뺨을 맞았다. 김태형 감독은 1일 경기가 벌투가 아님은 물론 7일 승리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의미에서 그 같은 ‘기행’을 취했을 수도 있다.
7일 경기 후 이영하에게 손찌검을 하는 김태형 감독. KBSNSPORTS 중계화면 캡처
하지만 만인이 지켜보는 그라운드 위에서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생중계되는 가운데 지도자가 선수에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은 결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일부 야구팬들은 김태형 감독의 선수 손찌검은 처음이 아니라며 과거의 사례를 동영상으로 찾아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감독과 선수의 관계를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에 비교한다면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된다. 상사가 부하 직원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손찌검을 했을 때 납득할 이는 아무도 없다. 감독과 선수를 사제지간에 비유한다 해도 교육 현장에서 체벌은 금지되어 있다.
이영하가 뺨을 맞는 순간을 본 그의 가족이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설령 승리를 축하하는 세리머니라 해도 선수단의 수장인 감독으로서는 취하지 말아야 할 부적절한 행위임에는 분명하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4월 2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벤치 클리어링 발생 시 상대팀 선수단에 욕설 등의 폭언을 해 KBO로부터 200만원의 제재금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손찌검 사건’ 역시 KBO가 나서서 제재를 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 폭력이 발생한 지난 7일의 ‘손찌검 사태’는 KBO리그의 후진적 행태를 노출한 것 같아 씁쓸하다. 향후 비슷한 사례가 그라운드 위에서는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선수기용 권한을 가진 감독의 손찌검은 애정표현이 아닌 ‘갑질’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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