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인기 떨어지는데...' 선수 유니폼에 이름 넣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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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인기 떨어지는데...' 선수 유니폼에 이름 넣어야

마법사 0 604 0 0

LG 선수단. 올해부터 이름이 없는 원정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OSEN



요즘 프로야구단 유니폼에 선수 이름이 없는 팀이 눈길을 끕니다. 유니폼 상의 뒤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으면 현장을 가거나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짜증이 날 때도 있습니다. 최소한의 팬 서비스도 외면하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궁금하네요.

선수 유니폼에 이름이 없는 이유는, 알고 보면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납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름을 새기지 않는 것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원 팀(ONE TEAM)'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합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팀 중 하나인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에는 선수 이름이 없습니다. 이는 원 팀, 하나의 팀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양키스는 1929년 리그 최초로 유니폼에 상시적으로 선수 이름이 없앴습니다. 대부분의 팀이 등 번호와 이름을 함께 쓰는 동안에도 양키스는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이름 없는 유니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와 미국 프로스포츠 전체를 통틀어 항상 유니폼 뒤에 선수들의 이름을 새기지 않는 유일한 팀인 것입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시 선수들의 이름이 없는 유니폼을 사용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두 구단은 원정에서만큼은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뉴욕 양키스는 원정 유니폼마저 선수들의 이름을 뺀 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부 명문 LA 다저스도 2005~2006년 유니폼에 선수명을 없앤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명 캐스터 빈 스컬리가 "신입 선수를 알아보기 어렵다"고 말해 원래로 돌아갔습니다.

선수명 없는 유니폼으로 유명한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선수단. /AFPBBNews=뉴스1



한국프로야구 SK 와이번스도 같은 이유로 한때 유니폼에서 이름을 지웠습니다. 2015년 김용희 감독이 부임하면서 모든 선수들이 개인보다는 팀을 위한 야구를 하라고 이름을 제외한 유니폼을 입게 한 것입니다. SK는 올해는 홈·원정 모두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엔 LG 트윈스가 8년 만에 까만 원정 유니폼을 사용하면서 '이름표'를 뗐습니다. 깔끔하다며 좋아하는 팬들도 있지만, 당장 상대인 홈팀 팬들은 "우리 팀이 아니라 가뜩이나 모르는 선수가 많은데 이름까지 없어 답답하다"고 볼멘소리를 냅니다. 특히 초보 팬들에겐 '이름 없는 유니폼'이 프로야구 접근에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이름만 없앤다고 양키스가 되느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옵니다. 전문 야구인이 아니고는 백 넘버만 보고 선수를 기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분명 팬서비스 차원에서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더욱이 매년 선수들이 자주 교체되는데 이름을 빼고 백 넘버만 넣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는 정책입니다.

우리 현실에서는 '팀 퍼스트'보다 '팬 퍼스트'가 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들어 한국 프로야구는 인기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 수가 지난 해보다 9% 줄어들었습니다. 올 시즌 10개 구단이 403경기를 치른 6월 29일 현재 누적 관중은 441만1984명입니다. 486만8534명이었던 지난 해 같은 경기수 대비 45만여 명이 감소했습니다.

구단별 집계도 새로운 야구장을 건설한 NC를 제외한 9개 구단의 홈 관중이 모두 줄었습니다. NC는 지난해 대비 56% 많은 관중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KIA 타이거즈는 39경기에서 52만여 명을 맞이했으나 올해는 겨우 41만 명을 넘기며 21%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LG(-20%)와 키움(-19%), KT(-17%)도 감소 폭이 큽니다.

지난 4월 11일 키움-KT전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 관중석에 빈 자리가 많다. /사진=뉴시스



NC와 삼성(-1%), 두산(-6%)을 제외한 7개 구단의 홈 관중은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 중입니다. 작년까지 9년 연속 홈 관중 100만 명을 돌파한 LG는 지난 해 39경기에서 71만여 명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같은 경기수 현재 57만여 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얻는 수익은 입장과 광고수익, 상품과 F&B(구장 내 식음료) 판매 수익 등입니다. 관중 감소로 인해 자연스럽게 리그 전체 입장수익은 29일 현재 535억6005만3730원으로 지난해 같은 경기수(565억979만607원) 대비 3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야구계에서는 관중 감소의 원인을 복합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LG도 관중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보면 성적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한국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인기가 감소했으며 상위권 5개 팀과 하위권 5개 팀간 승차가 벌어져 팬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고, 예전부터 인기 있던 팀인 KIA와 롯데가 하위권으로 떨어져 홈과 원정 경기에 관중이 찾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투타에서 박진감 있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고 저질야구 수준의 경기가 속출해 팬들이 외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야구 인기와 관중이 더 감소하기 전에 한 명의 팬들이라도 야구를 보면서 답답하고 짜증을 내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으려면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반드시 넣는 게 좋을 것입니다. 선수들의 '원 팀(ONE TEAM) 강조' 대신 '원 팬(ONE FAN) 정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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