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바둑황제' 조훈현, 4년만의 복귀전서 '바둑여제'에 패배
'바둑황제' 조훈현(67) 9단이 4년 만의 반상 복귀전에서 '바둑여제' 최정(24) 9단에게 패했다.
조 9단은 13일 서울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화려한 귀환, 돌아온 황제 조훈현' 대국에서 최정에게 177수 만에 백 불계로 패했다.
차분한 바둑을 이어가던 조 9단은 막판 실수를 범했을 때 빨개진 얼굴로 헛웃음을 짓는 등 진땀을 빼기도 했다. 최정은 침착하게 바둑을 이어갔다.
바둑TV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오랜만의 복귀여서 정확한 수읽기에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초반부터 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차분한 바둑으로 진행됐다"고 총평했다.
조 9단은 "최정이 옛날에도 강했지만, 지금 더 강해졌다. 그보다 지금은 내가 약해졌다. 옛날의 실력을 갖추고 다시 한번 싸우고 싶다"고 복귀전 소감을 말하며 변함없는 승부사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좌변 끊은 수(백 118)가 선수인 줄 알았는데 실수였다. 그런대로 판을 짰는데 단순한 착각으로 바둑을 그르쳤다. 승부처에서 감이 흐려졌다"며 이번 대국을 아쉬워했다.
최정은 "바둑계를 위해 고생하시고 와주셔서 감사하다. 전설과 함께 바둑판에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조 9단은 2016년 5월 25일 시니어리그 영암투어 9라운드 대국에서 서능욱 9단에게 313수 만에 백 12.5집으로 승리한 이후 바둑계를 떠났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에 비례대표(당시 새누리당)로 당선돼 정계에 진출하면서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의정 활동 기간에도 조 9단은 바둑진흥법을 통과시키는 등 바둑 발전에 힘썼다.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돌아온 조 9단은 9세 7개월에 최연소로 입단하고 국내 처음으로 9단에 오르는 등 한국 바둑의 역사를 써나간 상징적인 인물이다.
국내 통산 최다 타이틀(160개), 세계 통산 최다승(1천949승), 통산 최다 대국(2천787국), 타이틀전 최대 출전(237회), 타이틀전 최다 연패(패왕전 16연패), 최고령 타이틀 획득(49세 10개월·삼성화재배) 등 숱한 기록을 남긴 바둑의 전설이다.
국내 기전을 석권하는 전관왕도 3차례(1980년 9관왕·1982년 10관왕·1986년 11관왕) 달성했고, 1989년 초대 응씨배에서 한국 바둑 최초로 세계대회 정상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후지쓰배·응씨배·동양증권배 우승)을 이루기도 했다.
최정은 여자기사 최연소(21세 3개월) 및 최단기간(입단 이후 7년 8개월)에 입신(9단)에 올랐으며, 국내 여자기사 최다 타이틀(17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궁륭산병성배·오청원배·천태산배·황룡사배 등 메이저 세계 여자 바둑 대회를 휩쓸고 국내대회인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과 한국제지 여자기성전에서도 우승하며 세계 최고의 여자 바둑기사로 입지를 다졌다.
조 9단은 최정에게 상대 전적 1승 2패로 밀리게 됐다.
첫 대결인 2012년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에서 15세였던 최정이 승리했지만, 2013년 같은 대회에서는 조훈현이 최정을 꺾고 개인 통산 1천900번째 승리를 따냈다.
이후 7년 만에 재대결이 성사됐으나, 조 9단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최정에게 또 승리를 내줬다.
이날 대국은 제한시간 각자 1시간에 초읽기 40초 3회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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