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뜬공 투수' 영입 적중…ERA 6.00 → 2.08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두산 베어스 홍건희가 트레이드돼 올 때만 해도 여론이 좋지 않았다. 올 시즌 이적 전까지 10경기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산은 숫자상으로 보이지 않는 능력을 높이 샀다.
두산은 데이터를 근거로 올 시즌 구위가 예년 대비 향상됐다는 데 주목했다. 게다가 잠실 성적이 좋기도 했다. 19경기 38⅓이닝 평균자책점 3.76이었고 뜬공이 자주 나오는 유형이라 두산과 궁합이 좋다고 봤다. 넓은 잠실야구장에서 수비력이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적해 오자마자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홍건희는 5경기에서 8⅔이닝 3실점(2자책)으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19일 잠실 LG전에서 인상적 투구 내용으로 올 시즌 첫 승을 거두기도 했다. 홍건희는 15-8로 쫓기는 5회 초 무사 만루 때 등판했다. 첫 타자 김현수를 하이 패스트볼로써 삼진 잡았고 채은성, 라모스를 뜬공 처리했다. 김태룡 단장 계산이 맞아 떨어졌다. 뜬공은 잠실 외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두산 수비진에게 잡혔다. 그리고 하이 패스트볼은 전력분석의 결과였다고.
"전력분석하면서 들은 대로 던졌다. 이적해 오고 나서 전력분석팀에서 '공 끝이 좋으니까 직구 수직적 움직임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써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보통 투수는 '낮게 던지라' 할 텐데 내게는 높이 던지는 것이 유용하다고 해 줬다."
"아시다시피 내가 뜬공이 많이 나오는 투수이지 않나. 두산 수비가 좋다 보니 심적으로 편히 던질 수 있다. 그래서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이 아닐까."
"(만루 상황은) 타자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것보다 내 공 던지는 데 집중했다. 점수 차가 그래도 조금 있어 아웃 카운트를 빨리 잡는 데 초점을 뒀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적 후) 지금까지 내 공 던지고 있어 만족스럽다. 구위는 수치로 따지면 100%라 봐도 될 만큼 올라와 있다."
두산 판단력이 적중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있지만 홍건희에게 다른 동기부여도 분명하다. 그는 "기술적으로 크게 수정한 것은 없지만 트레이드 영향이 있지 않을까. 그동안 트레이드 하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사실 트레이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내가 당사자가 되니 처음에는 섭섭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독기가 생겼다"며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홍건희는 신중히 포부를 드러내면서 겸손하게 답해 나갔다. 그는 "(두산에서) 아직 보여준 것이 많지 않다. 선발 투수든 필승조든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지금은 상황 가리지 않고 열심히 던져 믿음 보답할 수 있게 하겠다"며 "(트레이드 관련 평가는) 내 하기 나름이다. 두산 팬 분께 좋은 모습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고 잘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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