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 우승만 못한 맨시티, 손흥민 때문이야
FA컵 우승, 잉글랜드 대회 3관왕
과르디올라의 ‘점유율 축구’ 빛나
막강 전력 불구 챔스리그 8강 탈락
손흥민 8강전 3골에 좌절된 4관왕
맨체스터시티가 ‘도메스틱 트레블(국내 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 잉글랜드 축구에서는 처음이다. 사실 축구에서 진정한 ‘트레블(3관왕)’은 리그와 메인 컵대회, 그리고 대륙 메인 대항전 등 세 대회를 제패하는 경우다. ‘콘티넨털 트레블’이라고 부른다.
맨시티는 1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시즌 FA(축구협회)컵 결승전에서 왓퍼드를 6-0으로 꺾고 우승했다. 앞서 맨시티는 지난 13일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을 승점 1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월 25일에는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에서 첼시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우승했다. 맨시티는 리그·리그컵·FA컵을 석권했다. 한 시즌 자국의 모든 대회를 우승한 첫 팀이다.
이 밖에도 맨시티는 지난해 8월 6일 커뮤니티 실드(전 시즌 리그-FA컵 우승팀 간 대결)에서 첼시를 2-0으로 꺾었다. 맨시티는 올 시즌 61경기에서 169골, 경기당 2.77골을 기록했다.
맨시티에 6-0 승리는 종종 있는 일이다. 왓포드를 상대로는 이번뿐 아니라,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도 6-0으로 이겼다. 맨시티는 또 2월 11일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첼시를 6-0으로 완파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식스 앤드 더 시티(Six and the City)’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 빗댄 표현이다. FA컵 결승전에서 6-0이 나온 건, 1903년 번리가 더비 카운티를 상대로 승리한 이후 116년 만이다.
펩 과르디올라(48·스페인) 감독은 맨시티를 맡은 뒤 바르셀로나(스페인) 시절 구사했던 ‘티키타카(패스 축구)’에 잉글랜드 축구의 힘과 스피드를 결합했다. 높은 볼 점유율, 라인을 끌어올린 강력한 압박, 자유로운 스위칭이 핵심이다.
과르디올라는 ‘전술 혁명가’ 아리고 사키(이탈리아) 전 AC밀란 감독처럼 전술 패러다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과르디올라가 넘어온 2016년 이후 잉글랜드에서도 ‘점유율 축구’가 유행처럼 번졌다. 영국 가디언과 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최근 세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팀의 볼 점유율이 70%가 넘는 경기가 166경기였다. ‘킥 앤드 러시’의 시대였던 2003~06년 볼 점유율 70% 이상인 경기가 3경기에 불과했다. 맨시티의 올 시즌 평균 볼 점유율은 64%로, 전체 1위다.
FA컵 결승전에서도 맨시티는 거의 전원이 공격에 가담했고, 유기적인 패스로 골망을 흔들었다. 11명이 아니라 14명이 뛰는 것처럼 느껴졌다. 득점자만 라힘 스털링 등 4명이다. 과르디올라는 베르나르두 실바를 기용했다. 르로이 사네 등과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앨런 시어러는 BBC를 통해 “맨시티는 3-0, 4-0으로 앞설 때도 계속 앞으로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한 시즌 내내 이토록 압도적인 맨시티가 ‘콘티넨털 트레블’에 실패한 건 챔피언스리그 8강전 탈락 때문이다. 맨시티는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토트넘(잉글랜드)을 만나, 1·2차전 합계 4-4를 기록한 뒤 원정 다득점 원칙에서 밀려 탈락했다. 특히 맨시티는 8강전에서 토트넘 손흥민(27)에게 3골을 얻어맞았다. 손흥민은 원정경기였던 8강전 2차전에서 전반 10분간 2골을 터트렸다.
맨시티의 콘티넨털 트레블은 물론, ‘쿼더러플(4관왕)’을 저지한 주인공이 손흥민인 셈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올 시즌 최고 공격수로 인정받을 만한 활약을 보였다. 그 정점이 맨시티와 챔피언스리그였다”고 평가했다.
맨시티의 FA컵 우승으로 맨유가 예상 밖 소득을 얻었다. FA컵 우승팀은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본선 직행권을 얻는데, 맨시티는 이미 리그 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받았다. 따라서 유로파리그 예선을 거쳐야 했던 리그 6위 맨유가 직행권을 얻었다.
로비 새비지 BBC 해설위원은 “(맨유가 맨시티 덕을 봤지만,) 맨시티가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기 전까지는, 1999년 (콘티넨털) 트레블을 달성한 맨유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맨시티로선 손흥민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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