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왜 미국은 KBO '빠·던'에 열광하나
모스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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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7 00:49
2020년 5월 5일은 KBO리그의 개막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KBO리그가 사상 처음으로 스포츠매체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날이기도 했다. 현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스튜디오 중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KBO리그의 역사적인 첫 미국 중계는 캐스터인 칼 래비치와 해설위원인 에두아르도 페레즈가 각자 자택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KBO리그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소개로 시작했지만, 경기가 진행되자 이내 중계진의 관심은 '배트 플립(Bat flips)'으로 쏠렸다. 배트 플립이란 타격 후 배트를 던지는 세리머니를 일컫는 야구 용어다. 즉, 우리나라 야구팬들 사이에선 일명 빠·던(빠따 던지기에 줄임말)이라고 불리우는 행동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0월, ESPN 매거진은 THE ART OF LETTING GO(놓아주는 기술·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2013년 첫 번째 수록곡의 제목이기도 하다)이란 장문의 칼럼을 통해 한국 야구의 빠던 문화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기도 했다. 그런데 대체 왜 미국 야구팬들은 KBO리그의 빠·던에 이토록 깊은 관심을 보이는 걸까?
미국에서 KBO리그의 빠던을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기본적으로 배트 플립이 메이저리그 선수들 사이에선 암묵적으로 매우 금기시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만약 메이저리그에서 끝내기 상황도 아닌데 KBO리그 타자들이 그렇듯이 배트를 '예술적'으로 던진다면? 해당 타자는 다음 타석에서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공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선 타자가 아무리 배트를 던져도 (심지어 파울을 친 후 배트를 던져도) 투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일 뿐이다. 이런 한국의 문화는 미국 야구팬들에게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2016년 ESPN에 칼럼을 기고한 미나 키메스(ESPN 선임 기자이자 팟캐스트 진행자, 어머니가 한국인이다)가 취재를 결심한 이유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저 단순히 외국의 신기한 문화를 구경거리로 삼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뒤에 감춰진 속사정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론 KBO리그의 빠던을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미국 야구팬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KBO리그의 빠던을 진지하게 '본받아야 할 팬서비스'로 보고 있다.
한때 전 국민의 오락거리(National Pastime)라고 불리웠던 야구는 미국에서 흥행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몇 년간 인터넷 중계 등 새로운 플랫폼을 개척하면서 기록적인 수입을 거두고 있지만, 그와 반비례해 평균 관중수와 평균 TV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점은 야구팬들의 '고령화'다.
201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메이저리그(MLB) 관중의 평균 연령은 북미 4대 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만 57세였다. 반면, 프로미식축구(NFL)는 만 47세, 프로농구(NBA)는 만 37세였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불과 2004년까지만 해도 MLB 관중의 평균 연령은 만 46세로 만 43세였던 NFL, 만 37세였던 NBA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3년 후 MLB 관중의 평균 연령은 11살이 늘어난 반면 NFL은 4살밖에 늘어나지 않았고, 심지어 NBA는 그대로인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분명하다. 지속적으로 어린 팬들이 유입되고 있는 다른 두 스포츠와는 달리, MLB로는 어린 팬들이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15년경부터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도는 역시 '경기 시간 단축 규정'일 것이다. 지난 2016년 만난 짐 스몰 MLB 부사장은 어린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전통적인 규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경기를 박진감 넘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사무국이 늘어난 경기 시간(더 정확히는 페이스)이 어린 팬들의 유입에 있어 방해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 무렵 다른 부분을 지적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2015년 NL MVP를 수상한 브라이스 하퍼는 수상 소감으로 "야구계에 만연해있는 엄숙주의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하퍼는 그 예시로 "배트 플립을 죄악시하는 것"을 들었다.
한편, 2015년 ALDS 5차전에서 역전 홈런을 친 후 배트 플립을 했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던 호세 바티스타는 시즌 후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엄숙주의를 비판하며 "MLB는 젊은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기 시간 단축 규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MLB가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선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야구팬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KBO리그의 빠·던'이다. 젊은 선수들과 남미 출신 선수들이 엄숙주의 타파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자유롭게 배트 플립을 하는 프로야구리그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해당 리그는 2006년 총 관중수 304만 명에서 2016년 834만 명으로 급성장했고, 20대 관중 비율은 무려 50.4%(2016년)에 달했다.
ESPN과 CBS 스포츠 등 대형 스포츠매체들은 빠·던으로 대표되는 KBO리그의 세리모니 및 응원 문화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KBO리그 팬들에게 야구장은 축제의 장소이다. 선수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이를 통해 팬들은 경기에 더 몰입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나 키메스는 "선수 사이의 존중(MLB), 팬들을 위한 야구(KBO)"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말해 2016년 당시 미국 야구계가 한국의 빠던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메이저리그에선 매우 드문 일이기도 하지만, 빠던으로 대표되는 '선수가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KBO리그의 문화'를 본받아야 할 팬 서비스로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선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이후 4년 뒤, ESPN의 중계를 통해 미국 야구팬들은 '배트 플립만 모아놓은 영상'이 아닌 진짜 KBO리그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물론 ESPN이 KBO리그 중계권을 사들인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MLB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실 현 상황의 일등공신은 KBO리그가 아닌 우리나라의 우수한 방역체계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 KBO리그의 미국 중계와 관련된 기사에는 예외 없이 KBO리그를 "예능, 개그"에 비유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애정 섞인 장난이 대부분이지만, 진심으로 KBO리그의 경기력이 메이저리그에 미치지 못해서 비웃음거리가 될까봐 우려하는 야구팬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KBO리그의 미국 중계를 부끄러워하거나 자학할 이유는 없다.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에 비해 경기력이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대부분의 미국 야구팬들도 MLB 수준의 경기력을 기대하진 않는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KBO리그가 미국 전역에 중계된다는 것이다. KBO리그만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빠던은 그중에서도 핵심이 될 것이다.
어쩌면 KBO리그 중계는 MLB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관중 경기가 열리고 있기에 KBO리그 특유의 관중 응원 문화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ESPN이 KBO리그를 중계할 일도 없었을 테니, 무작정 아쉬워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실 KBO리그는 미국의 주목을 받던 2016년을 정점으로 최근 몇 년간 흥행에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700만 관중을 돌파하긴 했지만 2019년에는 전년 대비 관중이 10%나 감소했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더 심각한 흥행 참패가 예상됐다. 하지만 국가의 우수한 방역 체계 덕분에 무관중으로나마 시즌이 열리면서 위기 속 기회를 얻었다.
이를 통해 KBO리그를 해외에 널리 알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한편, KBO리그는 일본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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