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전 은퇴식' 이범호 "김태균 안아주고 은퇴하고 싶다" [오!쎈인터뷰]
[OSEN=광주, 한용섭 기자] "20년 채우고 지금이 딱 은퇴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18일 내야수 이범호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2000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20년 선수 생활을 마친다. 이범호는 오는 7월 13일 친정 한화와의 광주경기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이범호는 19일 광주 SK전에 앞서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아직 등록은 안 한 시점에서 훈련에 참가하며 은퇴식을 준비한다. KIA는 통산 1995경기 출장 중인 이범호에게 은퇴식까지 2000경기를 뛰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이범호는 19일 취재진과 만나 "KIA에서 타이거즈 출신이 아닌 선수로는 처음으로 은퇴식을 하게 돼 영광스럽고 감사드린다. 한화전에서 은퇴식을 하고 싶었다. 김태균을 한 번 안아주고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은퇴 발표하고 난 후 느낌은.
▲구단과 이야기 다 하고, (보도자료 발표로)기사 뜬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돌이킬 수 없구나 생각이 들더라. 정말 마지막으로 준비해야 하는구나. 지금이 (은퇴 발표)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는데, 은퇴 결심하게된 계기는.
▲팀 돌아가는 분위기, 내가 1군에 올라갔을 때 경쟁력이 어느 정도 될 지,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하기 어렵다. 내가 판단했을 때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될 때 은퇴해야 겠다고 이미 35-36살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올해 시작하면서 느낌이 이제는 그만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스프링캠프 끝나고 1군에 뛰다가 2군 내려올 때 그런 느낌이 들었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 가능할까 자문했다. 길어야 내년까지라는 내 스스로 답이었다. 그럴 바에야 올해 끝내자 생각했다. 여기까지인 것 같다.
-2000경기 출장을 이루게 된다. 아쉬운 기록이 있다면.
▲내가 타율도 좋은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컨택에서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홈런은 밀어부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홈런 351개는 넘고 싶었다. (통산 최다인) 승엽이 형 기록은 안 되고, 양준혁 선배 기록(351홈런)은 넘고 싶었다. 매년 20개 가까이는 치기에 올해 열심히 치면 될 거라 봤는데,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329홈런)아홉수에 걸려서 끝나네요. 그런 부분이 아쉽다. 그것 말고는 아쉬운 것이 없다.
-마지막 타석 그리는 것이 있다면.
▲은퇴가 언젠가 오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마지막으로 어떤 타석에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은 못했다. 마지막에 타석 들어갔을 때 팬들이 박수 많이 쳐 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
-만루에 대타는 어떤가.
▲모 아니면 도인데. 도전해보면 좋긴 하지만 팀에 피해가 가는 상황이면 안 된다. 점수 차가 많을 때 만루에 넣어주시면 고맙다. 마지막 배려라고 해주시겠지만 승패가 걸려 있거나 중요한 상황에서는 팀에 미안하니까. 그런 상황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열심히 훈련해서 몸을 만들어 놔야 한다. 1군 엔트리 등록은 열흘에서 보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KIA 입단 아닌 선수로 은퇴식은 처음이다.
▲뿌듯하다. 명문팀에서 은퇴 하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타이거즈 아닌 선수에게 첫 번째 은퇴식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이 팀에 온 것이 나한테 굉장히 한 단계 올라서고 성숙하고, 이미지가 좋아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튀는 스타일도 아니고. 광주에서는 팬분도 너무나 야구 선수에 대해 환대한다. 내가 이 정도 선수가 아닌데 엄청난 환대를 받는 느낌도 들더라. 이 팀에서 마지막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장면이 있다면.
▲프로 처음 들어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고교 졸업 후 한화에 지명됐다는 소식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고교 때) 성적도 안 난 선수를 2차 1번으로 뽑아 주셔서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할 때 만루 홈런 친 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은퇴한다고 하니 프로에 못 올 줄 알았는데, 지명 받은 날이 기억에 많이 난다.
-WBC 결승전에서 9회 동점타도 팬들이 언급하는데.
▲다르빗슈 상대로 홈런을 쳤어야 하는데, 아쉽다. 직구 노리고 1볼에서 몸쪽 역회전 볼이 들어와서. WBC 기억도 많다.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된 대회였다.
-꽃범호 별명에 대한 느낌은.
▲은퇴 후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야구인으로 계속 이쪽에 있을 거니까.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지만. 많은 팬들이 생각해주시는 것은 영원할 거라 생각한다.
-은퇴 후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나.
▲9월에 일본으로 갈 계획이다. 7월에 은퇴하면 올해 말까지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일본으로 가서 2~3개월 공부해보고 싶다. 될 거 같다. 그리고 내년에는 미국에 가서 1년 정도 공부하는 것이 지금 내 계획이다. 야구 공부를 해야 한다. 직접 보고 타격과 수비에 대한 내 지식을 검증해보고 후배에게 가르쳐 줄 기회가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어떤 선수로 기억남고 싶은지.
▲내가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3할도 제대로 많이 못 쳐봤다. 중요할 때는 한 방씩 쳐주는 선수 정도. 야구를 좋아했던 20년 뛴 선수로 기억됐으면. 고교 졸업 후 프로 와서 경기를 계속 뛰었으니, 내 자리를 잘 지킨 선수. 무사히 선수 생활을 마쳤으니, 19년 했으면 은퇴 안 할라 했는데, 20년 딱 채우고 은퇴하는게 좋은 거 같다.(웃음)
-통산 만루 홈런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찬스에 강한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언론과 팬들이 선수를 그렇게 좋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자꾸 하면서 타석에 들어가면서 투수는 부담될 것이고, 나는 편안하게 되더라. 만루에서 공격적으로 초구, 2구에 승부했다. 만루가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방망이를 친 것 같다. 갖고 있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언론이나 팬들이 만루 홈런을 자꾸 언급하니까 '내가 만루 홈런 치는 선수구나' 자신감이 생기더라.
-이범호를 만든 은사 3명을 꼽는다면.
▲야구 선수 이범호를 '만든' 은인을 꼽는다면 어릴 때 은사를 포함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영남대 감독으로 계시는 박태호 감독님이다. 그저 그런 선수였던 나를 참 많이 연습시켰다. 당시에는 코치셨다. 대구에서 38-39도 무더위에 1시간 동안 펑고 받고, 3년 동안 나를 단련시켜주신 분이다.
그리고 예전 한화에서 정영기 스카우트, 자신의 목을 내 놓으면서 나를 뽑아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하신 분이다. 지금은 강원도의 대학교에 계신다고 들었다. 감사하다. 3번째 분은 나를 더 큰 무대로 나갈 수 있게 도와주신 김인식 감독님, 내가 WBC도 못 나갔을 텐데, 나를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 즐겁게 야구 한 것은 김기태 감독님과 야구할 때가 가장 즐겁게 했다
-한화전에 은퇴식을 한다.
▲한화전에서 하고 싶었다. 주말 한화전을 잡다보니 7월이더라. 한화 구단과 팬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김태균을 한 번 안아 주고 은퇴하고 싶더라.
/orange@osen.co.kr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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