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롯데했다? 허 감독과 성 단장의 동상이몽
개막 후 5연승을 달릴 때만 해도 올 시즌 롯데는 정말 달라진 것으로 보였다. 신임 허문회 감독에 대한 기대와 스토브리그부터 이어진 성민규 단장의 광폭 행보가 드디어 빛을 보는 것 아니냐는 설렘이 팬들 사이엔 가득했다.
하지만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롯데는 다시 익숙한 위치로 내려갔다. 현재 순위 7위. 승률은 0.440(11승 14패)으로 5할이 되지 않는다. 팬들 사이에선 "롯데가 롯데 했다."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개막 후 5연승을 달렸던 시점 이후, 롯데는 21경기에서 단 6승을 거두며 해당 기간 승률이 3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 감독과 단장의 동상이몽?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스카우트 출신이기도 한 성민규 단장은 올 시즌 사직 야구장의 전광판에 변화를 줬다. 타율 대신 OPS(출루율+장타율) 수치를 표시하기로 한 것이다. 성민규 단장은 스스로를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라고 말한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의 데이터 야구 성공 신화를 전한 영화 머니볼을 50번 이상 봤을 정도다.
성 단장의 야구 철학은 바로 출루율을 높이는 것. "제가 미국에 있을 때는 OPS를 따지는 게 너무 당연했고 선수들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했습니다. 정훈 선수도 안타를 쳐서 나갈 때도 있지만 볼을 굉장히 잘 골라내고 있고, 마차도 역시 변화구를 참아줬기 때문에 홈런이 나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롯데 허문회 감독의 야구 철학도 성 단장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취임 당시 허 감독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경기 운영과 편견 없는 선수 기용을 통해 롯데가 롱런할 수 있는 팀이 되는 데 일조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도 있다.
하지만 최근 허문회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초구 공략'.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해 상대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자는 전략이다. 실제로 올 시즌 롯데 타선의 초구 공략 비율은 30.2%로 SK(32.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출루율은 0.322로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무르고 있다. 초구 공략의 결과가 기대와 반대로 출루율 저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타자가 한 타석당 공격에 얼마나 기여했는 지를 보여주는 수치인 가중 출루율에서도 0.315로 꼴찌 한화(0.296)보다 겨우 한 계단 높은 상황이다. 시즌 초반 한때 팀 타율 1위를 달리기도 했던 롯데는 현재 0.248에 머물며 전체 8위로 곤두박질쳤다.
허 감독의 초구 공략 야구로 롯데와 만나는 상대 선발들은 펄펄 날고 있다. 롯데 타선은 상대팀 선발 투수들에게 25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던지게 하는 또 하나의 진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롯데를 만나면 상대팀 투수들이 즐거워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허문회 감독의 '초구 공략' 전술이 실패하면서 성민규 단장의 '출루율' 철학과 충돌해 버린 셈이다.
■ 감독과 단장, 그 미묘한 관계
시즌 초반, 성민규 단장은 허문회 감독과의 의사소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감독과 단장 그 사이의 선을 지키는 게 굉장히 어렵죠. 한국 문화에선 특히 어렵습니다. 이건 제가 풀어야 할 과제이고 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과도 생각이 당연히 다를 수 있죠, 제가 생각하는 게 틀릴 수도 있고요. 항상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이 의견이 정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단장은 모기업에서 내려온 비야구인 출신 인사가 주를 이었다. 하지만 최근 선수 출신 단장들이 속속 등장하며 단장의 역할과 그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축구, 농구와 달리 야구에서 감독은 헤드 코치가 아니라 '매니저'라고 불린다. 단장은 제너럴 매니저. 서로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감독은 매니저가 아니라 경기력만을 책임지는 '헤드 코치'의 역할만을 담당했다. 이제 우리 야구에서도 단장과 감독 간의 소통이 더 늘어야 하는 시점이다. 단장과 감독은 함께 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한 야구인은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 서로 불편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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